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전기차 시대] BYD의 위엄… 자동차 왕국 따돌린 中 전기차 굴기

입력 2016-10-24 11:00 수정 2016-10-24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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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운 감도는 ‘전기차’ 시장

1928년 헝가리의 한 작은 마을. 성당에 딸린 창고 안에서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요란한 쇳소리가 들린다. 그 안에는 만들기 좋아하는 신부, 아뇨스 애들리가 있다. 수행한다며 문을 걸어 잠근 지 수일이 지났는데 감감무소식이다. 동네 사람들의 걱정이 하늘에 닿던 그때, 에들리 신부가 바퀴가 넷 달린 넓은 판자 위에 앉아 성당 문을 나선다. 그 이상스런 마차에는 나귀도 없다. 신부의 두 발도 판자 위에 올려져 있다. 스스로 바퀴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전기차다.

영국의 사업가 로버트 앤더슨과 프랑스 과학자 귀스타브 트루베의 손을 거쳐 50여 년 만에 자동차 형상을 띠게 된 전기차는 초반에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1900년대 초 포드가 저가 휘발유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면서 가격을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사람들은 ‘왜 비싸야 하는가’에 의문을 가졌고, 결국 답을 내놓지 못한 전기차는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그로부터 80여 년이 지난 2016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키워드로 전기차가 떠오르고 있다. 선진국들은 앞다퉈 관련 지원을 확대하고 있고,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도 라인업을 확대하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0년, 순수 전기차 424만 대 규모 급성장 = 배터리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전기차(EV)의 생산 규모는 424만4000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대중화돼 있는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이 50% 가까이 뛸 것으로 기대된다. 전기차 시장에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 세계의 공통 주제인 친환경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미래형 자동차인 스마트카 연구개발의 전초기지이기도 하다.

이 부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중국의 BYD다. 지난해 BYD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0% 증가한 6만1700만 대에 달했다. 선도업체인 미국의 테슬라(5만500대)보다 1만 대 넘게 더 판 것이다. 차값의 40%를 구매보조금으로 주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전기차 육성 의지가 BYD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시장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긴 자동차 강국 미국과 일본·독일의 경쟁도 뜨겁다. 일본의 미쓰비시(4만8200대)와 닛산(4만7670대)에 밀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5위를 달리고 있는 폴크스바겐은 2025년 1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다. 2020년 출시 예정인 ‘아이디(I.D.)’가 히든 카드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올해 ‘파리모터쇼’에서 전기차 전용 서브 브랜드 ‘EQ’를 공개하고 2025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15~2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김범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전략과 국가 정책 변화는 전기차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앞으로 더 다양한 모델들이 시장에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한국 전기차 시장의 변화 이끌까 = 세계 시장과 비교하면 한국은 걸음마 수준이다. 2012년 기아차 ‘레이EV’ 출시로 전기차 보급이 본격화됐지만, 미비한 충전 인프라와 경쟁력 없는 가격, 짧은 주행거리 등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가져온 변화의 조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차는 현대차가 내놓은 최초 상용 전기차다. 1회 충전으로 191㎞를 달릴 수 있고, 가속 성능이 10.2초로 비교적 짧다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더 큰 매력이 있다. 바로 차를 살 때 1200만 원이 넘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정부의 산업 육성 의지는 시장 성장으로 연결된다. 당국은 내년부터 눈으로 식별 가능한 전기차 전용 번호판을 발급할 계획이다. 전기충전소도 2020년까지 2500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처럼 ‘돈버는 시장’이라고 판단한 나머지 자동차 회사들은 연구 개발에 잰걸음을 걷고 있다. 르노삼성은 1회 충전 250㎞를 달리는 1톤 전기 상용차 프로젝트를 출범했고, 쌍용차는 2019년 양산을 목표로 주행거리연장형 전기차 ‘티볼리EVR’를 선보였다. 한국지엠은 쉐보레의 순수전기차 ‘볼트(Bolt)’를 내년 중 출시할 계획이다.

이택수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인프라가 구축되면 전기차 시장은 스마트폰 대중화에 비견될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며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라인업 구성과 상표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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