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세종만평]공공기관 개혁 성공하려면

입력 2013-06-1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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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납품비리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올여름 전력비상에 걸렸다. 이번 사태로 한국의 ‘불치병’으로 꼽히는 공공기관 개혁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 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았지만 강성노조와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꼬여 있어 공염불(空念佛)에 그쳤다.

공공기관 하면 흔히 낙하산 인사, 강성노조, 억대 연봉, 방만경영, 혈세로 성과급 잔치, 철밥통 등 부정적 모습이 더 크게 떠오르고 있다. 정부 교체기마다 공공기관 개혁을 부르짖지만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반발과 강성노조의 파업 등으로 번번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 왔다.

박근혜 정부도 공공기관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실제 금융권을 시작으로 낙하산 인사가 포진하고 있다. 최근 금융기관장 26개 자리 중 옛 재무부 출신이 13곳에 수장으로 내려와 ‘모피아’(재무부+마피아 합성어) 전성시대가 다시 열리는 것 아닌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거 이들 모피아는 강성노조와 타협하면서 공공기관 억대연봉, 성과 없는 성과급 잔치 등 공공기관 방만경영의 주범으로 자주 거론됐다. 이런 점에서 과연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혹의 시선이 나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뽑았던 국민 중에는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모습을 박 대통령에게서 찾으려고 한 사람이 많다. 대처 전 총리의 업적 중 가장 높이 평가받는 것이 공공기관 개혁이다. 공기업 민영화와 정부기능, 인력감축으로 공공기관 개혁을 이끌었던 대처 전 총리는 강성노조에 부딪쳐 인기도가 역대 수상 중 최악인 25%까지 추락했다. 집권 여당에서조차 대처 전 총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대처 전 총리는 현재의 인기에 연연치 않고 꿋꿋이 공공기관 개혁을 이끌어내면서 당시 공기업 천국이었던 영국의 산업구조를 바꿔 놓았다. 철도, 가스, 전기, 통신, 수도, 석탄, 철강, 항공, 자동차를 포함한 대부분 정부 소유 기업들을 민영화하면서 영국의 고질병이었던 공기업 개혁을 이뤄낸 것이다. 하지만 철도 민영화는 오히려 효율성을 저하시켜 결국 다시 공기업으로 편입돼 실패한 정책으로 꼽히지만 공기업 민영화는 재정수입증대, 노조 약화, 경영 효율성 향상 등 긍정적 측면도 많았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개혁에서 충분히 대처 전 총리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적인 민영화보다는 컨설팅과 공청회를 통해 민영화에 따른 장단점을 분석해 민영화가 필요한 곳은 과감하게 민간에게 맡겨야 한다. 평가에서 공기업으로 계속 놔둘 곳은 철저한 관리 감독과 낙하산 인사를 배제한 전문경영인이 이끌 수 있는 제도개혁을 할 필요가 있다. 더는 공공기관의 강성노조에 이끌려 번번이 공공기관 개혁을 무산시켰던 역대 정권의 실패를 거울삼아 단호한 개혁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물론 민영화로 말미암은 공공요금 인상이라든가 철도나 원전 등 안전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무조건적인 규제완화가 아닌 상황에 맞는 규제 강화도 필요하다. 과거 공공기관 민영화를 서두르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해 심각한 국부 유출이 일어났던 것처럼 그런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철저한 민영화 대상 작업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이 아닌 제 식구 배 불리기에 전념하고 있는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와 방만경영은 이번 기회에 개혁을 통해 뿌리뽑아야 한다. 절대 강성노조나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생각한 공공기관 개혁을 박근혜 정부에서 과감히 이끌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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