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기적 새로 쓰자] 기업 경쟁력 떨어지는데… 해법 안보이는 노동시장

입력 2013-08-1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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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생산성 20여년 새 14.4%→6.0%로… 자동차업계 임금상승률 140%

“노동시간은 주는데 임금은 오르고 있습니다. 통상임금에 상여금까지 포함된다면 바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한 중소기업 대표의 토로다. 그는 “국내 대표 기업들은 노동생산성 악화를 버틸 재간이 있지만 중견·중소기업들은 조만간 큰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고 봤다.

한국경제가 ‘노동’과 씨름하고 있다. 임금, 노동시간, 복지 혜택 등을 놓고 노사 간 대립이 첨예해졌다. 당장 국내 대표 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는 13일 파업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 투표에 들어간다. 사측이 올해 임금·단체협약 제시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노조는 파업 강수를 꺼낸 것이다.

통상임금 문제는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공기업 등 전 업종에 퍼져 있다. ‘정부, 기업, 노조’란 삼각축이 각종 노동 현안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가 한국경제의 방향타를 가름할 핵심 변수가 됐다는 얘기다.

◇현대차 생산성, 미국·일본에 비해 나빠= 전문가들은 최근 한국의 노동시장이 급속히 경직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한 상황에서 노동생산성 개선 속도가 둔화돼 산업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현대자동차 국내 공장의 2012년 기준 ‘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HPV)’은 31.3시간으로 토요타(27.1), 닛산(23.8), 혼다(23.4), GM(23.0), 포드(21.7) 등과 비교할 때 가장 길다.

현대차 공장이라고 하더라도 국내와 해외의 차이가 크다. 울산공장은 30.5시간인 반면 중국 베이징공장은 18.8시간으로 무려 11.7시간의 격차를 보였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HPV는 선진국보다 낮지만 임금상승률은 선진국을 크게 뛰어넘는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워크 자료를 보면 1999~2009년 10년간 한국 자동차업체의 임금상승률은 140%다. 이는 중국 80%, 프랑스 28%, 미국 15%, 독일 13%, 일본 5%보다 크게 앞서는 수준이다. 임금상승폭과 생산성이 괴리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한국의 생산 경쟁력을 의심받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2일 블룸버그통신은 GM이 한국 시장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GM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철수설은 연초부터 계속 흘러나오면서 한국에 대한 해외의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

◇노동생산성 증가 속도 둔화 미국보다 빨라= 거시적 관점에서 봐도 노동생산성의 증가 속도 둔화가 뚜렷하다.

이동렬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전문위원이 최근 펴낸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하락요인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 증가 속도 둔화는 미국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노동생산성 연평균 증가율은 1980년대 14.4%를 기록했지만 1990년대 10.9%, 2000~2007년 6.0%로 급속히 낮아졌다. 반면, 미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980년대 6.0%에서 1990년대 3.9%로 하락했으나 2000~2007년 4.4%로 상승 반전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1980년대 5.3%, 1990년대 2.9%, 2000~2007년 0.8%를 각각 기록했다.

노동생산성 감소는 2000년 이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하락 원인이기도 하다. 1990~2001년 GDP 성장률은 6.3%에서 2002~2010년 4.1%로 2.2%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노동생산성은 5.4%에서 4.5%로 0.9%포인트, 근로시간은 -0.7%에서 -1.5%로 -0.8%포인트 각각 증가율이 줄었다. 고용률 성장세가 0.4%대로 정체인데 근로시간과 노동생산성, 생산가능인구가 동반 하락해 GDP 성장률이 떨어진 것이다.

이동렬 연구위원은 “한국은 생산가능인구 증가율 둔화가 가속화되고 고용률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적어도 3%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노동생산성 하락세를 상승세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경직, 신사업에도 불리=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기업이 새로운 사업을 펼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는 올해 임단협에서 △신차종 개발과 투입 △사업의 확장과 합병 △해외공장의 생산계획 등을 노사공동위원회를 통해 심의·의결할 것을 제시했다. 이처럼 노동시장이 경직되고 노조의 경영권 요구가 커지면서 핵심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송재용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한국은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높고 인수·합병(M&A) 시장이 그리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위기 상황이나 패러다임의 변화가 와야만 큰 저항 없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이어 “중장기 저성장 우려에는 호황기에 낀 군살을 빼면서 비주력, 비핵심, 적자 사업은 아웃소싱이나 전략적 제휴, 매각 또는 최악의 경우 청산을 통해 축소하거나 정리하고 핵심사업에 자원을 보다 집중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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