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다소 완화된 가운데 저축은행 업종은 올해도 업황 개선 기대감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극적인 PF 부실 자산 정리에도 저축은행의 자본건전성 수준은 모니터링 대상에 올랐다. 신용평가사는 향후 부동산, 실물경기 회복 지연으로 인해 저축은행 업계의 여신 둔화를 예상했다.
2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NICE신용평가(이하 나신평)는 지난 25일 저축은행 3곳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강등했다. 고려저축은행의 장기 신용등급은 ‘A-’에서 ‘BBB+’로 하향했고, 예가람저축은행의 장기 등급과 다올저축은행의 기업신용등급(ICR)은 ‘BBB+’에서 ‘BBB’로 내렸다. 지난 4일에는 한국기업평가가 바로저축은행의 ICR 등급을 ‘BBB’에서 투기등급 직전인 ‘BBB-’로 하향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본PF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성 평가 기준이 강화해 고정이하여신(NPL)이 급증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저축은행 79곳은 지난해 3974억 원의 합산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5559억 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다. 저축은행 79곳 중 34곳이 연체율 10%를 웃돌면서 업계 평균 연체율은 같은 기간 7.4%에서 9.9%로 상승했다. NPL 비율이 15%가 넘는 저축은행이 1년 새 6개에서 15개로 불어난 영향이 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 신용평가의 모니터링 지표로 △순손실 시현 △NPL 비율 7% 이상 △ BIS자기자본비율 11% 미만 △부동산PF/자기자본 100% 이상 등 4개 기준을 제시했다.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 저축은행은 각각 390억 원, 281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익스포져(위험노출액) 비중도 각각 141.1%, 149.9%로 100%를 훌쩍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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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업계는 추가 신용도 하락을 막기 위해 부실자산 정리를 통한 부동산 PF 익스포져 줄이기에 한창이다. 업권 차원에서 자체 NPL 회사를 설립하고 부실자산 매각을 위한 경공매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인신용대출을 확대하고,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 채권은 상각 처리하는 등 연체율 관리를 지속 중이다. 이에 예가람 저축은행의 PF익스포져는 2023년 말 3769억 원에서 작년 말 2544억 원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익스포저 양적 부담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고려저축은행과 예가람저축은행에 대해 부동산 경기 양극화, 조달 비용 상승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추가적인 대손 부담 발생에 따라 수익성, 재무안정성 수준이 악화하면 신용도 하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적극적인 부실자산 정리에도 보수적인 건전성 분류 기준을 적용하면서 고정이하 자산이 크게 늘었다. 향후 경상적인 수익창출력의 회복 수준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경기 둔화에 따른 부정적인 영업환경을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 수익성 저하 수준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계의 PF 부실자산 정리가 6월 말을 넘길 경우 대대적인 현장 점검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여신 심사의 책임 소재가 미흡한 일부 저축은행은 해당 기관과 임직원에 대한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부실 우려 사업장뿐만 아니라 정상, 요주의 단계라도 사업성이 떨어지는 PF를 포함해 정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수도권 저축은행 인수·합병(M&A) 허용 기준을 2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신속히 처리하라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