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마트팜 접목된 '하이브리드 K뷰티' 시대로
'클린·비건' 요구에 응답...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 확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K뷰티 산업이 ‘브랜드 이미지’ 중심의 성장을 넘어 원료와 기술 경쟁력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힌 동력 중 하나는 가성비다. 미국·프랑스 제품 대비 가격이 저렴하지만, 효능·효과가 뛰어난 것이 최대 장점. 이제는 가격 마케팅과 브랜딩 차별화를 넘어 원료의 출처와 효능, 생산 방식까지 아우르는 근본적인 경쟁력이 무기가 되고 있다.
2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뷰티 기업의 관심사는 좋은 성분을 활용하는 것에서 자연에서 좋은 성분을 어떻게 추출해 만들어 확보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K뷰티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농업·바이오·데이터 기술 등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설화수’의 성분 강화를 위해 한방과학연구센터(SHSC)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해왔다. 핵심 원료인 인삼을 1960년대부터 연구해왔고, 별도 인삼밭 ‘시험포’를 통해 재배 환경과 품종까지 직접 관리 중이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소유의 차 정원에선 뷰티 원료 확보를 위해 녹차 품종 복원 및 신품종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비건 스킨케어 브랜드 ‘풀리’도 그린 토마토, 레몬, 쌀 등 자연 유래 성분을 활용하면서도 제품 전반에 비건 인증 체계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클린 뷰티(Clean Beauty : 친환경 화장품) 트렌드를 고려해 제조한 화장품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원료 확보가 중요한 만큼 인증 기준에 맞는 제조사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원료와 생산 공정을 동시에 관리, 원료 공급망 네트워크를 다져가고 있다.
국내 대표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는 원료 생산부터 연구, 제품화까지 아우르는 자연 유래 성분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스맥스는 충남 공주에 자생식물 재배지를 조성해 100여 종 이상의 약용식물을 직접 키우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스마트 그린팜을 통해 현지 자생식물을 활용한 원료 개발도 진행 중이다.
특히 3000여 종의 미생물을 확보하고 200건 이상의 관련 특허를 출원하는 등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농업과 접목해 원료 효능을 높이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비건 PDRN 등 생합성 기술까지 접목하며 원료 생산 경로 자체를 다변화하고 있다.
리만코리아는 ‘수직 계열화’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리만코리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병풀 스마트팜 ‘리만팜’을 통해 온도·습도·조도까지 정밀하게 제어된 환경에서 병풀을 재배하고 있다. 특히 ‘자이언트 병풀’을 100% 무농약으로 생산해 자사 브랜드의 독점 원료로 활용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해당 원료는 일반 병풀 대비 크기와 효능이 모두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전문가들도 자연 유래 성분 중심의 원료 경쟁은 K뷰티 성장을 위한 필연적 흐름이라고 본다. 본지 자문위원인 김주덕 서울사이버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K뷰티가 선진 뷰티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소재 개발과 첨단 과학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병풀처럼 이미 널리 쓰이는 원료도 재배 방식과 기능 강화 기술을 통해 차별화한다. 이 같은 경쟁력 강화가 K뷰티 지속성장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도 인체에 무해한 자연 유래 성분의 화장품에 주목하고 있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클린·비건 뷰티 수요가 증가하고, 소비자들이 꼼꼼히 성분을 살피는 기류가 강해지는 등 클린 뷰티 선호 트렌드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