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편] “한 석이라도 더”… 선거구제 개편 놓고 정치권 ‘동상이몽’

입력 2018-09-1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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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 도입 땐 군소정당 날개… 6·13 참패 한국당 ‘중·대선거구제’ 만지작

지지율과 의석수 사이의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편 원칙에 반대하는 정당은 없다. 명분이 확실해서다. 총선 때마다 평균 1000만 표 이상의 사표(死票)가 발생하는 현행 선거구제가 민의를 왜곡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지지율과 의석수 사이의 비례성을 강화하자는 대원칙에는 큰 이견이 없다.

최대 변수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각 당의 이해관계와 직결된 구체적 방안이다. 선거 방법에 따라 의석수 배분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 당이 원하는 개편 방향은 저마다 다르다. 특정 정당에 다소 유리한 방안이 있다고 해도 개별 소속 의원의 이해관계까지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20대 후반기 국회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가동이 본격화하면 복잡한 ‘동상이몽’의 게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군소정당에 유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 정의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의석수가 많지 않은 정당은 독일의 선거제도를 바탕으로 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한다. 이 방식은 각 정당에 정당득표율만큼의 의석수를 보장해 민의 왜곡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먼저 정당득표율로 국회 의석수를 배분한 뒤 이 의석수에 지역구 당선자 수를 뺀 뒤 남은 정당별 의석수를 비례대표 의원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100명을 뽑는 선거에서 어떤 정당이 정당득표율로 50%를 얻고 지역구에서 20석을 얻었다면 나머지 30석을 비례대표로 채우게 된다.

여야는 원칙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실제 제도를 도입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정당득표율과 의석수 사이의 비례성을 맞추기 위해서는 결국 국회의원 총수를 늘리거나, 지역구를 줄일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수를 늘리려 하면 강력한 국민적 반대에 직면할 것이 뻔하고, 지역구를 줄이는 방안은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을 피할 수 없다. 실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의원을 200명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100명으로 늘리자는 제안을 했지만 여야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소극적이라는 게 걸림돌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한 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고 가정했을 때 새 선거제도에 지난 20대 총선 결과를 대입하면 민주당은 123석에서 110석으로 줄고, 한국당(새누리당)도 122석에서 105석으로 준다. 반면 국민의당은 38석에서 83석, 정의당은 6석에서 23석으로 각각 늘어난다. 현재와 같은 독립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할 때에 비해 민주당과 한국당은 손해를 보게 돼 있다.

학계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민의와 가장 부합하는 의석분포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학계는 대체적으로 선관위의 방안과는 달리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쪽이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의원 숫자가 외국의 경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어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단기적으로는 국민적 반발이 불가피하겠지만 신뢰받는 정치를 통해 국민을 설득하려는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중·대선거구제 만지작거리는 한국당 =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미온적인 제1야당 한국당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비례대표를 어떻게 선출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면 중·대선거구제는 선거구의 크기에 관한 문제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은 “소선거구제는 끊임없는 정계개편을 유발하기 때문에 다당제를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국당 내부에서도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선거구제는 현재의 소선거구 여러 개를 합쳐 하나의 큰 선거구로 묶은 뒤, 의원 2∼5명을 한 번에 뽑는 방식이다. 현행 선거제도에 비해 군소정당에 국회 진출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중선거구제를 지지하고 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연동형비례제를 하면서도 저쪽(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중·대선거구제도 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학계와 전문가들의 평가는 회의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는 문구를 써 비판적인 보고서를 냈다. 입법조사처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중·대선거구제는 선거구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비례성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우리나라와 같은 혼합식 선거제도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할 경우 선거구 확대에 따른 단점으로 인해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일각에서는 농어촌 선거구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고 도시지역만 중선거구제를 도입하는‘도농복합선거구제’를 제안한다. 홍준표 전 대표가 2009년 자신의 자서전에서 언급했던 방안이다. 지역구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한국당으로서는 매력을 느낄만 한 방안이다. 하지만 농어촌과 도시의 인구차가 극심한 상황에서 ‘선거구 간 인구편차가 2대 1을 넘지 못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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