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100원짜리 페이퍼 컴퍼니에 수천억 빌려준 은행

입력 2014-02-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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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관련없는 인물이 SPC 대표…SPC주소가 은행 주소와 동일

5000억원 대출사기 과정에서 이용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과정 등을 감안해 볼 때 석연치 않은 의혹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출사기를 위해 만든 SPC의 자본금이 단 100원으로 설립된 법인, 명목상 대표자 명의, 설립과정에서 피해 은행들의 사전 인지를 의심해 볼 수 있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 밝혀진 이번 대출사건에 연루된 KT ENS 협력업체 8곳이 설립한 SPC는 총 9개다. 이 중 하나·농협·국민은행 등 3개의 시중은행이 대출해 준 SPC는 5곳, 저축은행과 거래한 SPC는 4개다. 추후 조사 결과 대출에 이용된 SPC가 더 밝혀질 경우 대출사기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 피해은행, SPC 설립 관여했나? = KT ENS 협력업체의 사기행각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와 함께 SPC와 피해 은행 간의 석연치 않은 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자본금 10억원대의 중소기업이 여러 금융사에서 돈을 빌릴 수 있었던 것은 모기업의 재무상태가 대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SPC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처럼 KT ENS의 매출채권을 모두 SPC에 양도했기 때문에 은행들은 협력업체의 재무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은행권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처럼 SPC의 ABL(자산유동화대출) 추진 시 법인 설립을 의뢰하는 협력업체와 이를 수행하는 회계법인 사이에서 은행 실무자의 협의가 반드시 이뤄진다고 말한다. 회계법인에서 SPC 설립에 대한 제반 상황을 고려해 법인 설립을 주도하지만, 채권자 입장인 은행 역시 이 부문에서 매출채권 내용 및 협력업체들의 재무적 내용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SPC 중 한 곳의 설립을 주도했던 회계법인 관계자는 “최초 협력사로부터 SPC 설립을 의뢰받았고, 이후 은행 측과 매출채권 규모에 따른 실사 정보를 교류했다”며 “법인 설립 후 이 은행과 세금 문제, 회계처리 등으로 지속적으로 업무 협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SPC 설립 시부터 협력업체와 회계법인, 은행 등의 업무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사건에서 핵심 쟁점 상황이던 동일 차주 대출한도에 관련한 문제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회계법인 입장에선 SPC 법입 설립을 주도하고 향후 대출이 이뤄진 시점에선 은행 측과 세금 및 회계부문 업무를 위탁받아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다.

앞서 피해 은행들은 SPC 대출은 사업주체와 목적이 있는 SPC에 대한 신평사 평가로 대출이 이뤄져 SPC 설립뿐만 아니라 부실 매출채권 등 협력사의 재무적 문제점을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자본금 100원짜리 SPC에 수천억 대출? = 현재까지 밝혀진 SPC 중 일부는 자본금이 100원이거나 또는 명의자에 대한 정보가 명확하지 않았다. 은행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천억원대 대출을 해 준 셈이다.

SPC는 페이퍼컴퍼니인 만큼 명의자의 신원이 불분명하다. 이들 SPC 역시 대표가 대출과 전혀 관련 없는 인물이었다. 일부는 자신의 명의로 SPC가 설립됐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또 중앙스타와 세븐스타는 자본금이 1000만원에 불과하다. 이 밖에 쏘울앤스마트와 은하수제1차, 은하수제2차의 경우 자본금이 고작 100원이었다.

100원이라는 돈으로 SPC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2012년 4월 상법 개정으로 SPC 최저 자본금 규정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당시 법 개정으로 SPC에 대한 각종 규제가 철폐됨에 따라 일각에서는 부실한 중소기업들이 이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뿐만 아니라 이들 SPC의 주소는 피해 은행들의 주소와 일치한다. 하나은행이 대출해 준 중앙스타와 세븐스타, 쏘울앤스마트의 주소지는 하나은행 본점이고, 농협은행이 대출을 해 준 은하수제1차와 은하수제2차의 주소지는 농협은행 본점이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하나은행이 이들을 자신의 종속회사로 편입시켰기 때문이다. 종속회사로 편입시켰다는 것은 해당 회사에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의미다. 은행들이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미치는 회사에 대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인데,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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