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영부인 첫 공개 소환…“심려 끼쳐 죄송”
수사 개시 35일 만에 대면 조사
“성실히 수사 받겠다” 밝히고 입장
특검법상 수사 대상 16가지
혐의 방대해 수차례 소환 할 듯
주가 조작 등 5개 혐의 우선 겨냥
金 진술거부 안하고 녹화는 거부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6일 김 여사를 소환하면서 수사 개시 35일 만에 ‘정점’을 향하는 모양새다.
첫 대면 조사로 끝나지 않고 향후 추가 소환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보면, 수사 대상이 16개로 광범위한데다 이 중 13개 혐의에 김 여사 이름이 적시돼있다.

문홍주 특별검사보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출석 요구서에 기재된 혐의를 중심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호칭은 피의자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라고 수사 상황을 설명했다.
김 여사는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이다.
수사 기관에 피의자 신분으로 공개 출석한 영부인은 헌정사상 김 여사가 처음이다. 김 여사는 지난해 7월에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과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받았으나 당시 조사는 비공개로 이뤄졌다. 특히 검찰은 대통령 경호처 부속건물에 출장 조사를 나가면서 검찰총장에는 보고하지 않은 채 하루 뒤 공개하며 특혜 시비 논란을 키웠다.

“‘피의자’ 호칭⋯진술 거부하지 않아”
특검은 이번 대면 조사에서 김 여사 관련 16가지 혐의 중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명태균 공천 개입 및 무상 여론조사 △‘건진법사 부정 청탁’ 통일교 측 샤넬 가방 수수 △나토 순방 시 반클리프 목걸이 미신고 △대선 경선 때 허위사실 공표 등 5개 혐의에 집중했다.
특검은 “부장급에서 조사를 실시했다”며 특검 일부가 배석했다고 전했다.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입회했다. 이날 오전 10시 11분께 포토라인에 선 김 여사는 특검에 출석하면서 “국민 여러분들께 저 같이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특검 수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달 21일 김 여사에게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개입(자본시장법 위반) △건진법사 전성배 씨 청탁(알선수재) △명태균 공천 개입(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 및 뇌물수수) 등 세 가지 혐의가 담긴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이후 △명품 목걸이 재산신고 누락(공직자윤리법 위반) △대선 경선 허위사실 공표(공직선거법 위반) 등 두 가지 혐의를 추가한 출석 요구서를 재차 발송했다.
앞서 특검팀은 해당 혐의와 관련한 주요 관계자 가운데 윤석열 전 대통령과 건진법사 전성배 씨, 통일교 최고위 간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소환 조사를 마쳤다.

② 명태균 공천 개입‧여론 조사
③ ‘건진법사 청탁’ 샤넬 백 수수
④ 나토 순방 시 목걸이 미신고
⑤ 대선 경선 때 허위사실 공표
다만 출석 시간에 비해 실제 조사 시간이 절대적으로 짧다는 점은 문제로 거론된다. 특검팀은 별도 티타임 없이 곧바로 조사에 돌입했으나, 이날 김 여사에 대한 오전 조사는 10시 23분께 시작해 11시 59분 종료했다. 오전 조사 시간이 약 1시간 36분에 불과했다.
오후 조사 역시 점심 식사 뒤 1시에 재개해 2시 39분 중단하고, 30분 휴식 시간을 가진 후 3시 10분부터 개시되는 등 1시간 30분가량 조사에 30분 휴게 시간이 주어져 2시간 단위로 끊어졌다. 김 여사 측이 영상 녹화를 거부해서 녹화 없이 조사가 이뤄졌다.
김 여사는 2009~2012년 발생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돈을 대는 ‘전주’(錢主)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건으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9명이 유죄 판결을 확정 받았다. 법원은 김 여사 계좌 3개와 모친 최은순 씨 계좌 1개가 시세 조종에 동원됐다고 판결문에 남겼다.
김 여사는 2022년 재‧보궐선거와 작년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혐의, 2022년 4~8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현안을 부정하게 청탁받은 혐의도 있다.
또한 특검팀이 김 여사에게 보낸 출석 요구서에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 착용한 고가 목걸이를 재산 신고 내역에서 뺀 혐의,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토론회에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에 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까지 추가됐다.
아울러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등이 남아 있어 특검팀이 김 여사를 여러 차례 추가 소환하리란 예상이 나온다. 김건희 특검법상 수사기간은 90일간 1차 수사를 진행한 뒤 두 차례에 걸쳐 30일씩 기간 연장이 가능해 최장 150일이다.
박일경 기자 ekpark@‧윤희성 기자 yoonheesu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