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발언대]과거를 품은 도시경관

입력 2014-02-2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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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계준 서울대학교 지리학과ㆍ한국선진화포럼 홍보대사12기

중국 칭다오는 서해를 사이에 두고 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만큼 국내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고 우리와 경제적 교류도 활발하다.

무엇보다 칭다오는 여느 중국 지방도시와 달리 색다른 매력이 가득한 곳이다. 특히 이곳은 가장 중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동시에 19세기 이후 근대에 접어들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외세의 침략을 여러 번 겪은 도시다. 이때마다 그들의 문화가 스며든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열강 중 하나였던 ‘독일의 침략’이다. 당시 독일의 침략을 당하면서 식민 통치를 받던 시절은 중국에 역사적으로 암담했던 시기다. 이 무렵 중국은 문화와 생활방식은 물론 심지어 건축양식조차 독일의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가장 전통적 도시였던 칭다오의 정체성이 변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예를 들어 지금 칭다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빨간색 지붕은 다분히 독일식이다. 독일 침략이 일어난 지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칭다오 옛시가지를 내려다보면 유럽 아니 독일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렇듯 옛날의 칭다오와 지금의 칭다오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침략 이전의 칭다오가 중국의 전통적 도시 경관을 갖고 있었다면 지금은 동양적 도시 경관과 함께 서양의 경관이 녹아들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순히 외세의 통치 탓에 칭다오가 변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칭다오는 유럽 양식의 건물을 적극 이용했다. 이를 중심으로 도시 경관을 통일시키고 유지하며 발전시켰다. 어찌 보면 수치스럽고 치욕스러운 역사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칭다오는 이를 적극 활용해 역사적 그리고 문화적 도구로 활용해 냈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수많은 건축물들이 ‘일제 잔재 청산’이라는 명목하에 별다른 문화적 고증 없이 폐기되거나 철거됐다.

조선총독부 건물도 마찬가지다. 광화문에 한 자리를 차지해 마치 정기를 막는 듯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건물을 철거해야 한다는 측과 남겨 둬 역사적으로 후손들에게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잊지 않도록 교육 목적으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철거였다.

이러한 부분을 결정할 때 철저한 여론 조사와 가치 분석을 통해 적극적으로 도시 경관에 녹아들게 하는 방법도 하나의 문화적 융화 방법이다. 나아가 독창적 고유성으로 대변되기도 한다. 반대로 철거해 기존의 전통적 도시경관을 유지하고 복원하는 방식도 대두된다. 칭다오의 옛시가지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바로 이런 관점의 ‘변용’이다.

도시 재활성화의 관점에서 칭다오 옛시가지의 도시계획 방식은 매우 바람직하다. 단순히 이분법적 생각으로 ‘A 아니면 B’라는 사고로는 21세기 글로벌 세계도시 체계에서 상위 도시로 나아갈 수 없다. 칭다오의 사례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쇠퇴한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전통과 현대문화 간의 적절한 조화를 꾀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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