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면적 상호관세 부과'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관세가 보험업권에 직접적 영향은 없지만,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보험사 자산운용 전략의 한 축인 해외 투자에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의 외화표시 유가증권 보유액은 올해 1월 말 기준 97조8144억 원으로 1년 새 11.4% 증가했다. 외화표시 유가증권은 달러, 유로 등 외국 통화로 발행된 채권이나 주식 등 유가증권을 의미한다. 환차익·이자수익 등의 기대 수익이 높지만 글로벌 시장의 환율·금리 등 외부 변수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주요 생보사별로 삼성생명의 외화표시 유가증권은 25조401억 원으로 15.8% 증가했다. 한화생명은 16.2% 늘어난 13조4543억 원, 교보생명은 14.8% 증가한 17조2586억 원을 기록했다.
보험사들의 글로벌 자산 비중 증가는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최대 54%)·한국(25%)·유럽연합(20%) 등 주요 국가에 차등 상호관세를 적용 방침을 밝혔다. 이후 글로벌 무역전쟁이 격화하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국내 금융시장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트럼프 1기 관세 정책으로 무역전쟁이 본격화됐던 2018~2019년 당시에도 글로벌 채권 금리가 급변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외화자산 비중이 큰 금융사에 작지 않은 충격이 있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채권과 대체투자 비중이 높은 보험사들은 환 헤지 비용 증가, 자산 가치 변동성 확대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 기조에 따라 자산운용 전략 수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