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끝까지 요란한 新실손보험

입력 2017-03-2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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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준 기업금융부 기자

멈칫하거나 부인하거나 둘 중 하나.

다음 달 1일 출시되는 실손의료보험 신상품에 대한 업계 분들의 솔직한 심정이 궁금했다.

“신상품을 가족에게 추천할 거냐?”고 물었다. 한 분(A보험 대리점)은 “자기부담률은 오르고 보장은 줄어드는데 가격만 착해지면 뭐하냐”고 했다. 다른 분(B생보사)은 “사람 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보장 넓은 구(舊)상품이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누구 하나 속 시원히 신상품이 좋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개혁에 대대적인 공을 들였다. ‘착한 실손’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신상품은 기존 한 덩어리였던 상품을 네 덩어리(기본형 + 특약1·2·3)로 분류한 게 특징이다. 과잉진료가 잦아 보험료 상승의 주범이 됐던 도수치료 등을 특약으로 발라냈다.

이로써 기본형 가격은 확 내리고(약 25%), 특약의 자기부담률을 늘리고 보장을 줄여 모두 가입해도 가격이 소폭(약 7%) 하락한다. 하지만 “누가 불안하게 기본형만 가입하겠냐”, “특약 쪽 자기부담률을 올렸는데 보험료 내린다고 자랑하는 건 조삼모사(朝三暮四) 아니냐”라는 비판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최근에는 신상품 가격 통제 논란도 일었다. 금융당국이 기존에 내뱉은 가격 인하폭을 업계에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본형은 약 25%, 전체 가격은 약 7% 인하’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되고 있다고 업계 실손 담당자들은 말한다. 업계 한 분(C손보사)은 “당국이 이미 한 말이 있어 어떻게든 그 수준으로 따라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당국이 보험사의 가격 결정 자율성을 지나치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당국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25% 값싼 실손보험이라고 공언해 왔는데 구(舊)상품과 가격에서 별반 차이가 없으면 소비자의 질타를 받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국이 겉으론 가격 자율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회초리 들고 가격 단속에 나서는 것은 모순(矛盾)이라는 생각이다. 내용상 신상품의 평가가 분분하니, 당국이 가격에 더욱 집착한다고 말하면 과장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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