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물부족 '해수담수화'로 풀어야

입력 2011-11-18 13:13 수정 2011-11-1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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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규 한텍엔지니어링 대표이사

21세기는 '물의 시대(Blue Gold)'다. 그만큼 물이 귀하다는 뜻이다. 한양 상인들에게 대동강 물을 팔았던 봉이 김선달이 희대의 사기꾼으로 몰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그보다 기발한 사업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먹는 샘물의 판매량이 탄산음료를 육박하는 요즘,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자유재(自由財)였던 물이 이제는 당연히 돈을 지불하고 사먹어야 하는 경제재(經濟財)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의 40%가 만성적인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26억명이 기본적 하수시설 없이 생활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 역시 물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강수량의 계절적 편중과 지역적인 불균형으로 가뭄 때마다 상습적인 물 부족 사태를 겪고 난 이후, 물 공급 시설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정부가 지난해 10월, ‘물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현실은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국내 500여개의 유인 도서 가운데 해수담수시설이 설치된 지역은 2010년 현재 85개에 불과해 도서 지역에 대한 물 공급 시설이 절실한 실정이다. 그나마도 대부분 해변에 심정을 파서 끌어올린 염지하수(해수와 담수가 혼합된 지하수)를 담수화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고, 해수를 직접 끌어와 담수화하는 시설은 추자도를 비롯해, 육도, 죽도에서만 사용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바닷물의 염분을 제거하고 생활용수 및 음용수로 사용하는 해수담수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해수담수는 산업 혁명기에 사탕수수를 증발시켜 설탕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 처음 발달한 후, 제2차 세계대전에는 사막지역의 군인들에게 물을 공급하기 위한 장치로 인식됐다. 미국 역대 대통령 케네디는 “바닷물을 맑은 물로 만드는 기술은 그 어떤 과학적 성과를 뛰어 넘는 공헌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바람이 현실로 이뤄진 것은 불과 몇 십년 전의 일이지만 해수담수화 플랜트 기술은 해마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뭄지역으로 알려진 국가들은 이미 해수담수화 플랜트 건설이 활발하고, 아프리카를 포함한 지중해 연간에 위치한 국가들과 중동지역, 미국, 호주는 지속적으로 플랜트 건설 계획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해수를 증발시켜 담수를 얻는 방법보다는 에너지소비를 줄일 수 있고 규모에 따른 제약을 받지 않는 역삼투법(RO)에 의한 해수담수방식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대부분의 도서가 10km² 이하의 소규모 도서로 분류되는 경우에는 화석연료를 사용해 해수를 가열해야 하는 증발식(MSF)보다 반투막을 이용한 역삼투압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지역의 오랜 숙원 사업인 해수담수설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많다. 도서지역의 물부족 문제를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문제 해결 의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행은 지자체가 담당하다 보니 ‘문제’와 ‘해결’의 연결이 원활치 않다. 정부가 직접 나서 예산 확보를 기반으로 도서지역에 대한 해수담수설비 보급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한 비용과 더불어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기술 문제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기업들의 해수담수화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을 구가하고 있지만 대기업은 사업 구조상 국내 도서지역과 같은 중소형 설비에 대한 관심이 낮다. 반면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은 중소형 플랜트에 적합한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의지만 보여준다면 빠른 시일 안에 도서지역의 물 부족 현상은 해결될 수 있다. 이는 각자의 이익 추구보다는 민간과 기업이 상생(相)이라는 긍정적인 결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설비의 핵심부품인 멤브레인, 고압펌프 등은 대부분 수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품의 국산화가 시급하다. 정부는 물산업이 미래산업의 핵심임을 간과하지 말고, 국내 기업들이 수입품을 대체할 수 있는 부품 개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텍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이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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