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 경제학’ 경종 울린 논문..“공저논문서 여성기여도 무시”

입력 2016-01-12 10:54 수정 2016-01-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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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저스틴 울퍼스 교수, 하버드 女박사 논문 인용해 비판

“왜 팀워크가 여성에게 불리한가.”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실린 저스틴 울퍼스 미국 미시간대 교수의 칼럼 제목이 눈길을 끈다.

“왜”라는 단어는 이미 현상에 대한 단정을 내리고 있다. 팀워크가 여성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내용을 하나하나 뜯어보자. 칼럼은 하버드대 경제학과 박사 과정인 해더 사슨스(Heather Sarsons)의 논문 ‘협업에 대한 인지에서의 성별 차이(Gender Differences in Recognition for Group Work)’(논문은 이 주소로 들어가면 볼 수 있다 http://scholar.harvard.edu/sarsons/publications/note-gender-differences-recognition-group-work)를 계기로 쓰여졌다.

경제학계에서 여성은 여전히 소수이며, 있다고 하더라도, 심지어 재닛 옐런처럼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까지 된 경제학자라고 해도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리스트에 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사슨스의 논문은 지난 40년간 미국 상위권 대학에 채용된 젊은 경제학자들의 논문 게재 데이터를 통해 이런 사실을 고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논문에선 우선 여성 경제학자들이 남성 학자들과 같이 연구하고 논문을 쓸 경우 여성들의 협업 기여도가 낮게 반영되고 있으며, 그래서 여성 경제학자들이 단독으로 논문을 썼을 경우 종신 교수가 될 확률이 더 높다고 전하고 있다. 통계상 약 8~9% 더 높아진다.

이제서야 저스틴 울퍼스 칼럼 제목이 이해가 된다. “왜 팀워크가 여성에게 불리한가.”

어처구니없기도 하지만 현실이기도 한 관행에 근거한다. 만약 남성과 여성 경제학자가 함께 논문을 썼을 경우 누구의 공이 더 크다고 생각할까. 짐작대로다. 남성의 기여도가 높고 여성은 보조한 정도로 여겨지고 있다.

논문에선 여성 경제학자가 남성과 쓴 공동 논문을 쓰는 것은 종신교수(tenure)가 될 가능성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전한다. 공저 논문에서 여성은 기여도를 하나도 인정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꼭 남성이 지도교수이거나 선배여서가 아니다. 반면 남성이 다른 남성과 논문을 공저했을 경우에 이들은 똑같은 기여도를 갖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사실이 중요한 건 실제 여성들이 종신교수 신청에서 떨어질 확률이 남성보다 두 배나 높다는 사실을 설명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뉴욕타임스)
경제학계에서만 이런 것일까. 사슨스는 사회학계에서도 같은 조사를 했다. 그런데 경제학계처럼 여성과 남성의 협업 기여도에 대한 눈에 띄는 성별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사회학 논문은 기여도가 높은 사람 순으로 공저자를 기재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울퍼스 교수는 “경제학계에서는 알파벳 순서대로 공저자를 표기하고 있는데 이것이 성별 차이를 더 두드러지게 할 수도 있다.”고 봤다. 즉, 기여도 순으로 저자 표기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얘기.

흥미롭게도 사슨스의 논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논문은 의도적으로 단독 저술됐습니다(This paper is intentionally soli-authored).” 이 논문에 기여한 만큼 충분하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마초 경제학’에 대해 국내외 경제학자들의 지적, 혹은 인지는 물론 결코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한 국내 젊은 경제학자는 “두 사람이 같이 논문을 썼는데 한 사람은 대가이고 한 사람은 주니어라면 당연히 대가의 기여가 큰 논문을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경제학이 대체로 남성들이 많이 했던 학문이기 때문에 대가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여성 대가가 적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울퍼스 교수는 지난해 11월의 칼럼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는데, 신문 기자들도 종종 성별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NYT의 기자가 쓴 기사를 예로 들었다. 기사는 로렌스 카츠, 클라우디아 골딘 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쓴 논문을 인용했는데(둘은 공동 논문을 매우 많이 쓰며 서로를 개인적으로도 학문적으로도 가까운 사이라고 칭한다) 자연스럽게 저자를 ‘카츠와 골딘’이라고 칭했다. 알파벳 순으로 하더라도 골딘이 먼저 나와야 하며, 논문의 제1 저자는 골딘이었다. 골딘은 하버드대 경제학과에서 처음으로 종신교수가 된 여성 교수이기도 한데 언론의 주목을 더 끌었고 남성인 카츠가 앞서는 ‘카츠와 골딘’으로 칭해지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여성이 협업에서 불리하지 않으려면 홀로 논문을 썼을 때에도 ‘높은 품질’임을 보여주면 된다는 것. 그리고 ‘인해전술’이 필요할 만큼 여성 경제학자들이 다수가 되어 그 중에 대가도 배출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는 것일테다.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계속된 인식 변화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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