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이 임박하면서 물류·택배·플랫폼 기업들이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 쟁점인 ‘원청 사용자성’ 범위 확대로 배송 단가와 업무 배정, 평가 체계 등을 설계해 온 물류 및 플랫폼 원청 기업의 책임 범위가 광범위하게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노동 관련 비용 부담이 커지면 가격 인상과 서비스 축소 등 소비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인해 물류·플랫폼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사용자성’ 판단 기준이다. 배송 단가 결정 구조, 업무 배정 방식, 실적 평가와 페널티 부과 체계 등이 근로조건에 대한 ‘구조적 통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원청이 단체교섭 의무 주체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위탁 구조에서 대리점이나 협력업체를 통해 교섭하던 방식이 원청과의 직접 교섭으로 확대된다.
물류·택배 산업은 통상 다단계 위탁 구조로 운영된다.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들이 대리점이나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지만, 업무 제공, 배송 단가 체계 및 업무 배정 알고리즘, 평가 시스템은 원청 기업이 설계·운영한다. 이 같은 구조가 하청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 행사로 판단되면 직접고용이 아니더라도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와 업계는 간접고용 노동자가 수백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택배 기사, 화물차주, 배달 라이더 등은 법적으로 개인사업자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일례로 CJ대한통운의 협력 택배기사 수는 약 2만2000여명, 대리점 수는 2500개에 달한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는 “그동안 택배사들은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해왔다”며 “원청이 공식적으로 직접 교섭에 참여하게 된다면 여러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업계에선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물류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이 업계에서 유일하게 교섭대표노조인 배달플랫폼노동조합과 단체 협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배달 플랫폼 업계 대부분이 라이더에 대한 사용자성이 사실상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라이더의 절반 이상이 전업이 아닌 부업·겸업으로 일하고 있다 보니 정확한 규모를 추산하기도 어렵고, 배달 라이더 종사자 대부분이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플랫폼을 선택해 일하고 있어서다.
업계는 “이런 특성상 노란봉투법에서 논의되는 근로자와 플랫폼 라이더는 결이 다르다. 사용자성을 입증하는 게 굉장히 복잡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노란봉투법 시행을 기점으로 플랫폼 업체 라이더들이 직접고용이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쟁의행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결국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사용자성을 둘러싼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물류·플랫폼 기업들의 경우 실제 감독 혹은 지휘 범위를 검토하고, 계약서나 내부 매뉴얼 검토가 필요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이에 따라 비용 구조 변화에 대한 부담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원청 사용자성이 폭넓게 인정돼 교섭 의무와 책임 범위가 확대되면 노무 관련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지난해 CJ대한통운은 자사 대리점 연합회를 통해 택배노조와의 단협을 체결하며 택배기사 휴식권 보장을 위해 출산휴가, 경조휴가 등 제도를 만들고 이와 관련한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이같은 노동 관련 비용 부담을 기업이 모두 소화하지 않을 경우 서비스 가격 인상이나 서비스 조정 및 축소 등 소비자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물류기업들은 대부분 택배기사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대리점을 통해 계약하는 구조로 노조법 시행 이후 택배노조가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