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자, 일자리 대한민국!] “새벽일 힘에 부치진 않냐고? 일자리 있는게 어디야~”

입력 2014-01-0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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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새벽을 여는 ‘실버워킹’족

칠흑 같은 어둠이 가시지 않은 겨울 새벽.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따뜻한 이불 속에서 벗어나기 싫은 계절의 아침을 힘차게 여는 사람들이 있다.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자신의 일터로 향하는 미화원들이나 밤샘 철통 경비로 건물을 지키는 경비원이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아침을 여는 대표적 숨은 일꾼으로 꼽힌다.

▲환경미화원 A씨는 서울시 소재 한 기관 건물로 새벽 이른 시간에 출근해 자신이 담당한 층의 사무실과 복도, 화장실 청소를 한다. 그는 실내 휴지통도 항시 비우며 쾌적한 근무 환경을 만든다.

지난해 12월 30일 새벽 5시 30분. 환경미화원 A(여·61)씨는 서울시 소재 한 기관 건물로 이른 새벽에 출근해 자신이 담당하는 층의 사무실과 복도, 화장실을 청소하고 있었다.

올해로 15년째 청소 업무를 맡고 있다는 A씨는 이른 새벽부터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고 밀대걸레로 바닥을 청소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또 사무실에서도 책상 위를 걸레로 닦으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5시에 출근해 그때부터 청소를 시작한다”면서 “이후에도 틈틈이 미화업무를 계속한다”고 말했다.

그의 근무 시간은 새벽 5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다.

이른 아침 1차 청소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면 그는 휴게실에서 동료들과 담소를 나눈다.

그러나 그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출근시간 전후로 자신이 담당했던 사무실과 복도, 화장실 등을 한 번 더 둘러본 뒤 청소를 계속했다.

아침 청소가 끝난 후에는 해당 기관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를 한다는 그는 점심의 경우 같은 일을 하는 미화원들과 함께 각자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매일 일찍 출근해 청소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 일을 시작한 지 15년이 넘었다. 매년, 매일 느끼지만 일은 여러 가지 혜택을 준다”면서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무엇보다도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보람이고 고마움”이라고 했다.

미화업무도 업체마다 다르며 자신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 비하면 자신의 근무 환경에 늘 감사함을 가지고 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새해 각오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에 다시 한 번 감사하다”면서 “지난해도 아무런 탈 없이 지나갔듯이 올해도 새 마음, 새 각오를 가지고 일할 것이며 항상 긍정적인 사고를 잃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경비원 B씨는 평일 오후 6시부터 근무에 투입해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숙직을 통해 건물 경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아침을 여는 또 다른 숨은 일꾼은 경비원 B(68)씨다. 70세를 바라보는 그는 6년째 경비업무를 보고 있다.

한 공공기관의 경비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B씨의 근무시간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아침 7시까지다.

요즘 대부분의 장년층이 50대 초반에 회사를 떠나 재취업에 매달리고 있는 상황과 달리 B씨는 60대 초반에 경비 업무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 공공기관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그는 현재 일자리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A씨는 비록 보통사람들과 같은 생활 패턴으로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기관 건물을 순찰하고 숙직까지 하면서 경비 일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주 임무는 4일에 한번 건물 순찰을 하는 것이다. 공휴일에는 24시간 근무를 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5시께 출근한 그는 저녁식사 후 경비복으로 갈아입고 6시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경비실 책상에만 앉아 있는 게 아니라 건물 안팎을 자주 살피고 출입문 잠금 상태도 자주 점검했다.

‘밤을 새면서 경비업무를 보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처럼 60대 후반이 되면 체력적으로 힘이 든다. 하지만 현재 건강상 전혀 문제가 없고 체력도 아직 현직에서 뛸 만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B씨가 업무를 볼 때 체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정문을 주시하는 매서운 눈빛과 부지런히 건물을 순찰했기 때문이다. ‘60대 어르신이 아니다’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는 “오랫동안 공직에 몸 담았기 때문에 현 공무원들과도 친분이 있어 잘 지낸다. 이런 점이 일반기업에서 일하는 것보다 한결 낫다”고 털어놨다.

그는 새해 각오로 ‘건강 유지’을 꼽았다. B씨는 “기업마다 다르지만 현 업체는 정년이 없어 계속 일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일을 하려면 체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훗날 체력이 바닥났을 때 그만둘 것”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2014년도 A씨와 B씨가 미소를 잃지 않게 60대 고용문화가 확장되길 기대해 본다. 이들이 직장에서 더 열심히 일하며 자부심을 느낄수록 국내 고용시장과 국가 경쟁력은 발전을 거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정부기관의 전망처럼 60대 고령층의 재취업과 고용률이 다양한 일자리에서 계속 상승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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