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지 마" 서울시, 무용지물 '출산·육아' 칼 빼들었다

입력 2023-06-01 16:58 수정 2023-06-0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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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일생활 균형 3종 세트 6월부터 시행
국내 최초로 배우자 출산휴가 10일 의무 사용
근로자 경제 부담 경감·민간 참여 유인 필요

서울시가 ‘있어도 못 쓰는’ 출산휴가·육아휴직 제도에 칼을 빼들었다. 법이 보장하고 있지만 회사 눈치 보느라 혹은 불이익이 두려워 제도를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꾀하고, 궁극적으로 저출산 위기를 극복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근로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법·제도가 부족하고,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방안이 뚜렷하지 않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1일 이날부터 ‘일·생활 균형 3종 세트’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배우자 출산휴가(10일)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육아휴직 및 근로시간 단축을 권고하는 내용이 골자다.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근로자의 부담을 덜고 사업주의 책임을 높여 사실상 ‘무용지물’에 가까웠던 저출산 대책을 살려내겠다는 것이다.

2008년 출산휴가 제도가 도입된 이래 사용을 의무로 하는 건 서울시가 처음이다.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남성 노동자가 배우자 출산일로부터 90일 이내 출산휴가를 신청하고, 사업주는 10일을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2008년 ‘3일 무급휴가’로 시작된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는 2013년 5일(3일 유급, 2일 무급), 2019년 10일(유급)로 확대됐다.

그러나 현실은 제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배우자 출산휴가 10일을 다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양성평등문화팀에 따르면 시에서 10일을 모두 사용한 직원 비율은 약 76%다. 일부 사용한 경우가 14%, 아예 사용하지 않은 비율도 10%에 이른다. 민간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사용률이 높다는 공공 부문조차 약 30%가 법이 보장한 휴일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이를 의무로 하는 건, ‘있는 법’을 제대로 작동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시 서남권 직장맘지원센터의 김문정 센터장은 “남성이 육아를 함께 한다는 인식이 담겨 있다”며 “다른 지자체로의 영향도 클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분위기도 조성한다. 고용노동부 집계 결과, 지난해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약 13만 명에 불과했다. 서울시의 육아휴직 사용률도 30~35%에 그쳐 제도 활성화가 시급한 상태다. 서울시는 ‘눈치가 보인다’, ‘인사상 불이익이 우려된다’ 등 육아휴직 사용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부분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매년 한 차례 육아휴직 사용을 서면 권고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모니터링하도록 했다.

육아휴직 사용 분위기 조성은 고무적이지만 의무로 강제하지 못한 점은 실효성에 의문을 남긴다. 전 세계 출산율 ‘모범국’으로 불리는 북유럽은 육아휴직을 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덴마크는 부모가 각각 24주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고, 그 중 11주는 아빠 몫으로 ‘강제’ 할당하고 있다.

이정미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양성평등담당관 주무관은 “법적으로 육아휴직은 무급이 원칙이기 때문에 근로자가 경제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부분이 있어 강제가 어렵다”며 “이번 정책은 인식 전환이 목적이고,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 앞으로 법 개정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주 15~35시간 근무) 제도를 사용하도록 연 1회 권고하는 내용도 대체인력 보완 등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한,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 서울은 0.59명으로 참담한 수준이다. 인구소멸 위기에 맞서 저출산 극복에 팔을 걷어붙인 서울시는 9월 투자·출연 기관, 민간기업으로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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