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의 전문용어 중에 ‘임계점(critical point)’이라는 게 있다. 임계점은 ‘臨界點’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다다를 림’, ‘경계 계’, ‘점 점’이라고 훈독한다. ‘경계에 다다른 그 지점’이라는 뜻이다.
고체가 액체로 변하거나 액체가 기체로 변하는 것처럼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다른 상태로 바뀔 때의 온도와 압력을 일컫는 말이다. 임계점을 넘어서 고체가...
대학입시철도 지나고 기업의 채용철도 지났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이 해가 가기 전에 일할 자리를 찾기 위해서 오늘도 부지런히 채용원서를 들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일할 자리를 만들어 주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안타깝다.
원서를 들고 대학을 고르거나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대학이나 기업에 원서를...
새로 생긴 의학용어 중에도 ‘TMI’가 있다고 한다. ‘Text Message Injury’의 약자로서 우리말로는 ‘문자메시지 통증’이라고 한다.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많이 보내게 되면서 생긴 새로운 질병인데, 처음엔 손가락 끝이 찌릿찌릿한 정도의 통증이 있다가 심한 경우 혈액순환장애로 인하여 손가락 전체가 부어오르며 통증이 가중된다. 나중에는 손가락을...
달마도로 유명한 조선시대의 화가 김명국(金明國)은 술을 좋아하여 스스로 ‘취옹(醉翁 醉:취할 취, 翁:늙은이 옹)’이라는 호를 지어 사용했다. 조선 후기의 문인 남태응은 전 조선시대를 통하여 가장 뛰어난 미술비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의 저서 ‘청죽화사(聽竹畵史)’에서 김명국의 명작은 “욕취미취지간에 나왔다”는 평을 했다고 한다.
욕취미취지간은...
한자를 알면 말의 속뜻을 쉽고도 깊게 알 수 있다는 설명을 듣던 학생 하나가 잠시 내 눈치를 살피더니 질문을 한다. 요즈음 ‘혼외여괴’라는 4자성어가 유행하고 있는데 그 뜻이 무엇인지 맞혀보라는 것이었다. ‘혼외여괴’라? 나는 억지로 한자를 끌어들여 ‘婚外女乖(婚:혼인할 혼, 外:밖 외, 乖:어그러질 괴)’라는 말을 생각해 내고는 ‘혼인 밖의 부적절한 관계는...
이순신 장군의 “한산섬 달 밝은 밤에…”라는 시조를 아는 학생이 너무 없어서 답답한 마음으로 이 시조에 대해 강의하다가 ‘수루에 홀로 앉아’ 구에 이르러 ‘수루’가 뭔지 물었다. 요즈음 학생들은 한자어처럼 느껴지는 단어에 대해 그 뜻을 물으면 거의 반사적으로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예 답을 하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몇 번을 달래가며 거푸 그 뜻을...
얼마 전에 중국 당(唐)나라 때의 시인 이익(李益)이 지은 ‘밤에 수항성에 올라 피리 소리를 들으며[夜上受降城聞笛]’라는 시를 강의하다가 “어디서 누군가가 부는 갈대 피리 소리[不知何處吹蘆管]”라는 구절에 이르렀을 때 학생들에게 물었다. 이 시의 분위기와 비슷한 우리나라의 시조(時調)가 생각나지 않느냐고.
나는 내심 이순신 장군의 그 유명한 “한산섬 달...
정당정치라는 게 본래 어느 정도의 다툼을 전제로 하긴 하지만, 요즈음 우리 정치를 보면 다툼이 너무 심한 것 같다. 상대 당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기도 하고, 상식을 벗어난 발언과 그 발언에 대응하는 또 다른 상식에 어긋난 발언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좀처럼 상호 소통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정통인화(政通人和) 백경구흥(百慶俱興)”이라는 말이 있다....
‘혜경궁 김씨’라는 트위터 계정의 주인을 두고 공방이 뜨겁다. 저승에 계신 혜경궁의 진짜 주인이었던 ‘혜경궁 홍씨’, 즉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빈(嬪)이었다가 아들 정조가 즉위한 후, 궁호가 ‘혜경(惠慶)’으로 오른 그 ‘혜경궁 홍씨’가 이 소식을 들으면 참으로 어리둥절할 것 같다.
혜경궁의 주인이었던 자신 외에...
음력 10월 20일경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 무렵에 부는 몹시 매섭고 추운 바람을 손돌바람이라고 한다. 손돌은 ‘孫乭’이라고 쓰며 사람 이름이다. ‘乭’은 중국에는 없고 우리나라에서 만든 글자로 ‘石(돌 석)’에서 ‘돌’이라는 뜻을 따고 ‘乙(새 을)’에서 ‘ㄹ’받침을 따서 순우리말 ‘돌’을 표기했다.
봉건시대 하층 계급의 남자 이름인 ‘돌쇠(乭金 혹은...
오늘은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인 소설(小雪)이다.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立冬) 후 15일, 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大雪) 전 약 15일에 든 절기로서 첫눈이 내린다는 날이다. 음력 10월 중순, 양력으로는 대개 11월 22일이나 23일이다.
눈은 추위를 몰고 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낭만에 젖게도 한다. 특히 첫눈은 사람들을 환호하게 하고 설레게 한다. 다정한 사람과 함께하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예의주시’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정부는 국제 유가의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든가 “여야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등이 바로 그런 예이다.
예의주시는 ‘銳意注視’라고 쓰며 각 글자는 ‘날카로울 예’, ‘뜻 의’, ‘부을 주’, ‘볼 시’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날카로운 뜻으로 시선을 한곳에...
이제는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하나의 관용어가 되어 버렸다. 개가 들으면 “각종 못된 욕설에 우리를 함부로 쓰더니만 이제는 고생에도 ‘개’를 들먹이느냐?”고 항의할지도 모르나 이미 ‘개고생’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도 등록되어 ‘어려운 일이나 고비가 닥쳐 톡톡히 겪는 고생’이라고 풀이되고 있다.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맹교(孟郊)는 ‘최순량과...
가장 이른 시기의 한자로서 중국 최초의 문자로 여기는 갑골문(甲骨文)이 발견된 중국의 하남선 안양현 옛 은(殷)나라 유허지에는 2009년에 중국 정부가 세운 중국문자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1층 전시실에는 중국 한자가 변천해온 과정을 중심으로 유물과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중국에 속한 ‘소수민족’들의 문자에 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 2층...
임백호 선생이 통탄한 대로 우리나라만 한 번도 스스로 황제를 칭하지 못하고 중국을 주인으로 섬겼는데 이러한 답답한 사대주의는 우리의 근현대사에서도 지속된다. 청일전쟁 승리의 전리품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청나라의 모든 간섭을 차단한 일본은 우리에게 청나라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라며 ‘대한제국’을 선포할 것을 종용했다.
이렇게 탄생한 대한제국은...
필자는 개인적으로 임제(林悌) 선생을 특별히 존경한다. 천재적 시재(詩才)도 존경하지만 그 높은 기상과 호방한 풍류에 머리 숙여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선생의 호가 ‘백호’이기 때문에 흔히 ‘임백호(林白湖)’ 선생이라고 부른다. 전남 나주에는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3년에 세운 백호문학관이 있다. 문학관 근처 영모정 아래에는 ‘물곡비’라는...
AI예방당국이 표집하는 ‘분변(糞便)’ 대신 쉬운 우리말로 ‘새똥’이라고 하면 될 게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부분적으로 공감이 가는 반문이다.
그런데 ‘새똥’이라고 할 경우에 ‘똥’이라는 말이 주는 어감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벙어리, 귀머거리’가 쉬운 말이기는 하나 어감이 그다지 좋지 않아 ‘농아(聾啞)’라는 말을 사용하고, 성을...
AI, 즉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를 예방하기 위해 당국이 철새들의 분변을 주기적으로 표집(標集)하여 병원성(病原性:병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는 성질)의 유무와 정도를 살피고 있다. 문제의 조짐이 보이면 언론도 곧바로 “철새들의 분변을 채취하여 분석하고 있다”는 보도를 한다. 엊그제에도 그런 보도가 있었다. 분변, 어떤 의미일까? ‘배설물’과는 어떻게...
일본은 우리나라, 즉 한반도의 남부를 곧잘 ‘임나(任那)’라고 부른다.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기 위해 그들이 주장하는 학설 아닌 학설인 ‘임나일본부설’은 바로 서기 4~6세기경에 그들이 말하는 ‘임나’, 즉 한반도의 남부지역에 일본이 직접 통치하던 일본 정부의 분부(分府)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들이 말하는 임나는 바로 ‘임나가야’의 줄임말로서...
청나라 말까지 중국은 스스로를 중국이라고 불러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자신들이 곧 세계의 중심이라는 생각으로 주변을 모두 야만시하는 오만을 부리기는 했다. 그들의 네 주변을 남만(南蠻) 북적(北狄), 서융(西戎), 동이(東夷)라고 하여 蠻(오랑캐 만), 狄(오랑캐 적), 戎(오랑캐 융, 되 융), 夷(오랑캐 이)에 다 ‘오랑캐’라는 뜻을 부여함으로써 중원의 한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