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관리 총력전 펼쳐도…“사고 나면 본보기식 뭇매” [중대재해 건설사의 냉가슴②]

입력 2023-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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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근로자 추락사고 발생한 경기도의 한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근로자 추락사고 발생한 경기도의 한 공사현장. (사진=연합뉴스)

“모든 산업 현장 가운데 건설 업계만큼 현장 관리를 보수적으로 하는 곳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사고 발생 가능성이 가장 큰 일을 많은 인원이 하다 보니 사고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싶어도 여론만 나빠지니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건설업계는 중대재해 앞에서 한없이 움츠러든다. 건설사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전후 사정을 막론하고 해당 기업은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상황을 설명하려 들수록 ‘책임을 회피한다’는 인상만 남기고 여론은 악화한다. 대부분 건설사가 맞대응이 아닌 비판을 감수하는 이유다. 본지는 중대재해 사고 사례와 건설업계의 속사정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확인했다.

1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사망사고를 포함한 건설 현장 내 사고 사례로는 근로자의 부주의에 의한 사례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근로자 부주의 사고 사례 중에서도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하는 중 발생한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업계 사례를 종합하면 서울 내 한 철거 현장에선 근로자가 혼자 배수 작업을 하다 익사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배수 작업은 ‘2인 1조’ 작업이 원칙이지만, 해당 작업자는 나 홀로 작업에 나섰다가 익사했다. 또 협력업체 작업자가 보고 없이 새벽에 현장을 방문해 혼자 작업하다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례도 있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작업하시는 분들은 할당량을 마치면 작업을 먼저 마치고 퇴근할 수 있는 구조라 본인 작업량을 빨리 처리하면 할수록 유리한 구조”라며 “원칙상 나 홀로 작업이나 보고 없이 작업하는 경우는 없어야 하지만, 몰래 작업하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초보자보다 숙련자일수록 혼자 작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외부 업체를 통해 빌린 시멘트 펌프카 주변에 서 있다가 펌프카 호스 파열로 사망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해당 펌프카는 건설사 소유가 아니었지만, 펌프카 소유주의 점검 부주의가 사망사고로 이어졌고 공교롭게 그 현장이 공사 현장이었다는 이유로 건설사가 최초 책임을 짊어지게 됐다.

사망사고는 아니지만 각종 안전 수칙을 간과해 중상을 당한 사례도 확인됐다. 한 중견 건설사의 지방 광역시 내 사업장에선 굴착기 운전사가 운전석에서 내려오다 넘어져 손목 골절상을 당했다. 확인 결과 해당 작업자는 작업화가 아닌 슬리퍼를 신고 움직이다 미끄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또 안전 수칙 위반과 함께 개인 부주의에 의한 사고 사례도 속출했다. 경기도 한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는 계단을 올라가다 넘어지면서 공구에 맞거나, 경사로 주변 배수로를 넘어가다 다쳐 다리가 골절되는 사례도 보고됐다. 이 외에 원형 톱을 사용 중에 도구 사용 미숙으로 왼쪽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례도 있었다.

시스템을 2중3중으로 만들어 놔도 결국 현장 근로자들이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상황에서 사망자가 건설현장에서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건설사가 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처법은 여론에 밀려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때문에 건설업계는 안전 수칙을 위반하거나 개인 부주의로 사고가 발생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말 그대로 사력을 다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의 벽을 실감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장 근로자분들이 대부분 연령대가 높고, 최근에는 외국인 근로자분까지 많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건설사가 이런 상황에 대응해 현장에서도 만화 형식이나 다양한 언어로 제작한 안전 수칙 홍보물을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 관리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설사들은 중대재해법 시행을 전후해 안전관리 시스템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스마트 건설기술을 활용해 위험 현장의 인력을 대체하고, 안전관리 사각지대를 줄여나가고 있다.

이에 정부와 국회 역시 건설업계의 안전관리 노력과 고충에 공감하고 정책과 입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지난 1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건설 현장이 다른 산업 현장보다 위험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또 건설산업 재해와 관련해 개별 기업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토교통부와 환경노동위가 함께하는 공청회나 토론회 개최 등이 언급됐다.

장기적으로 건설업계는 안전한 건설 현장을 막기 위해선 관리비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 대한건설협회는 지난 7월 산업안전보건관리비(산안비) 계상 요율 상향을 요청하는 건의서를 고용노동부와 국토부에 제출했다.

산안비 요율은 2013년 오른 이후 10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건설협회는 산안비 요율을 현행 대비 17% 높여야 한다고 건의했다. 현행 산안비 요율은 2013년 책정된 1.86%로 1991년 1.81%에서 0.06%포인트(p)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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