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S] 기술수출 토종신약들, 글로벌 M&A에 몸값 상승 예감

입력 2016-09-2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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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간, 토비라 인수로 동아에스티 해외파트너 교체

글로벌제약사들의 활발한 인수·합병(M&A) 움직임에 국내 제약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약 판권을 가져간 해외 파트너들의 주인이 바뀌면서 수출 신약의 몸값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된다. 다만 과거 해외 파트너의 교체로 공들여 개발한 신약의 해외 진출이 좌초된 경험이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다국적제약사 엘러간은 미국 제약사 토비라를 17억 달러에 인수할 예정이다. 토비라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으로 이번 인수의 핵심이 NASH 치료제의 후보물질 확보로 분석된다. NASH는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 중 간세포가 괴사되는 질환으로 아직 치료제가 없어 주목받는 시장이다.

▲동아쏘시오 R&D센터
▲동아쏘시오 R&D센터
엘러간의 토비라 인수는 국내제약사 동아에스티 입장에서도 큰 뉴스다. 토비라는 동아에스티가 최근 당뇨치료제 ‘슈가논(성분명 에보글립틴)’을 기술 수출한 업체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4월 토비라와 총 6150만달러 규모의 슈가논 수출 계약을 맺었는데, 당뇨치료제가 아닌 NASH 치료제 용도로 슈가논의 상업화를 시도하는 조건이다.

토비라는 최근 현재 개발 중인 세니크리비록과 에보글립틴을 결합한 복합제를 NASH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미국 임상1상시험에 착수했다. 엘러간의 토비라 인수가 확정되면 동아에스티의 해외 파트너도 엘러간으로 바뀌게 된다.

동아에스티 입장에서 해외 파트너 변경에 대한 손실을 따져보면 표면적으로는 큰 호재다. 토비라보다 자본과 R&D 노하우가 월등한 엘러간이 에보글립틴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뛰어들면 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상업화 이후 영업활동에서도 폭넓은 판매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실제로 엘러간이 토비라가 개발 중이던 NASH 치료제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낙점, 에보글립틴의 글로벌 시장 데뷔가 더욱 가까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엘러간은 추가 NASH치료제 확보를 위해 또 다른 제약사의 인수도 추진 중이다.

물론 엘러간이 토비라가 진행 중이던 신약 개발 전략을 변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엘러간의 인수만으로 성공을 낙관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동아에스티는 개발단계 진전 및 판매에 따른 마일스톤과 로열티만 받을 뿐 해외파트너의 개발과 영업활동에는 개입하지 않는다.

사실 그동안 국내제약사들이 신약 기술을 수출한 이후 글로벌제약사간 M&A로 해외 파트너가 변경되면서 희비가 엇갈린 경우가 종종 있었다.

셀트리온은 해외 파트너 교체가 지금까지는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한 사례로 평가된다. 당초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의 북미와 유럽 시장 판권을 미국 제네릭 업체 호스피라에 넘겼는데, 지난해 2월 화이자가 호스피라를 인수했다. 당시 화이자도 유사 영역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서 중복되는 분야는 판권을 되돌려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화이자는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판권을 가져가고, 나머지 개발이 마무리되지 않은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의 판권은 포기했다. 램시마는 글로벌 경쟁업체보다 4~5년 가량 빨리 개발됐다는 점에서 셀트리온의 최대 유망주로 꼽힌다.

셀트리온 입장에서는 가장 기대를 모으는 제품의 판권을 연 매출 50조원의 화이자가 보유하게 되면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램시마는 유럽 시장에서 동일 성분 시장에서 점유율 40%를 차지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지난 4월 허가받고 발매를 앞두고 있다.

동아에스티가 개발한 슈퍼박테리아 항생제 ‘시벡스트로’도 해외 파트너 교체로 변수가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2007년 시벡스트로 개발 단계에서 미국 제약사 트리어스 테라퓨틱스에 기술 수출했다. 이후 항생제 전문 제약사 큐비스트가 트리어스를 인수했고 지난 2014년 국산신약으로는 두 번째로 미국 FDA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초 글로벌제약사 MSD가 큐비스트를 인수하면서 파트너는 다시 MSD로 바뀌었다. 해외파트너의 규모가 커지면서 영업력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대형 파트너 효과가 가시화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동아에스티는 시벡스트로 판매금액의 3~5%를 로열티로 받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제약사일수록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어 모든 약물에 개발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현재 MSD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수출 신약이 글로벌 신약으로 도약하기엔 수많은 변수가 있어 셀트리온과 동아에스티의 경우 해외 파트너 변경에 따른 효과는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이미 일부 국내제약사들은 기술 수출 업체의 M&A에 따른 아픔을 경험한 바 있다.

일양약품은 지난 2008년 소화성궤양치료제 ‘놀텍’의 미국 임상을 주도하던 TAP사가 임상3상 진입단계에서 포기를 선언하면서 미국 진출이 무산됐다. 당시 TAP사를 인수한 다케다가 ‘놀텍’의 경쟁약물을 보유하고 있어 놀텍을 개발을 중단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동화약품은 2007년 미국 P&G사와 총 5억달러 규모의 골다공증치료제 수출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2009년 P&G사의 전문의약품 사업부가 워너칠콧사에 인수된 후 워너칠곳 측에서 해당 제품의 개발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면서 수출계약은 백지화됐다.

이종혁 호서대 제약공학과 교수는 "해외 파트너를 선정할 때 개발·판매권을 모두 넘기고 손을 뗄 경우 판권이 또 다시 다른 업체로 넘어가면서 최초 개발자보다 판권 보유 업체가 실속을 챙기는 경우도 많다"면서 "수출 계약을 진행할 때 공동개발·연구를 통해 리스크를 공유하는 전략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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