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인희 칼럼] 인기교수의 애칭은 “2AM”?

입력 2014-09-16 10:33 수정 2014-09-16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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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인희 이화여대 교수

한 교수가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물었단다. “이피엠”(2PM)이 무엇이냐고. 실은 “투피엠”이라 불러야 옳은 것을, 유명 아이돌그룹 이름조차 모르는 교수에게 실망했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다. 한데 정작 학생들 사이에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교수의 애칭은 2AM이라는 것이다. 아이돌 가수 이름에서 차용한 것이긴 하지만, 의미인즉 문자 그대로 새벽 2시라는 뜻이요, 배경인즉 학생들이 올리는 질문에 새벽 2시도 마다않고 즉각 답을 회신해주는 교수들을 가장 좋아하는 데서 연유했다 한다.

결국 자신의 요구나 욕구를 즉각 충족시켜달라는 신세대다운 의식이 유머러스하게 표현되고 있는 셈인데, 이들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ve), “엄지족”, “앱(App.) 세대”로 불리는 신세대들의 성장 과정을 고려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다. 자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고픈 부모들의 양육 관행이 오늘의 신세대 성향을 부채질해왔음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 같다.

웃고 넘기려다 호기심에 몇몇 자료를 뒤적여보니 서구에서도 우리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었다. 신세대들이 가장 호감을 느끼는 상사 스타일을 주제로 한 타임(Time)지 설문조사 결과, “결혼기념일을 기억해주는 상사”가 1위로 지목되었다 한다. 이 결과를 놓고 타임지 기자들은 “민감한(sensitive) 보스의 시대가 왔다”는 타이틀을 붙이는 센스를 발휘했다. 책임감 및 추진력을 상사의 덕목으로 생각해온 기성세대 입장에선 다소 치기(稚氣)어린 답일지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신세대가 주도하는 조직 정서에 뚜렷한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음이 아닐는지.

여기서 주목할 만한 건 이들 신세대로부터 발견되는 탈 권위주의적 성향이다. 신세대의 탈 권위주의는 권위를 완전히 벗어나(脫) 모든 형태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권위의 기반이 지위로부터 개인으로 변화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곧 과거의 권위가 가장이라는 지위에, 상사라는 자리에, 교수라는 신분에 부여됐었다면, 오늘날의 권위는 가족을 위해 선물을 아끼지 않는 산타클로스형의 유능한 가장, 부하 직원의 요구를 세심히 배려해주는 민감한 상사, 학생문화에 공감하고 학생 질문이라면 새벽 2시도 마다하지 않는 성의있는 교수 개개인에게 부여되고 있다는 것이다. 진정 지위 권위(positional authority) 시대로부터 개인 권위(personal authority) 시대로 이동해가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만한 변화는 또 있다. 기성세대는 자신의 삶에서 명분을 찾고 행동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신세대는 보다 실용적이고 실리적일 뿐만 아니라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전 세계무대에서 금메달이라도 따게 되면 조국과 민족을 향한 열정에 애국심이 발동하곤 했지만, 요즘은 ‘나 자신이 즐기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쿨한(?) 고백이 단골로 등장한다.

덕분인가, 예전 우리는 “위대한 기업”을 선망했고 “초우량 글로벌 기업”을 갈망했던 기억이 새롭지만, 최근 추세는 “아침에 눈 뜨면 출근하고 싶은 기업”, “내부 고객(직원)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 “진정 일하고 싶은 기업” 등이 부상 중이다. 이 역시도 추상적 은유보다 나의 삶과 직결되는 표현을 선호하는 신세대 정서의 신속한 반영 아니겠는지.

요즘 대부분의 조직에서 신세대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더불어 이들과 어떻게 원활한 소통을 이어갈 것인지 고민이 깊어가고 있는 듯하다. 와중에 “생각하는 힘, 문제 해결 능력 모두 바닥이다”, “참을성도 근성도 없다”, “갈등을 참아내고 조정하기보다 피하려고만 한다”, 심지어 “외계인을 보는 기분이다” 등등, 신세대의 약점과 단점이 부각되는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기성세대와 구별되는 성장과정을 토대로 차별화된 정서와 새로운 감각으로 무장한 신세대가 다수를 점하기 시작한 마당에, 이들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동시에 역량을 개발해주는 데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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