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입력 2018-11-29 06: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얼마 전에 중국 당(唐)나라 때의 시인 이익(李益)이 지은 ‘밤에 수항성에 올라 피리 소리를 들으며[夜上受降城聞笛]’라는 시를 강의하다가 “어디서 누군가가 부는 갈대 피리 소리[不知何處吹蘆管]”라는 구절에 이르렀을 때 학생들에게 물었다. 이 시의 분위기와 비슷한 우리나라의 시조(時調)가 생각나지 않느냐고.

나는 내심 이순신 장군의 그 유명한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라는 시조를 염두에 두고 질문을 했건만 학생들은 전혀 답이 없었다.

내가 이 시조를 읊으면서 학생들에게 “정말 이 시조를 모르느냐?”고 되물었다. 너무나도 태연하게 모른다고 했다. 혹 이 시조를 언젠가 한 번이라도 들어본 것 같다는 기억이라도 있는 학생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수강학생 41명 중 겨우 세 학생이 손을 들었다. 그 후, 서울의 유명 대학에서 특강을 하게 되어 학생들에게 다시 확인해 봤다. 역시 50여 명 중 네댓 학생만이 들어본 적이라도 있다는 답을 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한마디로 넘기기엔 충격이 너무 컸다. 학생들이 갑자기 어느 낯선 나라의 이방인으로 보였다. 지금으로부터 7~8년 전에도 학생들에게 이 시조를 아느냐는 질문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거의 모든 학생들이 다 알고 있었고 외우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우리의 국어 교과서가 도대체 어떤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런 시조도 안 가르치는지 모르겠다.

내가 어렸을 적에 학교에서 놀이삼아 외웠던 시조들을 헤아려 봤다.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한 수씩 외우다 보니 금세 20여 수를 넘기면서 우리 시조의 정취에 빠져들었다. 아! 지금의 우리 학생들에게도 이런 정취를 느끼게 하자고 하면 내가 고리타분한 것일까? 우리의 교육, 왠지 큰 문제가 있어 보이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범정부 공공개혁TF 내일 출범…통폐합·2차지방이전·행정통합 종합 검토
  • 李대통령 "중동상황 장기화 전제"…전쟁 추경·車5부제 등 대응 지시
  • 단독 잣대 엄격해지니 1년 새 '90% 급감'…은행권 거품 빠졌다[녹색금융의 착시]
  • 고유가ㆍ환율 악재에도…‘어게인 동학개미’ 이달만 18조 샀다 [불나방 개미①]
  • 입주 카운트다운…청사진 넘어 ‘공급 가시화’ 시작 [3기 신도시, 공급의 시간①]
  • ‘AI 인프라 핵심’ 光 인터커넥트 뜬다…삼성·SK가 주목하는 이유
  • 전 연령층 사로잡은 스파오, 인기 캐릭터 컬래버로 지속 성장 이뤄[불황 깨는 SPA 성공 방정식②]
  • 단독 李 ‘불공정 행위 엄단’ 기조에…공정위 의무고발 급증
  • 오늘의 상승종목

  • 03.17 14:30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9,595,000
    • +1.06%
    • 이더리움
    • 3,412,000
    • +2.55%
    • 비트코인 캐시
    • 699,000
    • +0.79%
    • 리플
    • 2,254
    • +3.82%
    • 솔라나
    • 138,600
    • +0.51%
    • 에이다
    • 420
    • +0.24%
    • 트론
    • 437
    • -0.23%
    • 스텔라루멘
    • 257
    • +1.98%
    • 비트코인에스브이
    • 22,990
    • +2%
    • 체인링크
    • 14,400
    • +0.98%
    • 샌드박스
    • 129
    • +0.7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