
주사형 비만 치료제 중단 후 발생하는 급격한 체중 재증가를 알약 복용만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Eli Lilly)가 개발한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르포글리프론(orfoglipron)'이 GLP-1 주사제 투여 중단 이후의 체중 유지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임상 결과가 게재됐다. 그간 뛰어난 감량 효과에도 불구하고 투약 중단 시 나타나는 '요요 현상'이 주사제의 최대 한계로 지목돼 온 만큼 이번 연구 결과에 의료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네이처 메디슨에 게재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 또는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등 기존 GLP-1 주사제를 1년 이상 사용하여 체중 감량에 성공한 성인 376명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진행한 결과 오르포글리프론의 탁월한 유지 효과가 입증됐다.
연구진이 주사제 투여를 전면 중단한 참가자들에게 1년간 매일 오르포글리프론을 복용하게 한 결과, 해당 복용군은 기존 감량 체중의 70% 이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반면 아무런 약을 복용하지 않은 위약 대조군은 감량분의 38~50% 수준만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오르포글리프론의 가장 큰 경쟁력은 매일 주사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통증을 완전히 제거한 '경구 복용' 방식에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마리 스프렉클리 박사는 환자들이 정기적인 자가 주사보다 알약 형태를 훨씬 더 매력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격적인 가격 또한 시장의 판도를 흔들 요소로 꼽힌다. 미국 시장 기준 오르포글리프론의 최저 용량 가격은 월 약 149달러(약 22만원)로 책정되어 기존 GLP-1 주사제 대비 저렴하다. 이는 비만 치료제 시장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추고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학계는 이번 연구를 통해 비만이 단기적인 처방의 대상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인 '만성 재발성 질환'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오르포글리프론이 체중 유지뿐만 아니라 혈압, 혈당, 지질 수치 등 핵심 대사 지표의 개선 효과 역시 유지시킨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임상 과정에서 체중 반등 억제와 함께 주요 건강 지표가 안정적으로 관리됨에 따라, 심혈관 질환 등 비만 관련 합병증의 장기적 위험을 낮추는 근본적 솔루션으로서의 가치가 부각됐다. 앤젤리아 러스킨 대학의 사이먼 코크 박사는 "주사제 중단 후 발생하는 고질적인 체중 반등 문제를 해결한 유의미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소화기 계통의 경미한 부작용과 장기 복용 시의 안전성 검증은 향후 상용화 과정에서 뒷받침되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