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기술거래소의 복원

입력 2014-05-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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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한국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제2 벤처 붐의 중심에는 기술의 창출과 보호 그리고 사업화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거래소의 복원을 제언하려 한다.

시장경제는 시장을 중심으로 진화한다. 진화 과정의 변이와 같은 새로운 혁신은 시장 경쟁인 다윈의 바다에서 선택돼, 사회에 복제·확산하는 것이다. 기술의 공급자와 소비자가 경쟁 시장에서 합리적 선택을 할 때 혁신은 이뤄진다. 그 매개체가 바로 기술거래소다.

기술거래소의 개념이 시장경제의 패러다임이라면 정부가 기술을 평가하겠다는 것은 계획경제의 패러다임이다. 단순한 거래는 계획경제로도 작동할 수 있으나, 복잡계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공산주의 계획경제의 붕괴로 입증됐다. 정부가 객관적 기술평가기관으로 기술신용평가기관(이하 TCB)을 설립하겠다는 것은 복잡계적 기술의 본질상 성립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기술 가치가 평가돼야 기술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거래를 통하여 가치를 수렴한다는 것이 기술의 본질이다. 바로 TCB의 신규 설립이 아니라 기술거래소의 복원이 기술가치 평가와 거래의 근본적 대책이 되는 이유다.

2000년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벤처 생태계를 구축했다. 미국 외 최초 최대의 주식 신시장인 코스닥, 세계 최초의 벤처기업 특별법에 이어 IP와 인수합병 형태의 기술거래 촉진을 위한 기술거래소를 세계 최초로 민관 합동으로 설립한 바 있다. 미국에서 체스브로 교수가 ‘개방혁신(Open Innovation)’이란 책을 내기 3년 전 이미 한국은 개방혁신 플랫폼 구축을 벤처기업협회와 산업자원부가 주도적으로 시작했던 것이다.

세계 유례가 없는 조직인 관계로 초기의 혼선이 있었고 민관 합동 조직의 지배구조 혼선의 문제가 있었으나, NTB라는 국가 기술 DB를 구축하고 대량의 기술거래사를 양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2008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거래 건수 56%, 거래 규모가 495% 각각 증가하는 본격적인 발전단계에 돌입했다. 그러나 2009년 정부의 유사기관 통합 지침에 따라 기술거래소는 기술재단과 통합돼 기술거래 기능을 실질적으로 상실했다. 통합 이후 기술거래 실적은 40% 이상 급격히 감소했다. 한국의 기술거래소를 벤치마킹해 출범한 중국의 기술거래소가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과 비교하면 신경제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인한 벤처생태계를 파괴한 결과가 너무나도 안타깝다.

이제 대한민국은 제2의 벤처 붐 형성을 선언했다. 벤처가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성장과 고용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그렇다면 기술을 거래하는 기술거래소의 복원은 필연적 수순이 돼야 한다. 기술사업화의 마지막 과정은 기술거래 혹은 기술창업이라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 과정을 촉진하기 위한 대안이 기술거래소 외에는 없어 보인다.

기술은 IP와 같은 기술 거래와 M&A와 같은 기업 거래로 이뤄진다. IP와 M&A는 혁신을 거래한다는 점에서 창조경제의 새로운 경제 트렌드다. 이 두 가지 거래 기능을 구축하기 위한 거래 플랫폼은 거래 효율 증대를 위한 필수 사항이다. 임계량을 넘는 판매자, 구매자, 중간거래자가 모여들어야 한다. 기술의 ‘G마켓’ 혹은 ‘앱스토어’가 필요한 것이다.

기술거래소의 복원은 2000년과의 시대 변화를 감안해 과거와 다른 형태가 돼야 한다. 당시에는 국가 기술 데이터베이스가 미비했다. 이는 공공의 역할이었다. 동시에 거래사들이 부족했다. 이는 민간의 역할이었다. 그래서 2000년의 기술거래소는 민관 공동으로 설립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NTB, TDB와 같은 국가 기술 데이터베이스가 정부3.0의 개방 형태로 제공될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민간의 역할이므로 가칭 (신)기술거래소는 민간 주도로 만드는 것이 과거 민관 공동 조직의 지배구조 혼선을 배제할 수 있다.

다만 일정 규모 이상의 임계량에 도달해야 시장 효율의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일정 기준 이상에 세제 혜택 등의 지원 정책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작은 기업들의 창조성이 글로벌 기업들의 효율과 선순환 발전하는 창조경제를 구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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