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국회 파행에 법안처리가 번번이 불발되는 등 ‘국회 선진화법’(국회법)에 따른 폐해가 드러나면서 관련법 개선 요구가 늘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도 민주당은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자 툭하면 회의를 거부하고 급기야 법제사법위 보이콧으로 의사일정 진행을 막아섰다. 이런 사태를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제도개선을 통해 법안 처리만큼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과거에는 국회의장 권한으로 여야 합의가 어렵거나 국회가 파행을 빚는 경우 꼭 필요한 법안 처리를 위해 해당 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되면서 현재는 천재지변이나 국가 비상사태와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법안을 직권상정 할 수 없도록 돼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의안신속처리제(패스트트랙)도 현재로선 무용지물이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면 180일 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 할 경우 법제사법위원회에 자동으로 상정되도록 돼 있으나, 요건이 너무 까다롭다.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해선 의원이나 소관 상임위원회 재적위원 과반수가 ‘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요구 동의’를 국회의장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무기명 표결을 실시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또는 소관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는 경우에만 유효성을 갖는다. 제도 시행을 위해 여러 상임위에 법안이 걸쳐 있는 경우가 많은데다 야당이 일정 수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의 상임위 구조에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관련 국회법에 대한 적극적인 개정을 통해 불합리한 부분을 바로잡아 나갈 계획이다. 당 정책위 관계자는 “직권상정 요건 완화를 비롯해 패스트트랙,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반대) 등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관심 있게 살피고 있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일부 법안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할 때”라고 밝혔다.
운영위에 계류 중인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의안이 숙려기간이 경과한 후 30일이 경과한 날 이후 처음으로 개회하는 위원회에 상정된 것으로 본다’는 조항에서 ‘위원장이 간사와 합의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없앴다. 이 의원은 “의안이 논의도 되지 않고 상당수 임기만료로 폐기되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같은 당 서병수 의원이 제출한 법안은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처리될 필요가 있는 법안이 여러 상임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경우 ‘연석회의’를 통해 상임위 간 의견교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임위에서 연석회의를 거부하려면 요구받은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국회 운영위원회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