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명퇴는 없다”…인력 재배치로 비용절감 나선다

입력 2013-11-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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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임금피크제 등 비용부담 크고... 경영진 임기만료로 구조조정도 못해

“내년에도 비상경영이다.”

최근 금융지주사와 은행권의 내년도 경영전략회의에서 나온 큰 틀은 올해의 위기관리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수익성 악화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올해보다는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저성장 등 주변 환경이 여전히 어려워 비용 절감과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은행들은 내년 경영전략에서 가장 큰 고민이 비용 절감이다. 부실점포와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수익 개선을 위해서는 추가 대손비용 절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실을 다지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형국으로 우선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올해는 새 정부 출범 초기라는 부담과 연말·연초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 만료에 따른 연임 이슈가 인력 구조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기에 명예퇴직이나 임금피크제의 기회비용 또한 수익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인력 구조조정에 선뜻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 주인 없는 은행…프리라이더 수천명 = 은행권의 인력 구조조정이 근본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우리의 금융산업 현주소에 있다. 이른바 ‘주인이 없다’는 은행권 지배구조 특성상 정치권 입김에 의해서 이뤄진 낙하산 인사는‘인력 구조조정과 복지 축소가 없다’는 이면 합의를 이끌어 낸다. 관치금융 논란이 있을 때마다 임금 인상으로 직원들을 무마시켜 온 측면이 강하다. 이에 고임금 은행 직원들의 확실한 미래 보장까지 이뤄지는 인력구조를 만든다.

올초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들의 은행영업점 이용률이 낮아지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영업점이 늘어나자 적자점포 축소 등 적극적인 경영지도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은행권의 인력구조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탓에 용두사미가 됐다. 은행권은 내년 상반기까지 전체 점포 숫자의 약 1%, 적자점포의 10%에 불과한 79개의 점포를 폐쇄하기로 했다. 이는 은행들이 198개의 점포를 없애는 대신 119개의 점포를 새로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금융당국의 수차례 권고로 이뤄진 결과다.

당초 효율화 방안을 보면 올해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은행은 모두 286개 점포를 폐쇄 또는 축소·이전해야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휴인력에 대한 인력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 실제 점포를 줄이는 은행들도 지점장을 제외한 직원들은 기존 점포에 흡수시키는 방안을 의례적으로 적용했다.

이 같은 은행의 성과급 체계와 정년보장 시스템은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를 양산하고 있다. 은행원의 성과급은 일반 기업과 달리 성과에 따라 개인별로 차등 적용되지 않는다. 연차에 의한 승진이 임박한 행원들에게는 실적을 몰아주는 관행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직무 성과를 떠나 비슷한 월급을 받아 가고, 55~58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곳이 바로 은행이다.

은행권은 전체 인력의 20%가량을 비생산성 인력 프리라이더로 분류하고 있다. 은행별로 적게는 1만5000여명에서 최대 2만5000여명의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은행별로 3000명에서 5000명의 인력이 승진을 포기한 채 월급만 받아가고 있는 셈이다.

◇ 은행 1인당 생산성은 최악…기회비용이 더 걱정 = 일부 금융지주가 수익 급감에 경영진의 연봉을 삭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억대 연봉 직원들의 급여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은행 수익이 악화되고, 갈수록 1인당 생산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지난해 국내 11개 은행의 정규직 평균 연봉은 1억200만원으로 2010년 8300만원에 비해 1900만원 증가했다. 반면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 등 5개 은행의 올해 1인당 생산성은 65%로 지난 2011년 134% 대비 69% 포인트 급감했다. 이처럼 수익은 줄고 있는데, 월급은 많이 가져가는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는 것은 잘못된 인사시스템과 강성 노조 때문이다.

은행원의 고임금은 입행 때부터 시작된다. 주요 은행 신입행원의 초임 연봉은 4300만원에 달한다. 국내 1000대 기업 대졸 신입 초임 3350만원보다 1000만원가량 많다. 웬만한 기업의 과장급 연봉에 해당한다. 또 시중은행 부장급 급여는 대부분 1억원이 넘는다.

이 같은 고임금 구조는 인력 구조조정에 악영향을 미친다. 수익성 악화로 적자점포 축소와 함께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명퇴나 임금피크제 등 일시 지급해야 하는 비용 부담이 커 섣불리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160명의 임금피크제 신청을 받았다. 우리은행 임금피크제는 희망퇴직 시 2년치 연봉을 받는다.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면 5년 동안 기본 연봉의 240%(1년차 70%, 2년차 60%, 3년차 40%, 4년차 40%, 5년차 30%)를 나눠서 받게 된다. 돈은 똑같이 받지만 근무할 경우 자녀 학자금 지원, 건강검진 등 복리후생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연말 명예퇴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명예퇴직은 일시금으로 받기 때문에 신청자가 많을수록 지급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이 비용은 연말 수익에 직결된다.

이에 비용 부담을 느낀 은행권은 정년·자발적 퇴직에 따른 자연감소를 유지하면서 신입 행원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유휴인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인사 담당자는 “1인당 생산성이 낮은 영업점이 있고, 일력 부족으로 기대 실적에 못 미치는 영업점이 있다”며 “우선 생산성 향상을 기본 원칙으로 유휴 인력 재배치로 인력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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