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장' 교섭 1137건…기업 '무한교섭' 리스크 커진다 [노란봉투법 100일]

입력 2026-06-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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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제조업 경영 공식
과거 협력사 책임 임금·작업방식
원청 실질 행사여부 폭넓게 따져
포스코 등 장기 비용구조 변화 주목
노사갈등이 새 경영이슈로 확산

▲그래픽=김소영 기자 sue@
▲그래픽=김소영 기자 sue@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시행 100일을 맞으면서 산업 현장의 노사관계 공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협력업체의 임금과 근로조건, 노사문제를 협력사 책임으로 구분했다면 이제는 원청 기업의 경영 리스크로 연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의 본질은 파업 증가가 아니라 한국 제조업이 30년 넘게 의존해온 간접고용 생산 모델의 비용 구조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산업 현장에서는 이달 5일 기준 하청노조 1137곳(조합원 약 16만 명)이 원청 431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있고, 접수된 사용자성 사건 80건 중 69건(86.3%)이 인정되며 원청 책임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손해배상 제한 조항보다 사용자 범위 확대에 있다.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 원청도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과거 협력업체 영역으로 여겨졌던 임금과 근로조건 문제는 물론 도급비, 작업 방식, 안전관리, 인력 배치, 생산 일정까지 원청의 책임 범위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노동위원회는 최근 원청 사용자성을 비교적 폭넓게 인정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용자성 판단의 핵심은 임금을 누가 지급하느냐가 아니라 원청이 안전관리와 인력 운영, 작업 방식, 장비·시설 운영, 평가·예산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초기 사례는 공공부문에서 나왔지만 최근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인천국제공항공사, LG유플러스 등 민간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 사례는 자회사와 협력업체 소속 설치·수리 인력까지 원청 교섭 논의 대상으로 포함되면서 제조업을 넘어 통신·서비스 업종까지 파장이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포스코의 경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계열 하청노조를 각각 상대해야 하는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 현대제철과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교섭단위 분리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기업들이 더 주목하는 것은 장기적인 비용 구조 변화다. 노란봉투법은 임금을 자동으로 올리는 법은 아니지만 교섭 채널을 열어 도급비와 외주 인건비, 안전·복지 비용, 법무·노무 대응 비용을 순차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특히 건설과 조선처럼 외주가공비 비중이 높은 업종은 교섭 결과가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KB증권은 국내 제조업 외주가공비가 130조원 규모에 달하며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일부 비용이 스마트팩토리와 산업용 로봇, 자동화 설비 투자로 이동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사 갈등이 자본시장 이슈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란처럼 영업이익 배분 요구가 확대될 경우 노사 협상이 배당과 자사주, 투자 재원 문제와 충돌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영 이슈로 발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기업이 고민하는 문제는 단순히 파업을 막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내 생산과 공급망을 어떤 비용 구조로 유지할 것인지가 새로운 경영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포스코와 현대차, 현대모비스, 한국타이어, HD현대중공업, GM한국사업장, 한화오션, 현대건설 등 주요 제조·건설 사업장에서는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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