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오지 근무자는 '괴로워'

입력 2011-07-07 10:57 수정 2011-07-0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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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으니 잃어버린 소값 내놔라"

▲일러스트 사유진 기자 yjsa2018@

- 동남아ㆍ아프리카 '돈많은 한국'인식 떼쓰기

- 페루ㆍ콜롬비아 총기사고 많아 방탄차 지급

- 사업 완수 땐 보람.. 파견 자원 직원 늘어나

인도네시아 남부에 위치한 시골마을 칼리만탄지의 SK네트웍스 고무플랜테이션 현장에서 근무하는 신명섭 팀장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어느 날 소를 잃어버린 노인이 사무실로 들어와서 소값을 물어달라고 소란을 피운 것.

“소값을 왜 우리에게 물어달라고 하느냐”고 하자 노인은 “당신네가 나보다 돈이 많으니깐 당연히 우리가 물어줘야 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신 팀장은 “이곳에 사무실을 차린 이후 거의 매일 같이 기부금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다녀갔으며 공무원들도 건건이 손을 벌리고 있다”며 “이런 부분들을 어디까지 현지 문화로 치부해 기업을 운영해야 할 지도 과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들이 동남아, 아프리카 등 미개발 지역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현지 근무자들이 겪는 황당한 사연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후진국, 특히 시골지역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지역 주민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 일쑤다.

신명섭 팀장과 함께 인도네시아 현장에서 근무하는 하정수 고문도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사업을 위해 사 놓은 임지에 주민들이 들어와서 당당히 토지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다반사.

하 고문은 “나중에 손자들에게 물려줄 땅이라며 토지 보상을 요구한 황당한 일도 있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신명섭 팀장을 비롯한 인도네이사 고무플레이션 현장 근무자들은 사업실행의 어려운 점이 비단 지역주민 관계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대기업의 운영 시스템을 조그만 시골마을에 적용하다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 먼저 ‘고객은 왕이다’라는 생각과 시골이니 물가가 쌀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이 곳에서는 물건을 가진 사람이 왕이다. 물건 값도 천차만별이다. 때로는 배를 타고 자바섬까지 가서 물건을 구해오기도 한다. 모든 물자가 배를 타고 건너오다 보니 물가가 비쌀 수 밖에 없다.

신명섭 팀장은 “이 동네 물가는 파도 높이에 비례한다고 들었다. 파도가 높으면 물가가 올라가고 파도가 낮으면 물가가 내려간다”며 “대규모 플랜테이션을 구축하고 현장에 베이스캠프까지 구축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여간 걱정이 아닐 수 없다”고 털어놨다.

물자가 부족하고 시골마을이다 보니 벌어지는 재밌는 사례도 있다. 하루는 한국에서 어떤 손님이 현지 사무실에 방문 했다.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그 손님은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짙은 노란색을 아주 좋아하는군요”라고 말했다. 사방이 온통 노란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노란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도시에서 가장 안 팔리는 노란색 페인트만 시골 가게로 넘겼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30도를 훨씬 웃도는 기온,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지역민들 끌어안기, 납품만기일을 일주일이나 넘기고도 연락두절인 납품업자, 한달 만에 가져온 중장비 부품이 불량인 경우 등 오지근무의 수많은 어려움 때문인지 사업을 완수했을 때 직원들의 보람도 크다.

서창오 SK네트웍스 과장은 인도네시아 조림 현장 근무에서 ‘조림 현장에 첫 고무나무를 식재하던 날이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이라고 말한다.

고무나무 식재는 지난 2009년 12월 1일 시작됐는데 그날 나무 한그루를 심기 위해 길게는 2년 간 허가를 받기 위한 준비기간이 걸렸던 적도 있다.

서창오 과장은 “1년간 기본 측량 지도 작성을 위해 정글을 맨몸으로 뛰어다닌 직원들과 함께 하기도 했고 지역불량배나 지역주민과의 물리적인 마찰을 이겨내고 성사시켰던 기억은 두고두고 남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오지 근무의 어려운 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업들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들은 총기 사고가 많기로 유명한 페루, 콜롬비아 등 지역의 주재원들에게는 방탄차를 지급한다.

또 지역전문가 양성을 위해 직원을 오지로 보낼 경우, 최소한 2명 이상을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주재원의 경우 가족과 함께 나가 있거나 팀을 이루는 경우가 많지만 지역전문가는 그렇지 못하다. 혼자 외딴 곳에 1년씩 머물다 보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크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

SK에너지도 지난해 9월 아프리카 가나 지역에 직원 2명을 처음으로 파견했다. 이들은 1년 간의 현지 시장조사 등을 마치고 오는 9월 돌아온다.

재계 관계자는 “오지 근무의 어려운 점 때문에 직원들이 기피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도전정신을 갖춘 젊은 직원들이 늘어나면서 서로 가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녀온 후 직장 생활 경력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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