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마트]TV 밖으로 달아난 TV 시청률

입력 2013-11-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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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모바일·IPTV 통한 시청 급증… 1인가구 증가도 반영안돼 ‘부정확’

▲TV콘텐츠를 소비하는 플랫폼이 기존TV에서 VOD, 모바일 등으로 다양해지자 시청률을 제대로 산정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방통위는 VOD와 모바일 시청까지 반영한 통합시청률를 내년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모 방송사 드라마국. 문을 열고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한쪽 벽면에 각 방송사 드라마 시청률이 대문짝 만하게 걸려 있다. 동기인 손규호 PD(엄기준 분)보다 자신의 드라마 시청률이 더 낮게 나온 것을 본 정지오 PD(현빈 분)는 국장실에 곧장 뛰어 들어가 “형, 시청률 따위로 사람 숨통 좀 조이게 하지 마!”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국장은 “야, 이 자식아! 이걸로 먹고사는데 어떻게 안 그러냐?”라고 되묻는다.

2008년 10월 KBS에서 방영한 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한 장면이다. 시청률에 목숨을 거는 방송국 PD들의 이 같은 모습은 드라마 속에서만 일어나는 허구가 아니다. 실제로는 더 하다. 방송사는 늘 시청률에 목숨을 건다. 왜 이럴까. 방송사에 시청률은 ‘밥줄’이다. 시청률이 높으면 방송사 수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단가가 올라간다. 프로그램 수출 여부를 결정하며 방송사의 브랜드 파워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방송국에 시청률은 그야말로 ‘제왕’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다. 비단 지상파뿐만이 아니다. 종합편성채널을 비롯해 케이블 방송까지 시청률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전 방송사에 비상이 걸렸다. 그렇다고 다른 콘텐츠 소비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 되레 TV 콘텐츠 소비는 전체적으로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시청률이 어디론가 새고 있다는 것. 즉 기존의 시청률 산정 방식이 실제 시청률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뜻한다. TV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시청률은 오로지 ‘본방사수’만 반영됐다.

우리나라에서 방송 시청률을 조사하는 업체는 닐슨코리아와 TNmS 두 곳. 이 두 업체 모두 약 3000가구를 표본으로 두고 텔레비전 수상기에 설치한 ‘피플미터’라는 집계 기구로 시청 채널을 파악, 전체 시청률을 추산한다. 시청자는 방송을 보기 전 자신의 성별과 나이만 입력하면 누가, 언제, 어떤 방송을, 얼마나 시청했는지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IT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며 방송 콘텐츠 소비가 TV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PC, IPTV, PC 등 다양한 통로로 이뤄지게 된 것이다. 특히 새로운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소비 비율이 높은 연령대인 10~40대일수록 거실에 앉아 본방을 사수하는 비율이 크게 줄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발표한 ‘스마트 세대 20대의 미디어 이용 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가 꼽은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매체’는 ‘스마트폰(50.2%)’으로 TV를 앞질렀다. 반면 40대 58.7%, 50대 81%는 TV를 가장 중요한 매체로 꼽았다. 20대는 스마트폰 보유 비율에서도 93.5%로 타 연령대를 압도했다. DMB 수신이 가능한 스마트폰 보유비율도 80.2%나 됐다.

하지만 방통위에 따르면 15~39세가 가구당 차지하는 비율은 27.3%에 달하지만 닐슨과 TNmS의 시청률 표본에는 각각 9.8%, 6.5%에 그쳤다. EBS를 비롯해 종편과 케이블의 경우 고령자보다는 젊은 세대의 시청률이 높은 것을 감안하면 VOD, PC, 모바일을 통해 누수되고 있는 시청률은 상당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1인 가구의 시청률 역시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23.9%이지만 시청률에 반영되는 비율은 이에 4분의 1밖에 안 되는 4~5% 수준에 머문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새로운 시청률 산정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바로 ‘통합 시청률(TSR:Total Screening Rate)’이다. 통합 시청률은 3대 스크린, 즉 TV, PC(스마트폰, 태블릿PC 포함), VOD 서비스까지 합산해 시청률을 추산하는 방식이다.

방통위의 이 같은 방침에 따라 한국광고주협회가 TNmS를 통해 실제로 통합 시청률을 시험적으로 산정, 24일 ‘2013 광고주 대회’에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TV·스마트폰·PC를 모두 보유한 1000명의 패널을 대상으로 9월 한 달간 진행됐다.

협회에 따르면 스마트폰(모바일)이나 PC로 TV를 시청하는 시청자는 최대 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S ‘1박 2일’(9월 22일)의 스마트 미디어 시청이 29%로 가장 높았고 ‘무한도전’(28일)의 스마트 시청은 18%를 차지했다. 기존 시청률 조사의 한계가 입증된 것이다.

다시 보기를 이용하는 시청자도 전체 패널의 55%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20대(172명), 40대(147명), 30대(135명), 50대(91명) 순이었다. VOD를 이용하는 통로는 IPTV(인터넷TV)와 디지털케이블(58%), PC(25%). 스마트폰(17%) 순으로 나타났다.

방통위는 올해 시범사업을 통해 내년 신규사업으로 본격적으로 시청 점유율을 산정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일단 가구 시청률에 다른 기기의 시청률이 합산되면 시청률 총 수치는 늘어나는데, 비용 측면에서 패널 표본을 크게 잡기가 쉽지 않다.

TV와 다른 기기들을 통한 시청을 동등하게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적도 있다. 또 방송사 사이에서도 이해가 상충하는 데다 광고주, 시청률 조사기관 모두 입장 차이가 불가피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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