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살리는 용병술] ‘인사형통’하십니까

입력 2013-09-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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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기업 미래가치 실현 첫걸음

기업 인사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다. 기업마다 처한 현실과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든 인사에는 교집합이 존재한다. 바로 ‘사람’이다.

최근 몇 년간 재계의 임원인사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 따른 위기감으로 ‘구원 투수’들이 대거 등장하고, 젊은 피 수혈로 인한 세대교체는 물론 ‘최연소 임원’, ‘여성 임원’ 등 각종 키워드가 나열됐다.

재계는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로 대신한다.

삼성전자는 올 초 3개 사업 부문별 각자 대표 체제를 도입했다. 기존 권오현 DS(부품)부문 부회장 1인 체제에서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사장 등 3대 부문장 모두에게 대표이사 권한을 부여했다. 이는 수년간 강화해 온 완제품, 부품 간 독립경영 체제의 연장선상에서 대표이사의 최종 결재권까지 분리한 것이다. 단, 복수 대표이사 체제로 인한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 부문별 경영 활동은 대표이사 별 완결체제로 운영하되, 법률 및 행정상 대표 업무는 권 부회장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각 사업부문의 매출 규모가 이미 국내 10대 그룹 수준을 넘어섰고, 제품과 서비스의 다양성, 경영의 복잡성도 과거보다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복수 대표체제 전환으로 사업 부문별 책임경영을 완성하고, 한 사람에게 집중된 의사결정 체계를 다원화시켜 ‘위험 분산’ 및 ‘경영 속도 향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자동차 회사지만 마케팅은 여성들이 책임지고 있다.

주인공은 최명화 현대차 마케팅전략실장(상무), 채양선 기아차 마케팅사업부장(전무)이다. 특히 올해 채 전무의 승진은 현대차그룹 임원 발탁이 예년에 비해 적었던 만큼 도드라졌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들을 통해 거친 기업 이미지에 여성의 감성을 불어넣는 차별화된 마케팅 및 브랜드 전략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훔치고 있다.

올해 ‘따로 또 같이 3.0’의 새로운 경영 실험을 시작한 SK그룹은 최고참 최고경영자(CEO)인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을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10년 전 ‘소버린 사태’를 막아낸 일등공신들을 전진 배치했다. 최태원 회장의 부재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우선 김 의장은 1974년 선경합섬(현 SK케미칼)에 입사, SK 재무담당 임원, 구조조정 추진본부장, SK케미칼 부회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그룹 역사의 산증인이다. 1994년 당시 최종현 회장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에 힘을 보태는 등 SK그룹 성장의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SK그룹은 또 문덕규·하성민·유정준으로 이어지는 ‘사장 3인방’을 주요 계열사에 배치했다. 이들은 모두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으로 촉발된 외국 자본 소버린자산운용의 경영권 찬탈 시도를 막아낸 공신들로 회자된다.

SK네트웍스 신임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긴 문 사장은 당시 SK글로벌 재무지원실장을 맡았었다. SK텔레콤 하 사장과 SK E&S 유 사장 역시 적극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선 인물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10년 전 악몽이 재현된 SK그룹 내 이들 3인방의 역할론을 주목하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인사는 ‘망사(亡事)’가 될 수도 있다. 법정관리 중인 웅진홀딩스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나이와 직급을 파괴, 과감한 인재 기용으로 화제를 모았던 윤석금 회장의 ‘용병술’은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해외 유명 MBA(경영학석사) 출신들을 과신한 게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기업들은 인재 발굴·육성에도 결코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성장을 이끄는 주인공이 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아낌없이 지원한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시대의 거울’, 사람이 바로 미래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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