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유미의 고공비행] 용선료 협상이 힘든 3가지 이유

입력 2016-05-19 12:25 수정 2016-05-1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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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유미 산업부 차장

18일 오후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고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용선료 협상이라는 현대상선 운명의 향방을 결정할 첫 단추가 어떻게 끼워지느냐에 관계자들은 물론 기자들까지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용선료란 배를 빌리고 배 주인에게 지불하는 돈이다. 현대상선의 지난해 용선료는 약 9800억원이다.

이날 협상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가량 마라톤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줄다리기 협상 끝에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결론을 내리는 데는 실패했다.

사실상 이번 협상은 선주들이 서울까지 왔기에 협상이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지만, 한편으로는 예상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글로벌 선주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 진행이 상당히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도 글로벌 선사 중에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한 사례는 2014년 이스라엘 선사 ZIM(짐)이 유일할 정도다.

어쩌면 한진해운도 이 같은 애로 사항을 감안해 짐의 용선료 협상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유럽 구조조정 전문 법률자문 회사인 영국계 프레시필즈(Fresh Fields)를 용선료 협상을 위한 자문 로펌으로 선정했는지도 모르겠다.

용선료 인하 협상 성공률이 그토록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어마어마한 배들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 선주들은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내 선사 외에도 머스크 등 글로벌 주요 선사 대부분과 거래를 하고 있다. 우리 선사 비중은 전체의 10%도 안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다 보니 해외 선주들 입장에서는 현대상선 용선료를 깎아줄 경우 나머지 80~90%에 달하는 또 다른 글로벌 선사들까지 잇따라 인하 요구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해 용선료를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더라도 나머지 글로벌 선사들의 용선료 인하 규모보다는 크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다행히 용선료 인하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 해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계산이 확실한 선주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공짜로 인하해 줄 리가 없다는 의미다. 용선료를 깎아주는 대신 용선기간을 더욱 늘리든지, 다른 대가를 원할 것이다.

실제로도 현대상선은 선주 측에 용선료를 평균 28.4% 깎는 대신 인하분의 절반가량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일부는 경영정상화 후 수익 발생시 현금 보상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이에 선주들은 현대상선이 유동성 부족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될 경우에 대한 대비책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용선료가 인하되면 한진해운, 현대상선과 수송 계약을 체결한 화주들까지도 나서 오히려 운임 인하를 주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 얘기다. “니네만 힘드냐? 우리도 죽을 지경이다!”라고 말이다.

결국 산업은행이 한진해운,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한 조건으로 이토록 힘든 용선료 인하를 내걸며, 실패할 경우 법정관리 행이라는 이분법적 논리를 주장하는 게 과연 옳은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양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용선료 인하로 매년 수천억원을 절감할 수 있지만 이들의 생사와 연결짓지 말자는 얘기다. 그냥 조건없는 정부의 통 큰 지원은 정말 어려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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