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규제 무엇을 풀어야 하나]③증권, ELW 제한 3년만에 파생상품 세계 1위서 10위권밖 추락

입력 2014-04-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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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 자산운용사 인가정책 제한…종합운용사와 양극화 심화

증권업계가 규제개혁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NCR(영업용순자본비율)제도를 개편하는 등 규제완화에 나서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파생상품 규제완화와 금융실명법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NCR규제 완화로 ‘숨통’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 NCR 산출 체계를 기존 ‘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에서‘(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업무단위별 필요 유지 자기자본’의 비율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산출방식이 적용되면 대형 증권사들의 경우 NCR가 기존보다 높아져 투자 여력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반색하고 있다. 투자 여력 확대로 해외 진출이나 증권사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것.

원재웅 동양증권 연구원은 “NCR가 개편되면 대형 증권사 시장점유율이 더욱 확대되면서 대형 증권사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특화 증권사의 등장으로 업계 판도가 바뀌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용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 역시 “선진국들의 증권산업 발달 과정을 살펴보면 브로커리지 위주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자산관리 및 투자금융(IB)시장이 활성화되는 단계를 거쳐 글로벌 금융허브로 성장하게 된다”면서 “현재 한국 증권산업은 브로커리지 위주의 저부가가치 사업모델에서 탈피하는 단계인 만큼 과감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규제완화는 자본시장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15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코넥스 시장의 상장 문턱을 낮추는 내용이 포함된 ‘기업상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합리화 방안’을 내놓은 것.

이번 방안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은 독자적인 운영을 위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법률에 근거한 특별위원회로 재편해 실질적인 분리운영을 도모할 예정이며 코넥스시장은 코스닥시장 이전 상장 패스트트랙의 심사 조건과 기간을 낮췄다.

유가증권시장의 상장 활성화도 꾀했다. 유가증권시장의 상장을 원하는 우량 기업이 기업계속성 심사를 면제받으면서 심사기간을 20영업일 이내로 단축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포함한 것이다.

이 외에도 금융당국은 상장폐지 기업에 정상화 기회를 부여하고 회생기업에 대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합리화한다고 밝혔다.

◇파생상품시장 규제 완화 등 과제 산적 = 이처럼 변화의 바람이 곳곳에서 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파생상품시장’이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국내 파생상품시장 규모는 세계 1위였다. 그러나 2010년 도이치증권의 ‘옵션 쇼크‘와 2011년 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거래 사건이 터지면서 정부 당국은 옵션 승수 인상, ELW 호가 제한 등 각종 규제들을 도입하며 파생상품시장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이같은 정부의 규제로 인해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지난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규모가 계속 축소되고 있다.

업계 측에서 현재 파생상품 시장에 도입된 각종 규제들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파생상품 시장 규제 완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 대신 신상품 공급을 통한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파생상품 시장의 규제완화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회가 현재 비과세인 코스피200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의 매매차익에 양도소득세 부과를 사실상 확정했기 때문.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각종 규제로 얼어붙은 국내 파생상품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없어지면 상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먼저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을 살려놓은 후 신상품 도입과 같은 시장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실명법과 공정거래법도 문제다. 김화진 서울대 법대교수는 “연계 계좌에 대해 이중 실명확인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비(非)대면 증권계좌 개설을 허용하고 실명확인 위탁이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공정위가 금융분야에서 카르텔을 적발ㆍ제재하는 등 경쟁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과잉·중복규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규제 부조화나 중복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거래법 조정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유사 집합투자업 인가단위 통합 시급 = 자산운용사들은 단종 운용사들에 대한 제한적인 인가정책과 헤지펀드와 자전거래 규제 등을 손톱 밑 가시로 꼽는다.

실제 총 80여개가 넘는 자산운용사 가운데 상위 10여개사가 전체 당기순이익의 대부분 차지하는 반면, 부동산과 특별자산전문 라이선스만을 지닌 이른바 단종 집합투자업자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일례로 현재 부동산펀드 라이선스만 지닌 운용사들은 극장 같은 건물을 펀드를 통해 지을 수만 있고 직접 운용할 수 없다. 이는 특별자산 라이선스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수익이 나는 사업에 대해 라이선스 이슈로 직접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다 보니 단종 운용사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대형 운용사들은 종합자산운용사를 설립,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할 수 있지만 금융당국이 단종 운용사에 대해선 인가 정책을 제한적으로 운용해 생업에 어려움이 많다”며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많은 중소형 운용사들이 이를 실현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처럼 제한적인 인가 정책이 유지 될 경우 일부 종합자산운용사 위주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전거래에 대한 규제 완화도 시급히 해결돼야 할 사안으로 꼽고 있다. 펀드간 자전거래는 자산운용사가 보유한 펀드끼리의 자산, 특히 채권을 사고 파는 관행이 암묵적으로 진행돼 왔다. 현행 자본시장법 상에선 자전거래를 불건전 영업행위로 규정하고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그러나 자전거래가 불가피한 경우도 존재한다. 고객들의 환매 요청이 들어올 경우 펀드가 보유 중인 채권을 팔아야 하지만 소액 채권의 경우 매수 주문이 없어 처리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 밖에 한국형 헤지펀드 활성화를 위해 현행 헤지펀드 가입 기준도 완화시켜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다.

현재 개인 헤지펀드 최소 가입금액은 5억원 규모로 아시아 금융허브로 꼽히는 싱가포르(8만 달러), 홍콩(5만 달러) 대비 훨씬 비싼 수준이다.

한편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는 업계의 애로사항을 반영한 규제완화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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