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현장] “규제만 풀어주면 누구든 찍지”…경기 이천 총선민심 ‘살랑살랑’

입력 2020-04-03 09:03 수정 2020-04-0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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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시민들 수도권규제 이슈에 민감…“규제때문에 SK하이닉스 증설 못해"

“힘 있는 지역정치인 만들어야 발전” vs “자리로 치면 민주당 후보가 높지”

▲경기도 이천시 4총선 후보인 김용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송석준 미래통합당 후보의 선거사무소가 마련된 건물에 각 후보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유충현 기자 @lamuziq)
▲경기도 이천시 4총선 후보인 김용진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송석준 미래통합당 후보의 선거사무소가 마련된 건물에 각 후보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유충현 기자 @lamuziq)
4ㆍ15 총선을 약 2주 앞둔 1일. 경기도 이천시 중심가의 풍경은 전국을 강타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가 한풀 꺾인 모습이었다. 일명 ‘중앙통’으로 불리는 이천의 중심가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제법 보였다. 인근이 설봉공원 곳곳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장려하는 현수막이 붙어있었지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봄꽃 구경을 나온 시민들도 보였다. 공원 인근 식당 주인은 “저번 주만 해도 텅텅 비었었는데, 이제 조금씩 밖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이천은 중앙정부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의 고위공직자 출신 인사가 맞붙는다는 점에서 주목이 쏠리는 곳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기획재정부 2차관 출신인 김용진 후보가, 미래통합당에서는 서울지방국토청장 출신 현역의원인 송석준 후보가 각각 출마했다. “이천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려운 곳인데, 동시에 해 볼 만한 곳이에요. 이번에도 도무지 누가 될지 모르겠어”. 중리동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선거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천은 역대 선거 결과에서도 특정 정파에 대한 뚜렷한 지지성향을 찾아내기 어렵다.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는 송석준 새누리당 후보가 50.99%의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이듬해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에서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36.39%를 득표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27.47%)를 8.62%P(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가장 최근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2.16%를 득표했다. 민주당 지지세가 점차 높아지는 흐름이 관찰되고는 있지만, 이번 총선은 코로나 사태 여파 속에서 치르지는만큼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과의 대화에서도 마음을 읽어내기 어려웠다. 시민들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말에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다만 ‘요즘 사람들이 뭐라고 하느냐’는 질문에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의견을 말했다. 많은 이들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하기보다는 정부 또는 야당을 비판하는 식으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표현했다. 관고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50대 여성은 “우리 같은 영세업자들은 단순하다. 먹고 살기 어려우면 정치 못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온 나라가 그렇지만 지금 이천 경기는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시내 곳곳에 있는 택시승강장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줄지어 서 있었다. 기사들이 차 밖으로 나와 삼삼오오 모여 정치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자신을 ‘이천 토박이’라고 소개한 50대 택시기사 A씨는 “마음 가는 후보가 한 명도 없다”며 양쪽 모두를 비판했다. 그는 “송석준이나 김용진이나 이 동네에서 얼굴이 없던 사람이다. 이천에 워낙 인물이 없다 보니 나라에서 높은 자리 하던 양반들이 ‘나가면 되겠는데’ 하면서 별안간 나오는 거지”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택시기사 B씨의 의견은 달랐다. “지금부터라도 재선, 3선, 4선 의원을 만들어 중앙에서 힘을 쓰는 지역정치인을 키워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옛날에는 이천, 용인, 광주, 평택 이렇게 근처 4대 도시 중에 이천이 제일 컸는데, 지금은 뭐 쨉도 안된다”면서 “도시가 커지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 데 힘 좀 쓰는 정치인이 한 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현역의원인 송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B씨가 이같이 말하자 A씨가 “자리로 치자면 민주당 쪽에 나온 양반이 더 높지”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이천 곳곳에서 만난 시민들의 의견은 저마다 달랐지만 한 가지만큼은 공통적이었다. 지역생산 기여도가 높은 SK하이닉스와 관련된 문제에 대단히 민감하다는 점이다. 특히 과거 환경규제 문제로 SK하이닉스 클러스터 유치가 불발된 것을 두고도 ‘규제 때문에 용인에 빼앗겼다’며 불만을 표하는 시민이 많았다. 60대 공인중개사 권 모씨는 “이천은 하이닉스가 먹여살리는 곳”이라며 “수도권 규제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어느 당인지는 별로 중요치 않다”이라고 말했다.

이천의 또 다른 특징은 ‘도농복합도시’라는 점이다. 이천평야로 대표되는 농촌지역의 경우 보수적인 정치색이 짙은 반면, 도시 지역에서는 비교적 진보적 성향의 유권자들이 많다. 지역에 따라서도 ‘원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원도심 지역은 보수색이 강한 반면, SK하이닉스 근로자 등 외지인 유입이 많은 부발읍ㆍ대월면 일대는 진보진영의 지지세가 만만치 않다. 각 후보는 지역별로 제각각 다른 정책적 수요를 고려해 전략적인 선거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이천시 유권자 가운데 원주민과 유입인구의 비중은 약 3대 7 정도로 추산된다. 도시 규모가 커지고 인구가 증가할수록 유입인구 비중도 점차 높아지는 중이다. 단순하게 보면 ‘지역색채’가 흐릿해지는 현상은 일단 여당인 민주당에 긍정적인 흐름이라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로 인한 ‘토박이 결집’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설봉공원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은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은 어차피 모래알 아니냐”면서 “실질적으로 힘을 쓰는 곳은 동창회나 지역단체 같은 곳인데, 이런 쪽은 토박이들이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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