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수루(戍樓)와 일성호가(一聲胡歌)

입력 2018-1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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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이순신 장군의 “한산섬 달 밝은 밤에…”라는 시조를 아는 학생이 너무 없어서 답답한 마음으로 이 시조에 대해 강의하다가 ‘수루에 홀로 앉아’ 구에 이르러 ‘수루’가 뭔지 물었다. 요즈음 학생들은 한자어처럼 느껴지는 단어에 대해 그 뜻을 물으면 거의 반사적으로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아예 답을 하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몇 번을 달래가며 거푸 그 뜻을 묻자, 대부분의 학생이 ‘물가에 있는 누대’라고 답한다. ‘수루(水樓)’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기야 이순신 장군이 수군, 즉 오늘날의 해군을 총괄하는 ‘수군통제사(水軍統制使)’였으니 그런 답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기에 ‘戍樓(戍:수자리 수, 지킬 수)’라고 써 보이며 ‘수자리 터에 지은 누대’라는 설명을 하자, 이제는 ‘수자리’가 뭐냐고 묻는 학생이 있다. ‘나라의 변방을 지키는 일’을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을 해주면서 다시금 우리 교육에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성호가’라는 말에 이르러 무슨 뜻이냐고 묻자, 학생 하나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한마디 가격을 외치는 소리’라는 답을 한다. ‘호가(呼價:부를 호, 값 가)로 생각한 것이다. 학생의 재치 있는 답에 함께 웃기는 했지만 아무도 바른 답을 대는 학생이 없다는 점이 나를 허전하게 했다.

‘소리 성(聲)’, ‘오랑캐 호(胡)’, ‘노래 가(歌)’라고 글자를 알려준 다음, ‘한마디 오랑캐의 노랫소리’라는 해석을 하고, ‘胡’는 중국 한족의 입장에서 변방의 이민족을 야만시하여 부르던 칭호로서 나중에는 ‘야만적인 이족’을 통칭하는 글자로 쓰이게 되었으며 이 시조에서는 ‘왜놈’을 지칭한다는 설명을 해 주었다.

설명을 하면서도 이순신 장군의 이 시조를 대학에 와서야 우연히 접하게 된 학생들이 자꾸 안타깝게 여겨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영어도 수학도 과학도 좋지만 역사를 알고 민족을 알고 나라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교육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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