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중에 밖으로는 외세에 위축되지 않고, 안으로는 다 함께 잘사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기야 일부 졸부들은 자신들의 부(富)를 더 과시하기 위해서 다 함께 잘사는 것을 꺼리고 오히려 빈부의 격차가 많이 생기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 옹졸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졸부다. 가난한 이웃을 배려하면서 존경받는 부를 누려야 졸부를...
암행어사 박문수 선생이 필운대(弼雲臺)에 올라 지은 시가 있다. “그대는 노래 부르고 나는 휘파람 불며 높은 곳에 올라보니, 오얏꽃 하얗고 복숭아꽃 붉어 온갖 꽃이 다 피었구나. 이와 같은 풍광과 이와 같은 즐거움 속에서, 해마다 태평의 술잔에 오래도록 취했으면(如此風光如此樂 年年長醉太平杯).” 태평성세를 염원하는 시이다. 이 시에 나오는 ‘풍광(風光)’은...
화목한 가정, 따뜻한 사회는 서로에 대한 서로의 관심으로부터 시작되며, 서로에 대한 관심은 상대의 말을 진지하게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서 상대가 말을 할 때는 딴전을 보거나 꼬장을 부려서는 결코 화목하지도 따뜻할 수도 없다.
딴전은 순우리말 관형어인 ‘딴’과 한자 ‘전(廛)’의 합성어이다. 순우리말 ‘딴’은 “아무런 관계가...
중국에서는 공자가 괴력난신(怪力亂神), 즉 괴이한 것, 폭력적인 것, 음란하거나 문란한 것, 귀신에 관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사실상 금하였고, 그 영향으로 인해 소설이 경시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는 어제 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중국에서는 당나라 때에도 이백, 두보, 왕유, 백거이 등 소설가가 아닌 시인들이 문학의 중심에 있었고 송나라 때에도 소동파, 황정견...
교육부 혹은 각 지자체 교육청이 뽑은 청소년들의 필독서 목록에는 으레 ‘그리스 로마 신화’가 포함되곤 한다. 신화는 겉은 비록 신들의 이야기이지만 사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허황함에도 왠지 사실처럼 느껴지면서 큰 교훈과 지혜를 주는 것이 신화의 매력이다. 이처럼 고대부터 인류의 상상을 자극하는 ‘이야기’인 신화가 발달했던...
70년대에 활발한 활동을 한 가수 이수미 씨는 약간 쉰 듯한 목소리이면서도 호흡이 길어서 가창력이 뛰어났다. ‘여고시절’이 히트하여 큰 인기를 누렸다. 이수미 씨가 부른 노래 중에는 ‘조용히 살고 싶어’라는 노래도 있는데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정말 번다한 세속을 떠나 산골에 들어가 조용히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사랑이 병이라는 그 말을 믿었다면...
음력을 사용할 때는 설날이 한 해의 첫날이었지만 세계가 거의 다 양력을 사용하고 서기를 쓰는 지금, 설날은 새해맞이의 의미보다는 새봄맞이의 의미가 더 크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생명이고 희망이다. 설날과 함께 우리는 다시 희망찬 새봄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조선 말기로부터 항일 시기를 거쳐 광복과 6·25 동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수난기를 다 겪으며...
다음 달 5일은 음력 정월 초하루, 설날이다. 광복 후, 서기를 연호로 사용하면서 설도 양력으로 쇠어 양력 1월 1일부터 3일 동안을 ‘신정(新正)’이라는 이름의 공휴일로 삼았으나 국민들 대부분은 여전히 음력설을 쇠었다. 박정희 정권 때에는 불합리한 ‘이중과세(二重過歲:이중으로 새해를 맞음)’라는 명분으로 음력설을 쇠지 못하도록 규제함으로써 설날을...
생선탕을 주문하고서 “고니 좀 서비스로 주세요”라고 하면 생선 내장이나 알을 따로 듬뿍 내오는 인심 좋은 음식점이 있다. 다른 지역은 몰라도 필자가 사는 전주에는 그런 음식점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입말로 ‘고니’라고 하지만 실은 ‘곤이’가 맞는 말이며 한자로는 ‘鯤鮞’라고 쓴다. ‘곤이 곤’, ‘곤이 이’라고 훈독하는데 국어사전은 ‘곤이’를...
소설을 흔히 단편, 중편, 장편으로 구분한다. 물론 원고의 분량이 구분의 주된 기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분량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원고의 분량보다는 오히려 작품의 전개나 스토리 라인을 구성하는 호흡의 길이, 플롯 전개의 단순성과 복잡성 등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이 보다 더 타당한 분류일 것이다. 장편소설보다도 월등하게...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에 지은 시조 ‘한산섬 달 밝은 밤에’의 종장은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로 끝난다. 큰 전쟁을 앞두고 나라의 운명을 생각하며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 터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한 가닥의 피리소리는 남의(이순신 장군 자신의) 애를 끊어 놓으려 한다는 뜻이다. 이순신 장군의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함경북도 남동부 동해 연안에 자리한 명천군(明川郡)에 태씨(太氏) 성을 가진 어부가 어느 날 낚시로 물고기 한 마리를 잡아 고을 원님에게 바쳤는데 원님이 맛있게 먹고서 물고기의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알지 못하므로 ‘명천에 사는 태씨 어부가 잡았으니 명태라고 하자’고 함으로써 명태라는 이름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의 문신인 이유원...
필자는 어린 시절에 수줍음이 많아서 쉽게 남 앞에 나서지 못했다. 어머니께서는 이런 나를 두고 비위치레를 못한다고 나무라시곤 하셨다. 지금도 자신이 있는 분야에 대한 강의나 강연 외에는 남 앞에 서는 것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비위치레는 ‘비위’와 ‘치레’로 이루어진 합성어이다. 비위는 ‘脾胃’라고 쓰며 각 글자는 ‘지라 비’, ‘밥통 위’...
한때 우리 사회에는 ‘괘씸죄’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공무원이든 회사원이든 지위와 직급의 고하가 분명한 계급사회에서 아랫사람이 윗사람의 의도에 거슬리거나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함으로써 받는 미움을 일컫는 말이었다. 정치판에서는 공천권이나 임면권을 가진 막강한 권력자의 마음을 미리 헤아리지 못함으로써 불이익을 받을 때 “괘씸죄에 걸렸다”는 표현을...
반면 운동 등록·서예·악기 등 사회적응능력 함양과 무관한 취미 및 여가활동 지원은 빼기로 했다.
이밖에도 단체장은 개인별 공로연수 일정 계획서를 제출하고, 분기별 실적 점검 내용을 행안부에 통보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지자체 여론 수렴을 거쳐 이르면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추운 겨울,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소주 한 잔을 곁들인 얼큰한 코다리 요리를 생각해 봤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즈음 들어 코다리 요리를 하는 집이 부쩍 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10여 년 전만 해도 ‘코다리’라는 말은 거의 들을 수 없었다. 명태요리라 하면 으레 막 잡아 올린 싱싱한 명태를 끓인 생태탕이나 한 번 냉동 과정을 거친 명태를 끓인 동태탕...
1961년 5월 16일 박정희의 주도로 군인들이 제2공화국을 폭력적으로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한 ‘5·16 군사정변’은 악랄한 독재정치를 지속하다가 결국 비극으로 막을 내렸고, 또 다른 군사정변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역사의 아픈 한 부분으로 남았다. 3년간의 군정통치 후, 1963년에 제3공화국을 출범시킨 군사정변 세력들은 집권 초기부터 ‘반국가행위처벌법’...
당나라 태종 이세민은 동진(東晉)의 서예가 왕희지(王羲之 307∼365)가 쓴 불후의 명작 ‘난정서(蘭亭敍)’를 죽어서까지 함께하기 위하여 부장케 하였고, 조선후기의 서화 컬렉터 김광수(金光遂 1699∼1770)도 명나라의 유명화가 구영(仇英)이 그린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를 부장하려 했다고 전해진다.
한편 컬렉터 자신이 직설적으로 내면의 심리를 비장하게...
원로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삶을 담은 ‘100세를 살다보니’라는 다큐 방송이 중년과 노년층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99세이던 지난 연말에 수영장에서 자유형과 배영을 번갈아 하며 레인을 왕복하는 노인의 의연한 자세와 튼실한 체력에 놀랐고, 새해를 맞아 100세가 된 나이에도 혼자 기차를 타고 서울을 출발하여 강릉까지 가서 해변을 걷고 지인을 만난 후에 다시 서울로...
요즈음 우리나라 정치판은 ‘요지부동’과 ‘막무가내’라는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지부동은 搖之不動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흔들 요’, ‘그것(this) 지’, ‘아닐 불’, ‘움직일 동’이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그것을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之’는 흔히 ‘갈(go) 지’라고 훈독하지만 대명사로서 목적어 역할을 함으로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