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기업공시로 경영의 판도라를 열다

입력 2013-01-2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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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에 숨겨진 101가지 진실’, 김수헌·한은미 지음

“지난해 5월 18일 STX조선해양의 주가가 6% 가까이 급락했다. 경제매체의 증권부장으로 있던 필자는 STX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시장에 또 다시 퍼진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를 살펴봤지만 유독 STX 조선해양의 주가만 폭락한 상황이었다. 사정은 이랬다. 그날 오후 한국거래소가 한 건의 투자유의안내 공시를 냈는데, STX조선해양 신주인수증권(워런트)의 행사 기간이 오는 6월 20일자로 만료되고 다음 날 상장폐지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공시를 본 투자자들 가운데 일부가 STX 조선해양이 상장폐지되는 줄 착각하고 주식 매도에 나섰던 것이다.”

특종 발굴의 명수 경제전문기자와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힘을 합쳐 기업 공시와 회계, 금융, 주가에 얽힌 속내를 알 수 있는 책이 출판됐다. 중앙일보와 이데일리 등 경제전문기자로 활약했던 김수헌 씨와 하이투자증권에서 IT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했던 한은미씨가 발간한 ‘기업경영에 숨겨진 101가지 진실’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하루에도 수십,수백 가지의 기업 공시를 통해 기업을 읽을 수 있는 데 촛점을 뒀다. 어떤 기업이 합병을 했다거나, 신주(新株)를 발행해 주주들에게 무상으로 나누어 준다거나, 최대주주가 교체됐다거나, 적대적 M&A 세력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등 기업의 미래와 주가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들이다. 하지만 STX 조선해양의 사례처럼 좀처럼 그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기업이 왜 그러한 결정을 했을까?’, ‘결정이 몰고 올 파급 효과는 무엇일까?’, ‘주가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꼬리의 꼬리를 물고 궁금증이 이어진다. 이는 경영이 어떠한 메커니즘에 의해 움직이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다.

이 책은 기업이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는 중요한 경영 활동을 하나씩 짚어본다. 어려운 이론으로 에둘러 설명하지 않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실제 사례에 ‘왜?’라는 의문부호를 찍고, 이에 답하는 방식을 통해 독자의 궁금증을 해소한다.

또한 이 책은 기업의 경영 활동을 아무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한다. 유상감자나 합병, 공개매수, 자사주 소각 등 기업은 다양한 경영 활동의 목적으로 자주 ‘주주 가치 제고’를 든다. 정말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기 위한 결정들일까? 한 꺼풀 벗겨보면 유상감자를 통해 대주주 일가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도 하고, 기업을 분할해 경영권 승계 절차를 쉽게 바꾸기도 한다. 또 기업의 이익을 빠르게 빼낼 목적으로 유상감자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속내를 감추고 한 결 같이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경영 활동 이면의 진실을 파헤쳐 기업 분석의 지평을 확장한다.

그렇다면 기업 분석의 토대가 되는 정보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기업 공시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본 저자는 경영과 주가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공시’ 속에 있다고 말한다.

공시는 상장 기업이 시시각각으로 발생하는 중요한 경영 활동을 이해 관계자(주주, 채권자, 투자자)에게 공개적으로 알리는 제도다. 주식 거래와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을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시간에 공평하게 알림으로써 공정한 시장 가격을 형성하는 것이 공시 제도의 주목적이다. 즉, 기업의 미래와 주가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열쇠가 공시 속에 있다.

그러나 공시를 대하는 투자자들의 모습은 ‘업은 아기 삼 년 찾는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증권가 찌라시와 주식 카페에서 특급 정보를 찾아 헤매면서도 정작 공시는 뒷전이다.

많은 투자자들이 일봉이나 주봉, 이동평균선 등 주식 관련 데이터 분석은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기본이 되는 기업 분석에는 소홀하다. 투자 기업을 고르는 일은 배우자를 고르는 것과 유사하다. 배우자의 외모와 성격을 보듯 투자 기업의 재무제표와 실적을 살펴봐야 하고, 배우자의 성장 환경을 보듯이 기업이 속한 산업에 대한 이해를 겸비해야 한다. 또한 배우자의 부모를 살피듯이 기업을 재배하고 있는 최대주주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기업을 분석하는데 필요한 이 모든 정보가 공시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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