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벼랑끝 동네책방… 추억의 사랑방도 역사속으로

입력 2013-03-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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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할인판매 경쟁 탓… 동네서점 4000개 문닫아

▲1980년대 후반 교보문고 개점 계획이 알려지자 크게 영향을 받게 될 서점인들이 강력하게 반대했다. (사진=한국서점조합연합회)

“문화를 공산품 취급하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지역서점 육성 포럼에 참여했던 박두현 부산 중구 구의원은 “책은 일반 재화와 달라요. 지식을 사고파는 재화이며 특별하고 의미 있는 재화죠.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27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역서점 육성 포럼인 ‘한국 서점산업의 현재와 진흥 방안(이하 포럼)’ 자료에 따르면 서점산업 침체의 주요 원인은 정가 인상과 할인판매 확산 등이다. 2002년 개정된 ‘출판 및 인쇄진흥법(현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을 통해 도서할인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온라인 서점과 할인판매 서점을 중심으로 할인문화가 일반화됐다. 출판업계의 무한경쟁은 동네 서점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이로 인해 1994년 5683개이던 전국 서점수(대한출판문화협회 자료)는 2007년 2042개, 2011년에는 1752개로 줄었다.

서점산업 침체와 함께 추억도 사라졌다. 서점은 그동안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새로운 책을 맞이하는 곳이자 마음의 안식처였다. 40년간 헌책방을 운영해온 인천 동구 금곡동 아벨서점의 곽현숙 대표는 기억에 남는 손님을 묻자 “대학교 기말고사가 끝나면 어김없이 한 교수가 찾아온다. 2~3시간 동안 30여권의 책을 고르면서 ‘여기서 이렇게 책을 사면 한 한기가 다 정리된다’고 말하곤 했다”며 노교수를 기억했다.

곽 대표는 포럼 발표 자료를 통해 “책방은 책이라는 물체의 집합소만이 아니라 정신의 젖을 원하는 만큼 채워 주는 생명의 요람이다. 열린 책방 문화를 최고의 작품으로 가꾸는 일보다 더 큰 사회적 연출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마다 열린 책방이 힘 있게 제맛을 낼 때 이슈에 몰리는 군중심리가 잦아들고 맑은 서민의 마음이 회복될 것이라고 희망한다”며 지역 서점을 통한 독서문화의 다양성 회복을 기대했다. 인터넷 서점의 성장과 지역서점의 대형화로 책에 대한 접근성은 증가했지만, 오히려 대중의 책을 보는 스펙트럼은 줄어들었다. 인터넷 서점 메인페이지에 배치된 몇 권과 TV, 라디오 등 방송 매체에 소개된 몇 권이 독자를 휩쓰는 것이 일상이 됐다.

▲사진=한국서점조합연합회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늘푸른서점을 운영하는 최석운 대표는 책을 통한 독서문화의 다양성에 대해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혜민 스님 지음)’이 200만부 이상 팔렸다는 말에 “그 책 50만부만 팔리고 나머지 150만권은 다른 책들을 사갔으면 해요. 정말 좋은 책들 많거든요. 잘 팔리는 책이 독점하는 현상은 문화의 다양성을 해치는 일이에요”라며 우려했다.

서점으로 오는 책 대부분을 읽는다는 그는 “잘 안 알려진 책이라도 제가 좋으면 단골손님에게 추천해요. 추천한 책을 잘 읽었다는 손님의 한마디에 뿌듯함이 느껴지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존폐의 위기 속에서도 서점을 운영하는 그는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니에요. 책이 좋아서 하는 취미생활일 뿐이죠”라며 웃었다.

포럼 주제를 발표한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서점의 침체 원인으로 경제성장률 급감에 따른 소비침체, 유통구조의 변화, 전자출판업과 할인판매 확산 등을 꼽았다. 김 연구원은 “전자책 사용자의 증가와 같은 소비 트렌드를 바꿀 수는 없지만 도서 정가제가 출판업계 상생의 중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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