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신화는 없다?]웅진 사태 타산지석…외형보다 내실 키워라

입력 2012-10-15 11:08 수정 2012-10-1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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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계속되어야 한다…실패에서 배우는 교훈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마저 무너졌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손꼽혔던 인물들이 추락하는 상황이 잇따라 연출되면서 남은 샐러리맨 출신 창업주들에게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강덕수 STX 회장과 박병엽 팬택 부회장 등 샐러리맨 출신 창업주들이 샐러리맨 신화를 계속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다른 샐러리맨 신화, 그들은 누구인가=강덕수 STX 회장과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윤석금 웅진 회장과 함께 ‘샐러리맨 신화’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강덕수 회장 성공스토리는 ‘나는 생각을 행동에 옮겼을 뿐이다’라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강 회장은 1973년 쌍용양회 입사해 지난 2000년 퇴출 위기에 처했던 쌍용중공업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듬해 그는 사재 20억 원을 투자, 지분을 취득해 쌍용중공업의 대대주로 올라선 후 STX로 사명을 변경한다.

이후 강 회장은 굵직한 인수합병(M&A)에 연이어 성공하며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특히 그는 M&A 과정에서 특유의 강단을 바탕으로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반드시 인수했다. STX팬오션의 전신인 범양상선을 인수한 지난 2004년 당시 강 회장은 경쟁사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인수에 성공한 것은 강 회장의 강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끝에 강 회장은 창사 8년만에 쌍용중공업 시절 매출액 2700억원 가량에 불과하던 기업을 자산 기준 재계 12위의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월급 봉투를 받던 그는 월급을 주는 국내 굴지 중공업그룹의 총수로 변신했다.

강 회장은“회사에 다니면서 단순 월급쟁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어떤 일이든 스스로 오너라는 자세로 적극적으로 일해온 것이 현재의 위치를 만들었다”고 자신의 성공 비결을 밝혔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도 샐러리맨의 우상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지난 2007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며 신화가 무너지는 듯 보였으나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하며 다시 샐러리맨 신화 반열에 합류했다.

맥슨전자 영업사원이었던 박 부회장은 1991년 당시 직장을 그만두고 삐삐라고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무선 호출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종자돈은 전세 자금인 4000만원 뿐이었고 사업체 또한 신월동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에 6명의 직원 뿐이 없었다.

팬택은 이내 벤처, IT 업계가 호황을 누리면서 성장을 시작했다. 특히 1997년 팬택이 생산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전화 단말기가 큰 인기를 끌며 팬택은 기술력은 물론 영업력까지 갖춘 회사로 변모했다. 이후 그는 2001년 당시 국내 3위 휴대전화 업체인 현대큐리텔을 인수했다. 현대큐리텔은 인수 당시 1950억 원이라는 막대한 부채를 지고 있었으나 인수 1년 후에는 흑자를 달성했다. 박 부회장은 2005년 SK텔레텍마저 인수하면서 국내 휴대전화 3위 업체로 우뚝 섰다.

하지만 2006년 승승장구하던 박 부회장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모토로라의 휴대전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 것. 결국 팬택은 2007년 4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박 부회장의 성공 신화는 잠시 꺾이는 듯 보였으나 그는 재기에 성공했다. 자원과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효율을 극대화 시키는 ‘픽스&맥스’라는 전략을 세우고 인력과 급여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회의를 주재하고 주말 또한 반납했다. 결국 팬택은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박 부회장의 “창업자로서 회사를 살릴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다 내놓겠다”는 의지가 그를 재도약할 수 있게 한 기반이 됐다.

◇샐러리맨 신화 이어가려면 웅진의 추락에서 배워야=강덕수 회장과 박병엽 부회장을 ‘샐러리맨 신화’라고 칭송하기에는 아직 불안한 모습이 보인다. 윤석금 회장이 경영인으로 선 지 32년만에 최대 위기와 맞닥뜨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윤 회장보다 경영 경험이 10년 이상 부족한 강 회장과 박 부회장의 성공 신화도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윤 회장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먼저 웅진 실패의 주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M&A와 무리한 투자다. 웅진그룹은 2005년부터 태양광, 건설, 금융업 등에 무리하게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결국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강덕수 회장 또한 꾸준한 M&A와 대규모 투자로 인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강 회장은 기업을 인수 한 후 가치를 높인 뒤 증시 상장 등을 통해서 투자금 그 이상을 회수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에 업황이 침체되며 그룹의 주력사인 STX조선해양과 STX팬오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 회장은 중국에 초대형 조선소를 건설하고 STX유럽 인수와 추가지분 확보에 1조원 가량을 투입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결국 STX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207%까지 치솟았다.

이에 강 회장은 “앞으로 대형 M&A는 없을 것”이라며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경영 스타일을 바꿨다. 그룹 성장보다는 재무안정에 집중하기로 한 것. 그는 그룹의 핵심부서를 ‘재무기획본부’로 바꿔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로 이동했다. 또 STX OSV 매각하고 STX중공업 등 핵심 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파는 방식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웅진의 경우 인수합병한 기업들이 업황이 부진해지면서 차례로 쓰러졌다”면서 “STX가 주력하는 조선업의 경우도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STX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병엽 부회장은 윤 회장과 ‘사람이 먼저’라는 경영관에서는 비슷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윤 회장의 경영모토는 ‘부동산에 투자하기 보다 사람에 투자하겠다’였다. 이에 윤 회장은 MBA 출신 인재를 대거 영입했으나 이 MBA 출신 인사들은 당시 극동건설 등 M&A를 주도하는 등 웅진그룹의 몰락을 이끌었다.

박 부회장도 ‘사람과 기술’을 최고 가치로 여긴다. 그는 박정대 총괄대표,송문섭 팬택&큐리텔 사장,이성규 팬택 사장 등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할 정도로 인재를 중요시하는 철학을 확고히 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에서 인재가 중요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몇몇 인재를 맹신하고 다른 임직원들의 말을 귀기울이지 않는다면 이는 몰락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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