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유의자’(옛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자영업자는 14만129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10만8817명)보다 28.8%(3만1312명) 늘어난 수치다. 중장년층의 대출 상환 불능 상태가 두드러졌다. 60세 이상 신용유의자는 2만8884명으로 1년 전(1만9538명)보다 47.8% 폭증했다. 50대 증가세는 33.3%다. 이어 40대 24.2%· 30대 17.9%였다. 국가 경제의 실핏줄이 터져나가는 형국이다.
대출 구조도 걱정이다. ‘좀비’ 신세인 자영업자가 적지 않다. 금융기관 대출을 보유한 자영업자 336만151명 중 다중채무자는 171만1688명으로 전체의 50.9%에 달했다. 둘 중 하나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라는 얘기다. 이들 대출금은 693조8658억 원으로 전체 자영업자 대출(1131조2828억 원)의 61.3%를 차지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가계대출과 달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없다. 언제 터질지 모를, 가장 불안한 뇌관이다.
위험 신호는 널려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소득대비부채비율(LTI)은 344.5%로 집계됐다. 평균 소득의 3배가 넘는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같은 시점 비(非)자영업자 LTI(220.0%)를 크게 웃돈다. 지난해 11월 570만 명이던 자영업자는 올 1월 550만 명으로 줄었다. 절대 수가 외환위기 때인 1997년(590만 명)보다도 적다. 국가 경제의 취약점을 알려주는 골목상권의 줄폐업 사태다.
경기가 주기적으로 상승·하강을 반복한다는 경기순환론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언젠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기대난이다. 외려 대내외 불확실성만 짙다. 자영업 불황은 내수 부진 탓도 있지만, 고질적인 공급 과잉이란 구조적 문제 탓도 있다. 경기가 안 좋을 때마다 안정된 직장에서 밀려난 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창업 대열에 가세해 대·중소 도시 곳곳에 치킨집이 들어차고 프랜차이즈 카페가 늘어서는 진풍경을 빚어냈다. 고용 경직성 때문에 한 번 밀려난 이들은 다시는 안정된 직장 속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경기순환론과 관계없이 자영업은 햇볕을 쬐기 어렵다. 규제·노동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늘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대신 현실 안주에만 급급한 한국 경제의 고질적 병폐를 거듭 곱씹게 된다.
국가 경제위기는 금융위기에서 시작되고, 금융위기는 부실 대출에서 비롯되는 법이다. 적색등이 켜진 지 오래다. 우선 옥석 가리기가 시급하다.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취약차주의 경우 저금리 대환대출, 채무 조정 등으로 위기를 넘기게 도와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포도당 주사가 아니라 밥으로 산다. 국가 경제도 그렇다. 땜질 처방만이 아니라 구조적 대응책도 필요한 것이다. 자영업 문제를 해결하려면 규제 혁파·제도 개선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금융위기가 당도하기 전에 중지를 모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