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요구 넘어 유혈분규까지…동남아 진출기업 '어쩌나'

입력 2014-01-1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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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등 3000여개 기업 탄력 대응해야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임금 상승’이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동남아시아는 중국에서 탈출한 기업들이 ‘포스트 차이나’의 마지막 보루로 여겼던 지역이어서 그 파장은 상당하다.

17일 코트라 현지 무역관, 관련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미얀마 등 주요 국가에서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베트남 삼성전자 공장 건설 현장과 방글라데시 한국 공단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부상을 당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사태를 지켜보는 국내 기업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경제 성장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인건비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어 이제 저임금에 기반한 해외 생산 시대는 사실상 끝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외 생산기지 이전 행렬 ‘멈칫’= 현재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LG전자, 한화케미칼, 동부대우전자, CJ제일제당, 포스코 등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노동집약적 섬유의류업체를 포함해 총 3000여개의 크고 작은 기업들이 이곳에 진출해 있다.

애초 이들 기업은 동남아 국가의 값싼 노동력에 큰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인건비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저임금 시대의 막을 내렸다.

베트남의 경우 최근 5년간 임금이 두 배 이상 상승했고, 인도네시아는 최근 2년간 1.6배 치솟았다. 말레이시아도 지난해 처음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후 임금이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이규선 코트라 베트남 하노이무역관장은 “베트남의 최저임금이 연 평균 15%씩 오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 중국에 비해 임금 수준은 절반가량 낮다”며 “한국 기업들의 임금 수준이 최저임금보다 상회하는 만큼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베트남의 노동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일본 기업들이 현지 근로자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인건비를 올리는 등 전반적인 임금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기업의 인력 흡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또 다른 국가는 태국이다. 김문영 코트라 태국무역관장은 “태국은 노사분규의 장애 요인은 없지만, 일본 기업들이 숙련된 인력을 대부분 확보하고 있다 보니 근로자들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며 “인력 부족 현상이 자연스레 임금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임금 인상 쓰나미 정정 불안으로 확대= 연초부터 벌어지고 있는 동남아의 정정불안 사태는 현지인들의 생활고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임금 상승을 강하게 압박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환율상승 등으로 동남아 국가의 물가가 급등한 반면 실질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아 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의 국가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번지고 있다. 더불어 근로자의 임금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겹쳐 유혈사태까지 일어나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동남아 국가의 분규 원인은 대부분 임금과 관련된 것”이라며 “기존에는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최근 정치적 문제와 합쳐지면서 격화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동남아 국가의 분규 현상은 내부적 갈등에 의해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며 “정치적 문제는 정부의 태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지 상황을 지켜보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동남아 진출 신중해야= 동남아 국가의 분규 사태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추가 비용 발생으로 이어져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우리 기업들이 동남아로 간 근본적 이유가 값싼 노동력 때문”이라며 “단순히 임금 수준만 보고 진출했다가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 기업 입장에서도 임금 인상 요구를 무조건 수용할 수 없는 만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지금이라도 정치, 경제 상황을 면밀히 따져 중장기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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