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없어요”… 재건축發 강남 '전세대란' 오나

입력 2020-05-1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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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이주 수요에 주변 전셋값 들썩…"입주 물량 부족에 가격 더 뛸듯"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사는 세입자 김 모씨(37세)는 얼마 전 전세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에게 집을 비워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주택 보유자에 대한 실거주 요건 강화 규제 때문에 직접 입주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집주인의 말에 김씨는 근처 다른 집 전세를 구하려고 부동산에 연락했지만 전세 매물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인근 재건축 단지들에서 대규모 이주가 시작된 데다 7~8월 학군 수요까지 벌써 움직이고 있어 전세 매물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다. 김씨는 "다행히 아파트 전세를 구하더라도 그간 오른 가격 탓에 전세금 마련도 어려워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 여파로 강남권 아파트값은 최근 안정세를 찾았으나 전셋값은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출 규제와 1주택자 실거주 요건 강화 등 규제로 전세 매물이 크게 줄은 상황에서 인근 재건축 사업으로 인한 이주 수요까지 본격 발생하고 있어서다.

1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월 첫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6% 하락했다. 하지만 전세가격은 0.02% 올랐다. 이는 전주(0.01%)보다 오름폭이 다소 커진 수치다.

특히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의 전세가격이 0.02%에서 0.04%로 올랐는데, 서초구가 0.03%에서 0.05%로 상승폭이 가장 컸다. 강남구도 지난주 0.05%로 전주(0.02%) 대비 오름폭이 커졌다.

이처럼 강남권 아파트 전세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은 재건축 사업에 따라 이주를 시작한 단지들이 많아지면서 전세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당장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가 이달 25일부터 이주를 시작한다. 신반포4지구는 잠원 한신8·9·10·11·17차 아파트와 녹원한신아파트, 베니하우스빌라 등 7개 아파트와 상가 2곳을 묶어 재건축하는 단지다. 신반포4지구가 재건축 이주에 나서면 무려 2898가구가 주로 인근에서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단지 외에도 강남구 청담동 청담삼익아파트가 이달 말까지 이주를 완료할 예정이며, 서초구 방배13구역(1550가구)과 방배14구역(316가구)도 이주를 앞두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T중개업소 관계자는 "신반포4지구의 본격 이주에 앞서 일부 발빠른 주민들은 벌써 이주를 마치기도 했다"면서 "이제 전셋집을 구하는 주민들은 물건도 없는데다 인근 단지들의 시세가 오르면서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인근 반포 자이 아파트 전용면적 84.94㎡형의 전세가격은 올해 1월까지만해도 13억 원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14억 원대까지 올랐다. 반포미도아파트 전용 84.96㎡형도 올해 초에는 전세가격이 6억 원대였으나 이달 들어 7억 원이 넘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모습.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모습. (연합뉴스)

전세 수요는 늘고 있으나 전세 매물이 줄면서 거래 자체도 뜸한 편이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강남3구에선 7544건의 아파트 전세 계약이 이뤄졌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1만952건)보다 30% 넘게 줄은 규모다. 특히 6억 원 초과 고가 전세 거래 비중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요건에 2년 이상 실거주가 의무화되면서 고가 전세가 많은 강남지역에서 집주인들이 직접 입주하는 경우가 늘어난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 Y중개업소 관계자는 "이곳 세입자들은 신규 매물을 찾기보다 전세가격이 좀 올라도 재계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나 집주인들이 직접 입주를 결정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매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 전셋값이 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렇다고 앞으로 수요를 채워줄 만큼의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입주할 예정인 아파트는 4만2012가구로 지난해와 비슷한데다 내년에는 입주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보유세 인상과 대출 규제 등 정부 규제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전세 수요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정부는 불안 조짐을 보이는 서울 전세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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