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 여기] 대우조선의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

입력 2016-11-0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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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 사전적 의미는 ‘살리고 죽일 수 있는 권리와 주고 빼앗을 수 있는 권리’이다. 때문에 죽을 ‘사(死)’ 자가 아닌 죽일 ‘살(殺)’ 자를 쓴다. ‘죽일 수 있다. 생명을 주고 빼앗을 수도 있는 권리, 남의 목숨과 재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를 가졌다는 섬뜩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대우조선해양의 생살(生殺)여탈권자(者)의 실체를 명확히 했다. 해를 넘겨온 대우조선 구조조정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 맥킨지가 독자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어설프게 구조조정 전도사를 흉내 내온 금융당국과 지휘를 총괄했던 산업부는 원론적인 대책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10개월 만에 완성된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분량이 45쪽에 달할 만큼 방대한 범주의 정책이 담겼다. 그러나 대우조선과 연관해선 그동안 밝혀온 자구계획에서 이미 드러났거나, 어느 정도 예상됐던 중장기 계획을 그리는 수준에 그쳤다. 새로운 내용은 눈에 띄지 않았다.

가장 큰 논란의 대상은 ‘대우조선을 해체할 수 있다’는 직접적인 언급이 누락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선을 긋고 곁가지 정책을 백화점식 나열에 치중했다. 대우조선 정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정부가 차기 정부로 짐을 떠넘겼다는 비판을 달게 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는 수술대에 오른 대우조선을 놓고 중장기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뒤 새 주인을 찾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민영화 계획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대우조선 처리문제는 차기 정권의 몫이라는 것이다.

정치권, 특히 여권에서는 이번 대책 마련에 있어 대우조선 처리문제는 안중에도 없었다고 한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거제라는 지역 연고가 뚜렷한 대우조선을 놓고 결단을 내리지 못하겠다는 얘기다. 거제는 협력업체까지 합치면 수만 명이 조선산업으로 먹고사는 도시다.

어느 정도 예견됐지만,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이 결국 대우조선의 생살여탈권을 쥐게 됐다. 정치 논리 때문에 대우조선은 만신창이가 돼도 없어질 수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치 논리에 따라 구조조정 프로세스를 진행하다 보니 원칙도 없고, 예측 가능성도 없는 돌발 상황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앞선다. 시장에서는 대우조선이 재무적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섰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으로 오히려 국내 조선업계가 동반부실이라는 위험에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대우조선에 지원하기로 결정한 4조2000억 원 가운데 3조5000억 원을 집행했다. 최근에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 자본확충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더 이상 추가 지원이 없다는 약속이 무색하다.

결국, 지금과 같이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상태에서 정부의 바람대로 정상화 궤도에서 새 주인을 찾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때문에 정부는 이번 발표를 끝으로 대우조선 구조조정에 마침표를 찍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법정관리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다시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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