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단순 일부 비용 지원 말고 다른 유인책 내놔야”
정부와 한국전력이 에너지 소비 절감을 위해 편의점 냉장고 문 달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 점주들은 실효성과 비용 문제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지난해보다 50억 원 늘어난 2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냉장고 문 달기 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존 개방형 냉장고를 도어형으로 개조·교체하거나 도어형 냉장고(밀폐형 냉장고)를 신규 구입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에게 신청을 받아 설치비용의 최대 50%를 지원한다.
정부의 에너지 절감 정책은 지난해 전기료가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냉장고 문 설치로 냉기 유실을 최소화해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소상공인들의 비용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한국전력공사와 대한설비공학회에 따르면 식품매장의 개방형 냉장고를 문이 달린 냉장고(도어형 냉장고)로 개조·교체하면 전력 사용량이 50%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업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절감 사업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실효성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편의점 가맹 경영주들은 냉장고 문 설치 비용을 들이더라도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만큼 섣불리 사업에 참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정부에서 일부 금액을 지원해준다고 하지만 냉장고 문 설치를 위해 1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가맹점주가 얻는 경제적 효과가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아 무작정 참여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계 회장은 대형마트 매장에서 실험한 에너지 효율 효과를 편의점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도 했다. 대형마트는 개방형 냉장고 대수가 많은 반면 편의점은 마트에 비해 전기료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편의점은 점포 규모가 작아 냉장고 설치 시 손님들의 이동 동선도 불편해질 수 있어 난감한 측면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도 “비용 문제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신형 냉장고를 도입하지 못하고 기존 구형 냉장고에 문만 다는 방식이라 에너지 절감 효과에도 반감될 수 있다는 인식도 사업 참여율이 낮은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탓에 정부가 지난해 8월부터 이 사업을 본격 시작했지만, 현재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참여율을 매우 저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사 측에서도 가맹점주가 대부분인 편의점업계 구조상 점주에게 비용이 드는 냉장고 문 설치를 강제할 수 없는 만큼 참여율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비용 투입 대비 금액적으로 유의미하게 얻는게 있어야 가맹점주들도 참여할 것”이라며 “현재 일부 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식 외 매력적인 유인책이 없어 점주들의 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정부 부처 간 엇박자 정책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산업부는 냉장고 문 달기 지원 사업을 펼치는 반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기 때문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6년부터 온도 변화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우유류와 두부의 냉장 보존·유통 온도를 현행 0~10도에서 0~5도로 낮춰 관리를 강화한다.
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에너지 절감 정책을 펼치면서 다른 부처는 전기 소비를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냉장 유통 및 유통 온도를 낮추게 되면 냉장고 설비 비용만 대당 2000만 원이 들어 점주들에게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대형마트와 편의의점 환경이 다른 부분을 있을 수 있지만 밀폐형 냉장고를 도입하게 되면 개방형보다 전기 사용 및 전기료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 보조 사업으로 100% 다 지원하기가 어려운 만큼 향후 사업 참여율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고민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