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미스매치로 인한 고용 손실이 10여 년 새 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전문인력 부족이 심각해 인력수급 체계 재설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은 30일 발표한 '노동시장 미스매치 현황과 정책적 제언' 보고서를 통해 고용지표로는 포착되지 않는 고용의 비효율성을 파악할 수 있는 ‘미스매치 지수’의 활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미스매치로 인한 고용 손실은 2010년 상반기 1만 2000개에서 2024년 상반기 7만 2000개로 약 6배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민순홍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구직인원의 감소와 산업 간 인력 불균형, 구직자와 일자리 간 매치 효율성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미스매치가 심화되고 있다”라며 “미스매치 지수를 통해 노동시장을 모니터링하고 결정요인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고용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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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실업률이 3% 이하로 떨어진 최근에도 체감 구직난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 증가와 실업률 하락이 동시에 나타나는 ‘고용지표 역설’ 현상에 주목했다.
특히 20대 청년층의 구직 포기가 늘수록 실업률이 개선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전통적인 지표만으로는 노동시장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미스매치는 산업별 인력 수급 불균형과 매치 효율성 저하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구직자 수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35% 감소했지만 빈 일자리 수는 오히려 10% 증가하면서 인력 확보 자체가 어려워졌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일자리당 구직자 수가 40% 가까이 줄었고, 반도체·이차전지·의료정밀기기 등 첨단산업의 경우 연구개발(R&D) 인력 확보가 특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함께 고용의 질 저하 문제도 부각된다. 제조업·금융업·교육업 등에서는 팬데믹 이후 매치효율성이 낮아졌으나, 비정규직이 많은 건설업·도소매업 등에서는 단기 회복으로 매치효율성이 오히려 높아졌다. 이는 단기 고용은 늘었지만, 질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산업 간 임금·안정성 차이, 고학력자 증가도 미스매치를 부추기고 있다. 노동자들이 좋은 일자리로 인식하는 대기업 중심으로 구직이 몰리면서 특정 산업에만 인력이 집중되고, 이는 산업 간 인력 불균형을 초래한다. 고학력 구직자들은 하향 취업을 기피하고 전공 불일치 직종으로의 이직에 높은 비용을 느끼는 만큼, 노동시장 이동이 경직될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임금·안정성 기반의 ‘좋은 일자리’ 정책 실효성을 검토하고, 산업 특성에 맞춘 고급 인재를 석사급 이상으로 육성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구직자와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이 미스매치를 낮추는 데는 효과적이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비수도권 고용과 미스매치 안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형 퀵스타트(Quick Start) 사업은 지방 투자가 이뤄지는 시점에 맞춰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고 채용으로 연계하는 프로그램”이라며 “비수도권 일자리 창출과 지역인재 채용을 연계하는 이런 정책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