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송광섭 사회부장 "부동산의 고통… 極相을 위한 과정인가"

입력 2012-08-23 11:44 수정 2012-08-2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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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부동산 담당 기자로 일하던 1990년대 말로 기억된다. 서울 시내에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가 건립된다는 소식에 청약열기는 가히 광풍에 가까웠고, 금세 청약이 완료됐다. 운이 좋은 최초계약자는 분양가의 2배에 가까운 시세차익에다 억대가 넘는 양도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횡재를 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축제(?)의 장이었다. 돈이 될 것이라는 모델하우스 주변에는 떴다방들이 장사진을 이룰 정도였다. "프리미엄 얹어주고 분양권 되삽니다"라는 문귀를 내걸고 호객행위 하는 일도 예사였고, 모델하우스 구경만 오는 사람들에게도 최소 수건이상의 선물 보따리가 주어졌다.

부동산 업무도 관련이 돼 있는 사회부 데스크를 맡은 뒤 시장을 바라본 느낌은? 한마디로 참담할 정도였다.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고, 중견사들마저 줄도산을 하고 있었다.

매매시장은 위축될대로 위축이 됐고, 저렴함 보금자리주택이 대거 쏟아지면서 수요가 전세로만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베이비 부머의 퇴진으로 중대형 수요가 크게 준데다 젊은층들의 의식변화도 부동산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자동차나 IT-모바일 기기를 샀지 주택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주거개념으로 보지 결코 소유개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기존 기성세대들도 이제는 투자개념으로 아파트를 바라보지 않는다.

규제는 풀 만큼 푼 상태다. 강남 투기지역 해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까지. 그러나 정부대책은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정부가 최근 20~30대 무주택 직장인을 대상으로 DTI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지만 시장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시장을 살릴 단하나의 방법에 전문가들은 충격요법을 거론한다. 수도권 시장을 살리려면 일단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중단해야 하고, 강력한 세제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토지의 경우도 실거래가로 영도세를 내야하는데 공시지가 기준으로 바꿔서 세금을 대폭 깎아주는 강력한 세제조치가 필요하고, DJ정부때 주택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폐지했던 것처럼 강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다.

1930년 대공황에 빠진 미국 경제를 구한 것은 바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이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매년 5억달러를 투입하면서 시작한 뉴딜 프로그램은 SOC 투자가 골자였다.

그러나 SOC 투자가 반드시 경기부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1990년 일본은 과도한 SOC 투자로 인해 오히려 장기불황의 늪에 더욱 깊숙이 빠져들게 된다.

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사업에 대한 폐해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서울중앙지검은‘4대강 살리기 사업’의 공사 입찰 과정에서 10여개 건설사가 담합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얼마전 한 건설업체 분들과 점심을 한 적이 있다. 남들이 들으면 웃을, 어불성설 같은 얘기를 쏟아낸 적이 있다. "부동산시장과 금융상품 시장을 결합한 형태의 상품을 내놓으면 어떨까요.

아파트 계약자에게 원금 보장을 해줄 수 없지만, 입주에 따른 할인 외에 일정기간 후(예를 들어 향후 3년이나 5년) 매입가격보다 일정 범위내에서 가격이 형성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수익률을 보장하는 파생상품과 같은 형태입니다." 물론 부동산투자신탁이나 리츠(REITs) 형태는 아니다. 아파트가 매매가격 이하로 하락할 경우 손실을 보존해주는 식이다.

이 상품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중간에 상품을 만들고 운용을 하는 별도 운용회사가 필요하다. 억지성 논리지만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해해줬으면 한다.

이제는 규제완화 조치로서는 시장이 되살아나지는 않는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 부동산시장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도 잘 나가는, 이른바 완판 아파트가 있다.

극상(極相, climax)이라는 생태용어가 있다. 천이(遷移)에 의한 군집의 조성이 변화해 안정이 계속되는 군집의 최종상으로, 극성상이라고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잡초만 있는 땅에 시간이 지나면서 키작은 관목과 키가 큰 교목이 조화로운 상태를 이루면서 최상의 안정상태를 이룬다는 뜻이다. 시장이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시간도 필요하고 업계의 몸무림도 필요하고 정부의 배려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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