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총재 구원투수 역할 실망하기엔 일러

입력 2012-08-06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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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언론 “분데스방크 고립 자초할 수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재정위기를 해소할 구원투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실망하기에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EC) 관계자들은 5일(현지시간) 드라기 총재가 시장이 기대했던 만큼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조만간 위기를 상당 부분 해소할 조치들을 결국 실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독일 언론도 그간 ECB의 위기 진화 역할 확대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어온 분데스방크에 대한 회의감을 나타내는 등 분위기는 드라기 총재 쪽으로 기울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던 지난달 26일 드라기 총재는 “위임된 권한 내에서 유로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나를 믿어달라. 조치는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시장에선 ECB가 국채 매입과 장기저리 대출 재개 등 특단의 대책들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며 국채 금리가 떨어지고 주요 증시 주가는 급등했다.

ECB는 지난 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생 0.75%로 동결했고 별도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았다.

드라기 총재는 ECB가 국채 시장에 직접 개입할 수 있고 추가 안정책들을 실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은 기대했던 즉각적이고 대규모의 조치가 없어 실망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금리는 다시 치솟고 주가는 하락했다.

그러나 EU 실무자는 물론 전문가들은 즉각적 조치가 실행되지 않았을 뿐이지 드라기 총재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는 발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드라기 총재가 2일 ECB의 국채 매입은 구제금융기구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유로안정화기구(ESM)와 함께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점도 독일 등 일부 국가의 반대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실행에 필요한 단계를 밟아가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실질적으로도 일정한 규율 준수가 전제돼야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위험국가의 경각심과 개혁 조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ECB로서도 일정 수준의 사전 제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드라기 총재의 일련의 발언을 절반 밖에 차지 않은 물컵이라고 비관적으로 볼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계속 물이 채워지는 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EC 관계자는 주장했다.

크리스티안 슐츠 베렌베르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AFP 통신에 “ECB가 결국 문제가 추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토대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ECB는 그리스발 유로존 위기 이후 지금까지 위험국 국채 대량 매입 프로그램(SMP)을 두 차례 실행했다.

ECB는 그러나 SMP가 중앙은행 본연의 일은 아니고 예외적으로 취하는 특단의 조치라며 올들어 스페인 등 국채 금리가 치솟아도 매입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다음달이나 10월 ECB의 통화정책회의를 전후해 SMP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불안한데다 9~10월에 국채 만기 상환과 이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한 국채 매각 입찰이 집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9월12일엔 독일 헌재의 ESM에 대한 결정이 예정돼 있어 이후 ESM 출범이 가능하다.

ECB가 SMP를 가동하려면 발언권이 센 독일 등의 견제를 극복해야 한다.

드라기 총재가 “EFSF와 ESM이 함께 개입해야 ECB도 시장개입에 나설 수 있다”고 말해 이 구제기금들에 은행면허를 주는 일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드라기 총재는 국채시장 상황을 보면서 일단 ECB가 일부 국채매입에 나서고 추후 본격적인 매입은 ESM 출범 뒤에 실행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슐츠는 만약 ECB가 위험국 국채를 위한 안전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시장에 믿음을 주게 되면 위험국 국채 투자심리가 회복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ECB가 그렇게 많은 국채를 매입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CB 내 지분이 큰 분데스방크는 처음부터 ECB의 국채매입 프로그램 등 시장 개입에 강력 반대했다.

분데스방크는 “이는 ECB의 본연 임무가 아니고 유로존 국가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ECB 지위와 물가안정 기능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의 여러 상황에 비춰볼 때 ECB의 개입으로 물가가 불안해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독일 여론도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데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지난 4일 “분데스방크의 좁은 시각이 현재 유럽의 현실에 더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마저 드라기의 지난달 26일 유로화 방어 발언을 환영하는 마당에 분데스방크가 고립을 자초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ESM 은행 면허 부여도 메르켈 총리나 쇼이블레 재무장관 보다는 필립 뢰슬러 경제장관과 분데스방크 총재 등이 강력 반대 발언을 하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전면 구제 금융을 감당하기엔 EFSF와 ESM의 자금 규모가 작아서 결국 ESM이 은행으로서 ECB의 자금지원도 받고 국채 매입에 나설 수 밖에 없으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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