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격동의 텔레비전

입력 2020-12-30 15:16 수정 2020-12-3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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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지산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세계가전전시회)의 주인공은 늘 TV다. 뛰어난 화질과 대형 화면, 다양한 폼팩터(Form Factor)를 통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2020년에도 8K 해상도에 롤러블 OLED, 베젤리스 QLED, 마이크로 LED, 세로전환형 TV 등이 전시장을 장악하며 기술의 향연을 뽐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세계 1, 2위 TV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있다.

2021년 CES는 온라인으로 개최될 예정이어서 현장감은 떨어질 것이다. 그래도 TV와 디스플레이는 격동의 시기를 맞고 있고, 기술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이 새해 벽두부터 치열할 것이다. 2021년은 미니 LED TV가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주도하고, 마이크로 LED, 퀏텀닷(QD)-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양산이 시작되며, 국내 패널 업체들이 LCD 생산을 중단하는 격동의 해가 될 것이다.

이 가운데 미니 LED TV가 새로운 주류를 형성할 것이다. ‘미니(Mini)’라는 이름에서 보듯이 기존 LED보다는 작고, 마이크로 LED보다는 큰 사이즈의 LED를 광원으로 쓴다. 마이크로 LED로 가는 과도적 기술일 수 있지만, 그 자체로도 8K 해상도와 슬림한 두께를 구현하는 데 있어 탁월한 솔루션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LED가 스스로 점멸하는 로컬 디밍(Local Dimming)이 가능해 높은 색 재현성을 구현하고, 전력 소비가 적다는 장점도 가진다. 다만, 미니 LED는 여전히 BLU(Back Light Unit)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LCD TV의 연장선에 있다. LED가 작아지는 만큼 얇아지는 원리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자발광인 마이크로 LED가 이상적이다. 하지만 2500만 개의 LED를 옮겨 심어야 하는 마이크로 LED와 1~2만 개의 LED를 장착하는 미니 LED 중에 어느 것이 만들기 쉽고, 원가가 싸겠는가?

마이크로 LED와 QD-OLED가 대중적인 원가 구조와 양산성을 갖출 때까지는 미니 LED가 매우 유용한 대안일 것이다. 특히 이미 대중화 흐름을 타고 있는 OLED에 맞서야 하는 삼성전자 등 QD-LCD 진영에는 신의 한 수에 가깝다.

2021년 미니 LED TV는 400만대를 넘어서며 애초 예상보다 큰 시장이 설 것이다. 삼성전자가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이끌고, LG전자가 맞대응하며, 대부분의 중국, 일본 TV 업체들이 가담할 것이다. TV뿐만 아니라 애플이 주도하는 태블릿 PC와 노트북에도 미니 LED가 채용될 것이다.

수년간 구조조정과 치킨게임을 겪은 LED 업계는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격일 것이다. 기존 LCD TV에는 50개 미만의 LED가 장착되지만, 미니 LED TV에는 1~2만 개가 장착되기 때문에 스케일이 전혀 다른 게임이다. 과거 LED 산업도 LCD TV BLU로 쓰이게 되면서 비약적으로 도약한 바 있다. 당연하지만 LED가 작아질수록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OLED는 BLU가 필요 없어서 두께 면에서 태생적인 강점을 가지고, 화질 면에서 완전한 블랙을 구현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공장 가동을 계기로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OLED 진영은 프리미엄급 미니 LED TV의 도전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OLED는 롤러블같은 플렉서블 폼팩터와 투명 OLED 등으로 진화할 것이다.

2020년 TV 시장도 코로나 국면만큼 극적이었다. 수요 침체 우려와 달리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 시장은 이례적인 성장세를 경험했다. 여행 등 경험적 소비를 줄여서 모은 돈으로 홈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TV를 바꾼 결과로 해석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소비의 양극화 현상을 TV가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1980~90년대를 재현한 영화를 보면 배불뚝이 브라운관 TV와 모니터를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앞으로 20년 후 초슬림, 초대형, 초고화질 TV가 대중화된 시대를 살면서 지금의 LCD TV를 보게 되면 아련한 추억에 잠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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