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氣살리기] 세계는 자국기업 지키기 전력

입력 2012-11-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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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은 정부가 나서서 ‘친기업’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7일 노스캐롤라이나 마운트 홀리의 다임러 북미트럭공장을 방문해 근로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글로벌 경제침체의 장기화는 이제 현실이 됐다. 유럽에서 시작된 위기는 전세계로 확산되며 선진시장의 경제를 얼어붙게 했고, 이는 수출 및 내수 부진, 실업으로 속속 이어져 신음을 내지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유럽, 남미 등 주요 국가들은 자국 기업 보호에 한창이다. 대외적인 경제 환경의 충격과 해외 기업들의 공세를 정부가 앞장서 막아야만 자국 기업이 맘놓고 경영을 할 수 있고, 이는 결국 국가의, 국민의 부(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기업에 대한 세금 인하 등의 정책 지원과 더불어 관세 인상 등의 보호무역 조치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는 기업들에게 투자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의 의지를 불어넣게 하며, 고용도 창출하도록 마음을 먹게 한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RTA)가 지난 8월 해외 주요 수출 시장의 보호무역주의 확산 동향을 긴급 점검한 결과, 총 66개 무역관 중 24개 무역관에서 44개의 보호무역 조치가 새롭게 파악됐다. 유형도 자국산 사용 의무화, 외환 규제, 수입관세 인상 등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KOREA’ 브랜드에 대한 견제도 세계 곳곳에서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우리 기업은 올 상반기 20여건의 수입 규제를 받았다. 특히 선진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제품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가격담합조사, 반독점법 위반조사를 통해 불공정거래 사례로 제재를 받을 경우, 마케팅 활동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 기업지원+보호무역, 자국 기업 활로 터 = 미국은 오바마의 재선 성공으로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정부지원 확대, 경기부양을 위한 중소기업 지원 확대 정책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경제 활성화와 고용 확대를 위해 해외에 있는 자국 제조업체를 본국으로 회귀시키면 공장복구 비용의 20%와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리쇼어링(Reshoring)’이다. 중국·멕시코로 생산기지를 이전해 공동화가 일어난 자국의 생산 인프라를 재건한다는 의도다. 이미 GE가 2011년 온수기 생산을 중국에서 이전했고, 세탁기 등의 주요 품목도 미국으로 옮길 예정이다. 월풀 역시 소형 가전제품의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오하이오 공장으로 이전했고, 오티스도 멕시코 생산라인을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옮겨왔다.

해외 유턴 자국 기업의 육성은 해외 기업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 크다. 이미 미국에서 연비오류 사태로 현대자동차가 막대한 배상금을 소비자들에게 물게 됐고, 브랜드 이미지 하락까지 이어진 것도 미국의 자국 기업 육성 기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멕시코는 무관세를 적용해 왔던 286개 철강재에 대해 올 8월부터 3%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어 10월에는 멕시코 철강회사인 테르니움의 요청을 받아들여 한국산 수입 냉연강판에 대한 덤핑 조사를 개시해 한국을 타깃으로 한 보호무역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멕시코는 자국 내에서 소비한 냉연강판의 50% 가량을 한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프랑스는 2008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자동차 분야 환경장벽을 올해 더 강화했다. 이 법안은 주행거리 1㎞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5g 이하인 자동차에는 보조금 100~400유로를 주고, 181g 이상인 차에는 부담금 1300~3600유로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더 나아가 프랑스는 올 7월 법을 개정해 보조금과 부담금 액수를 각각 최대 2배까지 더 올렸다. 이어 10월에는 2차 태양광 산업 활성화 조치를 발표하며 자국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태양광 산업에 대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특히 지난 8월 521MW 규모의 옥상·지상용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205건에 대한 입찰을 재개하며, 자국 기업들의 입찰이 유리하도록 평가 기준을 변경하기도 했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되고 있는 헝가리는 자국품 애용을 유도하는 ‘바이 내셔널(Buy National)’ 정책을 정부 주도로 적극 펼치고 있다. 헝가리는 EU에 가입되어 있는 만큼, TFEU(유럽연합 기능에 관한 조약)를 준수해야 한다. 바이 내셔널 정책은 결과적으로 자국 생산품, 자국 유통채널의 경쟁력을 높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TFEU를 위반하는 만큼, EU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큼에도 이같은 결정을 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는 한층 강화되는 추세다. 영국의 민간무역 연구단체인 글로벌트레이드얼러트(GTA) 조사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191개의 보호무역 조치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보호무역을 펼치고 있으며, 러시아(172개), 미국(106개), 인도(101개), 중국(100개)이 뒤를 이었다.

◇다양한 보호장벽으로 파상 공세 = 유형별로 보호무역주의 동향을 살펴보면 △수입관세 및 수입품에 차별적인 특별세 증가 △수입절차 강화 △자국산 사용 의무화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발동 증가 △경쟁국 기업 경쟁력 약화 조치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멕시코 철강재 관세 부과와 같은 수입관세 및 수입품에 차별적인 특별세 증가는 가장 많이 등장하는 보호무역 조치다. 특히 러시아의 경우 지난 9월부터 수입 차량 폐차처리 비용을 최대 1만3000달러까지 사용세(Utilization Fee)의 형태로 부과하기 시작하는 등 방법 또한 점차 다양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조치 역시 미국를 중심으로 날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세관통관 강화, 사전수입 신고제, 수입품목 제한 등 수입 절차를 강화하는 보호무역 조치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베트남이 지난 9월부터 모든 수입철강 제품을 사전에 산업무역부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한 것이 하나의 예다. 또 자국산 사용 의무화 등의 조치도 흔하다. 공공 프로젝트 발주시 자국산 제품 사용을 의무화하거나 제안 평가시 자국 기업과의 협력 수준을 평가 결과에 반영하여 자국산 제품 활용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쟁국 기업 경쟁력 약화 조치는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선진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품목의 경우 가격담합 조사,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근거해 불공정거래 사례로 피소되는 경우가 많아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유럽발 재정위기가 닥치자 다른 국가들은 보호무역 방안을 일제히 내놓고 자국 기업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반면 국내에서는 대기업에게 족쇄를 채우려는 분위기여서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아르헨티나의 경우 ‘미스터 보호무역주의자’로 불리는 기예르모 모레노 무역부 장관이 나서 해외기업을 겨냥한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글로벌 환경에서 국가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에게 믿음과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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