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거] “손님 밥 굶기는 문화?”...전 세계 달군 ‘스웨덴 게이트’의 실체는

입력 2022-06-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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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미국 인기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문화나 종교 차이로 다른 이의 집에서 겪었던 가장 희한한 일’을 묻는 말에 대한 답이었는데요.

“예전에 스웨덴 친구네 가서 방에서 놀고 있는데, 친구 엄마가 저녁 준비 다 됐다고 친구를 부르더라. 그랬더니 친구가 나한테 방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하고 자기는 식사하러 갔어. 기분 완전 별로였지.”

말 그대로 스웨덴 사람들은 놀러온 손님은 쏙 빼놓고 가족끼리 식사한다는 이야기이었습니다. 다소 평범한 답글 사이에서 눈에 띌만한 에피소드였죠. 다만 이때만 해도 작성자의 개인적 에피소드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해당 게시글이 올라온 이후 이와 비슷한 경험담이 줄줄이 올라왔습니다. 전 세계 누리꾼들이 ‘나도 스웨덴에서 그랬다’며 울분을 토하기 시작한 겁니다.

경험담은 일파만파 퍼져나갔습니다. 반응도 쏟아졌죠. 아이가 손님으로 왔는데 굶기냐며 스웨덴을 향한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이해할 수 없다’, ‘스웨덴 사람들 인색하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이후 경험담과 이에 충격을 받은 반응이 전 세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휩쓸었습니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이 사건에 이름을 붙입니다. 일명 ‘스웨덴 게이트’(Swedengate). 워터게이트 사건이 떠오르죠.

레딧에 올라온 글 하나로 시작된 이 논란에 거대한 권력형 비리 사건에 붙는 ‘게이트’(gate)를 붙인 겁니다. 그만큼 ‘먹는 것에 진심’인 글로벌 누리꾼들이 충격이 컸나 봅니다.

이후 사건은 소셜미디어에서 '#swedengate'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등장해 더욱 이목이 쏠렸습니다.

심지어 괴담에 가까운 경험담이 등장하며 충격은 배가 되었죠.

한 트위터 이용자는 스웨덴에선 친구네 집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는 "어릴 때 친구 집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어 친구 아버지에게 휴대용 변기(bajstunnan)를 요청해 볼일을 봤다"며 "나중에 이를 집에 가져가 쓰레기통에 버려야 했다”고 적었습니다.

이는 한국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습니다. 시쳇말로 '똥주머니 괴담'이라면서 말이죠.

전 세계 소셜미디어는 스웨덴게이트 해시태그를 단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가득 찼습니다. '밥 잘 안 주는' 스웨덴이란 내용이 전 세계를 한마음 한뜻으로 만든 겁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 사진에 ‘손님’과 ‘저녁 먹고 있는 스웨덴 가족’이란 문구를 붙인 밈이 대표적입니다.

또 들것에 실려 나가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한 그림은 ‘무슨 일이야’라고 묻는 말과 ‘스웨덴 친구네 집에서 머물렀대’라는 문구로 친구네에서 밥을 먹지 못해 쓰러진 밈으로 희화화하기도 했습니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의 한 사진도 밈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가족이 식탁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해당 사진은 소셜미디어상에서 “친구는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문구와 함께 밈으로 인기를 끄는 중입니다.

이 외에도 음식 대접을 잘 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를 표시해 스웨덴을 빨갛게 표시한 ‘지도 밈’, 스웨덴을 배경으로 하는 공포영화 '미드소마’(2019)'로 만든 밈 등이 화제입니다. 심지어 지금도 끊임없이 스웨덴 게이트 밈이 등장하는 중입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주한스웨덴대사관도 해명에 나섰습니다. 한국인들도 스웨덴 게이트 논란에 동참하자 적극 해명에 나선 건데요.

1일 주한스웨덴대사관은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이건(스웨덴 게이트) 스웨덴 사람들과의 피카(fika) 경험이 없어 나온 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피카는 가족이나 지인들과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스웨덴의 문화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주한스웨덴대사관은 "언제라도, 장소를 불문하고, 사람들과 함께, 하루에도 여러 차례 즐기는 시간이 바로 피카"라며 "함께 뜻깊은 시간을 갖기 위해 잠시 짬을 낼 수 있는 정당한 이유를 제공하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적었습니다. 이는 피카 문화를 소개하면서 스웨덴 식문화가 매정하고 야박하지 않다고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국내 누리꾼들의 반응은 다소 시큰둥합니다. 한 누리꾼은 "그래서 밥은 왜 안 주는 거냐"고 되물었습니다. 또 "다른 얘기를 하는걸 보니 밥은 안 주는 게 맞나보다", "어쨌든 밥 안 준단 소리”, “밥은 중대 사항”이라며 못마땅한 반응도 많았습니다. 핵심은 밥이라는 것입니다. 밥의 민족답지요.

스웨덴 게이트 논란은 스웨덴의 인종차별 문제로 확장되기도 했습니다. ‘스웨덴 게이트가 없다’라고 말하는 이들은 모두 ‘백인’이라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인데요. 즉 인종에 따라 밥을 주고 안 주고를 결정한 것 아이냐는 것입니다.

논란이 격화되자 트위터에선 ‘초콜릿 볼’ 이름을 둘러싼 갈등도 빚어졌습니다. 이는 코코넛 가루 등을 뿌린 스웨덴의 대표 간식인데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와 유사한 ‘니거볼’(negerball)로 불렸다고 합니다.

물론 이 단어는 2015년 스웨덴 언어위원회가 인종차별적인 단어로 규정해 사용이 중지됐습니다만, 스웨덴 내에선 여전히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사용하게 해달라는 주장도 있다고 합니다.

이에 지난달 31일 한 트위터 이용자는 “스웨덴의 백인들은 ‘초콜릿 볼’을 ‘니거볼’로 부르게 해달라고 싸우고 있다”며 스웨덴 게이트를 해시태그 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스웨덴 게이트’라는 말이 스웨덴 식문화에 대한 논의에서 나아가 인종차별과 혐오 문제로 옮겨가는 추세 같습니다.

한편 스웨덴 식문화를 향한 과도한 조롱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각국의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조롱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란 겁니다.

실제 스웨덴 사람들도 해당 식문화가 일종의 집에 방문한 손님을 향한 배려에서 시작된 문화일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노르웨이 뷰티 브랜드 창립자 린다 요한슨은 영국 인디펜던트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스웨덴인들은 놀러 온 아이와 식사하고 싶지 않거나 돈이 아까워서 밥을 주지 않는 게 아니다”라며 “놀러온 아이도 자신의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계획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해 그들의 식사를 방해하지 않는 차원에서 밥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 분석도 유사합니다. 4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에 리카드 텔스트렘 스웨덴농업과학대 교수는 “내 아이가 아닌 아이에게 식사를 제공하면 ‘당신이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지 않으니 내가 먹일 것’이라는 의미로 읽혀 상대 가족의 삶에 개입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어서 그런 것”이라며 “스웨덴 식문화가 잔인하거나 불친절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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