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선 터널 붕괴, ‘하중 2.5배 오판’ 설계 참사⋯단층대·부실시공도

입력 2026-04-02 11:30

기사 듣기
00:00 /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설계·시공·감리 전 단계 ‘안전망 붕괴’⋯현장 관리 총체적 실패
지반조사 강화·3D 해석 의무화 추진⋯책임자 형사처벌까지 검토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에서 발생한 신안산선 5-2공구 2아치터널 붕괴사고 모습. (사진제공=국토교통부)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에서 발생한 신안산선 5-2공구 2아치터널 붕괴사고 모습. (사진제공=국토교통부)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터널 붕괴 사고가 설계 오류를 시작으로 시공·감리 전 과정의 부실이 겹친 ‘총체적 인재’로 결론 났다. 핵심 구조물인 중앙기둥 하중을 실제보다 2.5배 낮게 계산한 설계 오류가 붕괴의 출발점으로 지목됐다. 단층대 미인지와 안전관리 미준수도 연쇄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는 설계사·건설사·감리사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2일 신안산선 5-2공구 2아치터널 붕괴 사고에 대한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고는 지난해 4월 11일 오후 3시 10분쯤 경기 광명시 일직동 양지사거리 인근에서 발생했다. 연장 51.25m 규모의 2아치터널이 시공 중 붕괴되며 상부 도로(오리로)까지 함께 꺼졌고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사조위는 이번 사고를 설계·지반·시공·감리 전 단계에서의 문제들이 동시에 작용한 복합 사고로 규정했다. 핵심 원인은 설계 오류였다. 2아치터널의 중심을 지지하는 중앙기둥(단면 0.4×1.2m)은 실제로 약 3m 간격으로 설치되는 구조지만 설계 과정에서 이를 연속 구조처럼 잘못 가정했다. 이로 인해 기둥에 작용하는 하중이 실제보다 약 2.5배 낮게 계산됐고 구조적으로 버틸 수 있는 여력이 크게 부족한 상태였다.

기둥 길이 산정도 심각하게 왜곡됐다. 실제 중앙기둥 길이는 4.72m인데 설계에는 0.335m로 반영됐다. 구조물 자체가 설계 단계부터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여기에 지반 조건 악화가 겹쳤다. 사고 구간에는 지반 강도를 떨어뜨리는 단층대가 존재했지만 설계 단계의 지반조사와 시공 과정 모두에서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 특히 굴착 과정에서 필수적인 ‘막장 관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터널 굴착 시에는 1m마다 지반 상태를 직접 확인해야 하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사진 확인으로 대체됐다. 안전관리계획상 요구되는 경력 5년 이상 고급기술자 대신 자격 기준에 못 미치는 인력이 관찰을 수행한 사실도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단층대가 방치되면서 중앙기둥에 추가 하중이 집중됐다.

시공 단계에서도 안전관리 부실이 확인됐다. 시공사 포스코이앤씨는 공종별로 매일 실시해야 하는 자체 안전점검을 사고 직전 약 10일간 실시하지 않았고 터널에 대한 정기 안전점검도 이뤄지지 않았다. 중앙기둥 균열관리대장 역시 작성되지 않아 구조물 이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설계 변경 과정에서도 위험 신호를 놓쳤다. 시공사는 2024년 9월 중앙터널 폭을 확대하는 설계 변경을 진행했지만 기존 설계 오류를 그대로 둔 채 중앙기둥 제원과 철근량을 유지했다. 구조적 위험이 커졌음에도 이를 검증하지 않은 것이다.

시공 방식 변경 역시 문제였다. 설계도서상 터널 시공 순서는 ‘굴착→강지보 설치→숏크리트 타설→강관 보강’이지만 실제로는 ‘굴착→강관 보강→강지보 설치→숏크리트’ 순으로 진행됐다. 구조 안정성 검토 없이 공정을 변경한 것이다.

굴착 깊이 관리도 기준을 벗어났다. 좌·우 터널 간 굴착 깊이 차이를 20m 이내로 유지해야 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최대 36m까지 벌어졌다. 감리단은 이를 인지하고도 발주자에 보고하지 않았다.

감리 단계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설계 감리는 초기 설계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고 시공 감리도 현장 위험 요소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 설계·시공·감리 전 과정에서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법 위반도 다수 확인됐다. 막장 관찰자 자격 미달, 암질 변화에 따른 추가 판단 미실시, 정기 안전점검 누락 등 ‘건설기술 진흥법’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 또 일부 공정에서는 발주자 승인 없이 재하도급이 이뤄진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는 관련 업체에 대해 고발과 함께 벌점·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추진할 계획이다. 설계사·시공사·감리사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등 추가 제재도 검토된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형사 책임 여부도 수사기관과 공조해 판단할 방침이다.

재발 방지 대책도 함께 제시됐다. 설계 단계에서는 지반조사 간격을 기존 100m에서 50m 이내로 줄이고 다중 아치 터널 중앙기둥에 대해 3차원 구조해석을 의무화한다. 시공 단계에서는 막장 관찰자 자격을 ‘토질·지질 분야 중급기술자’ 이상으로 상향하고 감리자의 확인 절차를 의무화한다.

또 중앙기둥에 대한 균열 조사와 계측 관리를 강화하고 터널 정기 안전점검 시 구조와 지반 조건을 반영하도록 기준을 보완할 예정이다.

손무락 사조위 위원장은 “사고조사 결과를 정리하여 이달 중 국토부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터널공사 등의 안전강화를 위해 사조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한 제도개선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5500억 규모 첫 국민성장펀드 수탁은행에 농협은행 선정
  • 휴전 양치기 소년?…전쟁 속 트럼프 '말말말'
  • 가장 좋아하는 프로야구단, 작년도 올해도 'KIA 타이거즈' [데이터클립]
  • 트럼프 연설에 무너진 코스피, 5230선 겨우 지켜⋯코스닥 1050선 마감
  • 달 향한 새 역사…아르테미스 2호, 인류 우주탐사 기록 다시 쓴다
  • 서울 아파트값 2주 연속 상승폭 확대⋯‘외곽 키맞추기’ 계속 [종합]
  • 李대통령, '전쟁 추경' 서둘러야…"민생경제 전시 상황 총력 대응"
  • 나프타 대란에...‘포장재 고비’ 맞은 식품업계 “겨우 2개월 버틸듯”[중동발 원가 쇼크]
  • 오늘의 상승종목

  • 04.0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1,135,000
    • -2.18%
    • 이더리움
    • 3,101,000
    • -3.61%
    • 비트코인 캐시
    • 677,500
    • -2.8%
    • 리플
    • 1,984
    • -2.7%
    • 솔라나
    • 119,800
    • -4.62%
    • 에이다
    • 362
    • -3.21%
    • 트론
    • 481
    • +1.05%
    • 스텔라루멘
    • 248
    • -4.62%
    • 비트코인에스브이
    • 21,680
    • +2.46%
    • 체인링크
    • 12,970
    • -4.56%
    • 샌드박스
    • 112
    • -4.2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