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값의 비밀'…도수는 낮아지는데, 가격은 왜 오르나요 [이슈크래커]

입력 2023-02-23 16:02 수정 2023-02-23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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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holjjak@
▲신태현 기자 holjjak@
소주는 대학가부터 회식 자리까지 빠지지 않는 서민의 술입니다. 하지만 가격은 계속 오르면서 더는 ‘서민의 술’로 부를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재미있는 사실은 소주 가격을 결정짓는 요인 중 하나인 주정의 함량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소주 회사 맥키스컴퍼니(전 선양)가 알코올 도수 14.9도짜리 소주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깨질 것 같지 않았던 16도의 벽을 깬 국내 최저 도수 소주인데요. 1920년대 35도로 시작한 소주 도수는 현재 16도까지 낮아졌습니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20도 이상이 평균 도수였는데, 이젠 ‘빨간 뚜껑’으로 불리는 참이슬 오리지널(20.1도)이 ‘센 소주’로 취급받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도수가 낮아졌으니 가격도 낮춰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술값의 비밀, 알아볼까요.

도수는 내리고 가격은 올리고…‘소맥’ 최저 1만2000원

100여 년간 소주 도수는 꾸준히 낮아지고 가격은 올랐습니다. 도수가 낮아지는 건 부드럽고 약한 술을 찾는 최근 소비자 기호를 반영한 건데요. 소주 도수는 2014년 17도대로 떨어지며 20도의 벽을 깼습니다. 2019년에는 16도대 소주가 출시돼 업계 판도를 뒤집었죠. 현재는 16도 언저리가 일반적입니다. 참이슬의 경우 20.1도인 오리지널보다 도수를 낮춘 프레쉬(16.5도)를 찾는 사람이 더 많죠. 다만 이보다 도수를 낮추면 소주 특유의 ‘물비린내’ 잡기가 어려워 16도 이하의 소주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낮아지는 도수에 반해 가격은 고공행진 중입니다. 소주 출고가는 현재 1100원대 중후반에 형성돼 있습니다. 지난해 주정 가격 등 상승에 따른 평균 85원(7.6%) 상승분이 반영된 금액인데요. 마트·편의점 등 유통업계는 출고가 인상에 맞춰 소주 가격을 100~150원씩 올렸습니다. 식당과 술집에서는 병당 500~1000원 가까이 가격이 올랐죠. 몇 년 전만 해도 4000원이 기본이었지만, 현재 대부분 식당에서는 한 병에 5000원을 매기고 있는데요. ‘핫플(인기 명소)’이라 불리는 강남 일대 술집에서는 소주 한 병 가격이 만 원에 육박합니다.

올해는 가격이 더 올라 식당과 주점에서 소주 한 병 가격이 6000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맥주 가격도 인상이 예고돼 ‘소맥(소주+맥주)’을 즐기기 위해선 기본 1만2000원을 지출해야 할 전망입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도수가 낮으면 원가도 저렴하다?

그렇다면 도수가 내려가면 가격도 저렴해져야 한다는 말은 사실일까요. 원칙상 틀린 말은 아닙니다. 도수가 낮아지면 소주의 원료가 되는 주정(에탄올) 함유량이 줄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주정이 소주 가격 결정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합니다. 하이트진로, 참이슬, 이슬톡톡 등의 소주를 생산하는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소주 원재료의 매입액 비율은 △주정 외 42.85% △포장재료 17.95% △기타 2.58%죠.

소주 생산에 필요한 요소는 크게 △원재료 △술병과 병뚜껑 같은 부원자재 △노동력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소주 원재료는 다시 △주정(에탄올) △물 △감미료 등으로 나뉩니다. 주정을 물에 타 희석하고 단맛을 내는 감미료를 더하면 소주가 탄생하죠.

이중 주정은 소주 도수를 결정합니다. 주세법은 곡물 주정의 알코올 농도를 85~90%로 정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주정이 곧 알코올인 셈입니다. 소주의 주정 비율은 일반적으로 10~12% 수준인데요. 알코올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값은 0.6원가량 절약된다고 알려졌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주정 함유량 감소로 원가 절감의 이득을 누리는 주류 업체가 출고가를 내린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오히려 가격 인상을 지속해 주류 업체의 영업이익률만 높아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jhope@newsis.com
▲jhope@newsis.com
전 세계 경제위기가 소주까지…곡류 가격 인상이 문제

소주 업계의 입장은 다릅니다. 소주 가격을 결정짓는 주정의 함량은 줄었어도 주정 가격 자체가 올라 부담이 크다는 건데요. 지난해 2월 주정을 독점 유통하는 대한주정판매(10개 국내 주정 제조회사가 지분을 참여해 만든 주정 판매 전담 회사)가 주정 가격을 10여 년 만에 7.8% 인상했습니다.

주정은 곡류·감자류·조주정 등의 원료를 발효하고 증류해 만듭니다. 조주정은 불순물을 분리하지 않은 반제품 상태의 에탄올을 말합니다. 주정 제조 회사들은 국내에서 곡물을 구매하거나 해외에서 타피오카와 조주정을 수입해 주정을 제조합니다. 이들은 모두 물가 상승의 영향을 받죠. 특히 전량 수입하는 타피오카와 조주정은 환율과 국제 곡물 가격 인상 등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대한주정판매에 지분이 있는 진로발효의 2022년 3분기 사업 보고서를 살펴보면 쌀보리, 겉보리, 현미 등 국산원료 가격은 내렸는데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서 수입하는 타피오카와 브라질, 파키스탄, 캄보디아 등지에서 수입하는 조주정의 가격은 올랐습니다. 특히 조주정은 2019년 톤당 76만3000원에서 102만8000원으로 톤당 가격이 약 26만5000원(135%) 올랐죠.

술병·병뚜껑 등 원부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도 소주 가격 인상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제병업체는 2월부터 순차적으로 소주 제조업체에 납품하는 빈 병 가격을 병당 183원에서 216원으로 33원(18%)가량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병뚜껑 값이 16% 올랐죠. 인건비도 최저임금 기준 약 5% 올랐습니다.

다만 세금은 오히려 덜 내는 상황입니다. 최근 맥주, 막걸리 등에 매기는 주세가 리터당 30.5원이 올랐는데요. 증류주류인 소주는 이들과 다른 세금을 적용받아 세금 부담이 커지진 않았습니다. 이전과 같이 출고가의 72%를 세금으로 내는 상황이죠. 오히려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방안’의 후속 조치로 국내에 통관 수입하는 주정 원료에 할당관세(관세율0%)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세금 부담은 과거에 비해 덜한 셈입니다. 다만 소주 가격이 오르지 않더라도 주세 인상에 따라 맥주 가격이 오를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술 한 잔 기울이기는 더 팍팍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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